중학생 때 과학 선생님들이랑 대판 싸웠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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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질문노트'라는 것을 만들어서 들고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어릴때는 호기심이 굉장히 강한 학생이었죠. 중학교 때 과학 선생님들한테 항상 달려가서 세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 때문에 제가 이과를 간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중학교 한 2학년 쯤에, 에라토스테네스라는 사람이 지구의 둘레를 그림자를 이용해서 구했다는 것 알고 있으시죠? 제가 이때 이 내용으로 제가 다니던 중학교의 모든 과학 선생님들과 대판 싸웠던 썰을 풀어봅니다.
http://hermes.douclass.com:8080/hermes/resource/store/89/c9/59a606545324cf2bbafb0e3553e3044c1419/hview.html
당장 검색해서 지금 중학생들이 쓰는 과학2 교과서 PDF 파일을 떠왔습니다. 아마 이 정도면 기억이 다들 나실 껍니다.
제가 한창 중학생 시절에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둘레를 구한 내용 중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일단 에라토스테네스가 전제를 2가지를 했습니다, 지구는 완벽한 원이며 태양빛은 모든 곳에 평행하게 들어온다 라고요.
에라토스테네스가 구한 지구의 둘레가 실제 둘레랑 차이가 나는 이유가 2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지구가 실제로는 완벽한 원이 아니어서(지구는 적도 부분이 살짝 더 부푼 타원형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것이 "그림자를 측정한 두 도시가 동일한 경도가 아니어서" 였습니다.
저는 이 동일한 경도가 아니기 때문에 오차가 났다는 말에 굉장히 심각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다시 전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구는 완벽한 원이라고 했습니다.
한 막대기는 태양빛이 내리꽂게, 평행하게 세워두고 나서 다른 막대기는 다른 곳에 아무 곳이나 꽂으면 된다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왜냐? 지구는 완벽한 원이라고 가정을 했으니까.
완벽한 구형을, 중심이 지나가게 자르면 무조건 완벽한 원이 나오죠? 그러니까 구에서 두 개의 막대기를 꽂으면(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원의 중심을 향하도록 정확하게 꽂아야 합니다) 무조건 완벽한 원이 생깁니다. 즉, 경도가 같을 필요가 없습니다.
https://namu.wiki/w/%EC%97%90%EB%9D%BC%ED%86%A0%EC%8A%A4%ED%85%8C%EB%84%A4%EC%8A%A4
위의 그림처럼, 두 개의 vertical한 막대기를 꽂으면 그 두 막대기를 포함하는 완벽한 원을 하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끝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경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요.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단순하게 에라토스테네스의 측정이 틀린 2가지 이유를 "지구가 완벽한 구형이 아니어서" 와 "두 도시가 같은 경도에 있던게 아니라서" 라고 서술합니다.
그래서 저는 손수 완벽한 원을 그려가면서 중학교 과학 선생님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완벽한 구형에서, 중심을 지나도록 한 평면을 잘라 완벽한 원을 만들 수 있다. 경도가 중요한게 아니다. 경도가 달라도 된다.
그러나 중학교 과학 선생님들은 제 이야기를 끝끝내 거부했고, 결국 하는 수 없이 제가 다니던 학원 선생님들께 가져갔습니다. 다행히도 학원 선생님들은 제 이야기를 이해하셨고, 제 말이 맞다고 인정해주셨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시험 문제가 이따위로 나왔었어요. "에라토스테네스의 측정이 잘못된 이유는 두 도시가 같은 경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요. 저는 당시 정말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수 없이 해당 답을 체크했었어야 했습니다.
다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두 도시가 같은 경도이면 '편리한' 점은 있습니다. 각 도시의 위도차가 곧 각도 차이가 되기 때문이죠. 설마 지구 중심까지 땅을 파서 확인할 것도 아니고, 두 도시 사이의 각도를 재는 것도 상당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두 도시가 같은 경도에 위치해 있다면, 위도 차이가 곧장 각도 차이가 되기에 두 도시 사이의 각도를 측정하기는 쉬워진다는 '편리한' 점은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요한건 두 도시가 '같은 경도'의 여부에 달려있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면서, 똥고집을 피웠던 학교 선생님들 생각이 나니까 화딱지가 나서 한번 지금 중학생들이 쓰는 교과서를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도 '두 도시가 같은 경도가 아니라서 오차가 났다'라는 개소리는 없어진거 같고, 에라토스테네스가 틀린 2가지 이유가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해서' 와 '지구와 전제와 달리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서'라고 써져 있습니다.
https://dn.vivasam.com/2022_ebook/MS/mid_sci_2/index.html
http://ebook.tsherpa.co.kr/webdata/15/TB2015TC2NN_80_N_textbook_1/viewer/ebook/index.html?contentInformationURL=/webdata/15/TB2015TC2NN_80_N_textbook_1/resource/ebook/&page=1&bookBinding=true&UUID=fcem:uuid:TB2015TC2NN_80_N_textbook_1
하여간 워낙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뇌리에 제대로 박혀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고구마 2천개쯤 먹는 정도의 답답함이지만, 결국 제 추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혹시 이해가 안된다면 정리가 잘 된 아래 블로그 글을 추천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ppok7/22203935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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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
임용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중고등학교 교사들중에 학생보다 멍청한 사람도 많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