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길고 일년은 짧더라 - 방황하는 독학재수생들을 위하여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10108107
나는 재수를 했다. 그것도 혼자서. 지금 이 책을 펼친 당신도 아마 독학재수를 마음에 두고 있거나 학원과 독학재수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 또한 작년 수능을 망치고 많이 고민했었으니까. 나는 참 까마득했었다. 몇 년을 고생해서 공부한 수능에 고꾸라져버렸기 때문에 친척이나 지인들, 그리고 나 자신을 볼 면목이 없었다. 혹자들은 괜찮다고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당신이나 나나 몇 년을 공부해서 본 시험이다. 죄송하지만 전부 맞다. 이제 와서 전부가 아니라고 해 봤자 내 인생인 것처럼 달려온, 놀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참아가며 공부해 온 수능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게 아니다. 그래, 전부인 수능을 나는 망쳤었다. 그 당시 나에게 놓여진 선택지는 아래와 같았다.
- 1.성적에 맞게 대학을 진학한다.
- 2.재수한다.
- 2-1. 학원에 간다.
- 2-2. 독학재수를 한다.
그 어떤 것도 나의 구미를 당기진 못했다.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으니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기권자체가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놀랍게도 차례대로 저 선택지 모두를 겪어 보게 된다. 최종적으로 나는 2-2 선택지에 정착하게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돌아 돌아 독학 재수를 하게 되었나 곰곰이 되짚어 보니 지금 내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오른다.
‘불안’
나 1년을 다시 투자했는데 올해처럼 또 망치면 어떡하지? 1년동안 분명히 돈도 많이 들 텐데 망하면? 그 때는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봐? 이러한 불안이 저번 수능으로 실패가 학습된 내 뇌 속을 꽉 채워서 독학재수라는 선택을 주저하게 했다. 지금 이러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머리가 뻐근하고 가슴에 돌을 얹은 듯 답답하다. 나는 가끔 낙서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느 날 포스트잇의 중간을 연필로 그어 바다를 만들고 바로 그 위에 작고 동그란 부표를 그렸다. 나는 그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 보았다. 그 부표가 왠지 나인 것만 같아서. 파도에 부서져 버릴지도, 바람에 뒤집어질지도, 가다가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그 외롭고 조그만 부표가 나인 것만 같아서 착잡하고 슬펐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수는 지독히도 고독하고 불안하고 서글픈 나와의 싸움이다. 나는 그 재수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들 말하는 독학재수를 선택했다.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다시 재수를 한다고 해도 똑같이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전체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고 당신은 그저 발견하면 될 것이다. 그 과정자체가 모든 독학재수생들의 상황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정말 가감 없이 내 감정들을 표현할 것이며 과거를 미화하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나의 독학재수와 함께하는 1년의 과정을 면밀히 함께 함으로써 학원인지 독학재수인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하고 있다면 외로운 독재생활에서 친구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당신이 만약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점수를 높게 받는 비법이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열었다면 나는 단호히 책을 덮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때의 나처럼 너무나도 불안하고, 두렵다면, 잠을 자기 전에 걱정에 눈물이 난다면 이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나는 독학재수를 망설이는 사람들의 첫 발걸음을 떼는데 같이 걸어줄 것이고, 불안한 마음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줄 것이며, 흔들리는 부표들을 하나의 노끈으로 묶어주는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뭐할까요 내일 학교가는데 아 물론 내일이 기말은 아님 목이 슬슬 아파오는군 주말엔 많이 잤는데...
-
미나미노~~~~~~~~
-
할복 6
ㅂㅂ
-
벌써 7월이네..사관학교 시험도 30일도 안남았고 수능도 140일도 안남았네. 모두...
-
사실상 정품구매자 1명이 2명정도의 피뎁붕이들 책값까지 같이내주는중 피뎁붕이들이...
-
그냥 빨리 좀 보자...
-
깜짝포인트 0
안가람쌤은 당연히 여자쌤일 줄 알았고 변춘수쌤은 당연히 남자쌤일 줄 알았음 편겨ㄴ덩어리나자신
-
여자 카톡 빡치는점 14
분명 맨날폰 만지는 애가 내가 톡보내면 답장 ㅈㄴ 느림
-
이게 뭐인가여? 중고나라에서 샀는데.. 잘 모르겠네요. 기출문제집인거 같으면서도...
-
난 분명 7월 쯤에 막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것 같은데... 하려던 공부도 채...
-
문풀하면서 너무 행복해짐. 오개념도 문제 풀면서 조금씩 잡히는 느낌이고 어려워도...
-
나멋지다
-
4개월만 있다가 와도 영어 능력, 특히 슬랭이나 실전회화 부분에선 확 차이날텐데.....
-
술마시고나니까 2
왤케 머릿속이 텅텅비고 꽃밭이된거같지... 잡생각사라지고 깔끔한느낌이라 좋긴한데...
-
7월이다 7
2024년의 절반 어디 감
-
책없이 강의들어야해서 부탁좀.. . 국수
-
9평까지 100일패스인가 있지 않았나
-
입시에 대한 잘못된 정보 퍼뜨리는 사람들 너무 많음 10
올1컷이 연고경을 못가느니 등등 무슨 나형 시절 말하는 줄 아나
-
오늘 밤새서 볼 강의 추천좀
-
무엇이든 물어(bite아님)보세요
-
Fuck respect 난 그딴 거 안 키워 난 내가 최고라 믿는 애 내가 최고야...
-
미친 비 1도 안오고 개맑네
-
국어…. 0
지금 중학생인데 국어 빠작으로만 비문학, 문학 다 하는 게 좋을가요 아니면 우공비나...
-
직관력 잘 안통하는 n재 있나요??
-
같은건없다
-
높을까요?? 항상 3합5 3합6만 준비했었어서 4합5 4합8 인문 최저충족률이...
-
5덮 사문 50 17
쉬운거같긴한데 공부시작 3주지나고 50점 보이니까 기분은 좋음
-
갔다올게요 16
국방부 시계가 째깍째깍
-
내 청춘은 어디로 갔지 11
왜 내 인생엔 수능밖에 남지 않았지 내년엔 벗어나 있을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
고3때 친해진놈인데 약간 난 놈?이라고 해야되나 고3때 147일쯤이였는데...
-
재수할때 내신 0
제가 입시에 관해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고3때 본 투과목이 B가 뜨면 재수할때...
-
이번 6모 64점입니다.... (20번 열린구간 한글을 못보고 22번 수열 식 밑에...
-
ㄱㅁ하거싶다 3
-
다음달 7월 중순에 전역 예정이고 전역하고 독재 들어가서 반수를 시작할려고 합니다....
-
루미큐브하실분 1
3931265
-
솔직히 말하면 외고 베이스 + 2년 열심히해서 국수영 211 나왔다해도 문디컬 or...
-
노베인데 생명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으악
-
60일은 N제 죠지고 나머지 40일은 매일 실모 조지면 되겟다 완벽하다 이거야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
왜 사람들이 꾸준히 150일 10시간이상하면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한 이유가...
-
자기 전 ㅇㅈ 15
죽어가는오르비를살려(재탕임) 여러분인증하세요
-
수능중독말고 0
대학가서학점올리는재미로살자
-
키워드 정리중인데 철학가마다 중심되는 키워드좀 적어주고가..
-
성적이 쑥 오르니까 재밌네
-
잘자용 2
도로롱
-
화공 기준 어느정도 가냐
-
··· 5
힘이업도다 힘죠 ......... 힘 다들힘내거라
-
걍에휴다노
-
아직도닌텐도를못샀다......
-
손이 안감
-
찰칵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지만 제가 재수생활 시작할때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책을 쓰고 있는데요.(아무도 출판해준다고 안했음^^) 느낌이나 있으면 좋을 내용 같은 것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