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에 얽매인 1년.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15713480
나는 수능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주변에서 들었왔던 이야기와는 달리, 나는 평소보다 수능을 더 잘 쳤다. 그 덕에 고3 내내 말로만 외치고 다니던 서울대 공대에 정말 안정적으로 합격했다.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을 했을 때, 가채점 결과로 어디로 갈 수 있는 지를 확인했을 때, 그리고 진짜 성적표가 나오고 합격발표가 나는 순간까지 나는 정말 행복했다. 흔히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세상에서 내가 현역으로 당당하게 원하던 학교에 붙으니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합격발표 이후 2주간은 세상을 다 가진듯 했고, 그 동안 고생했던 것들에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오르비 채팅창에 자랑스럽게 서울대 합격을 말하고, 돌아오는 축하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상상하지도 못한 내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남들이 뭘 하던 별로 관심이 없었다. 누가 서울대 의대를 가던, 누가 대통령 상을 받던 내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고3 때도 남들이 성적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정말 하나도 궁금하지가 않았다. 결국 그건 남이고 나 자신 그렇지 않으니깐. 그런데 내가 '서울대'라는 계급장을 달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 계급의 한명으로 바라보고, 나도 나 자신을 서울대에 얽매기 시작하니 내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높은 대학, 더 높은 학과에 간 사람들을 보니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정작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하는데, 나 혼자 움츠려 들고 괜히 시기하고 질투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을 품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고 너무나도 싫더라. 이 열등감을 해소하려고 자꾸자꾸 겉으로라도 내가 메디컬 계열에 낀 것처럼 말하게 되었다. '아 나는 의대 포기하고 공대간거야', '나 가서 약대나 준비할까?'라는 말을 내뱉기 시작하고, 인터넷에 내 과에 대해 검색해보면서 스스로 '아 그래도 공대중에선 서울대가 최고잖아', '의대는 내가 취업에서 싸울 때 어차피 없잖아'라며 혼자 열심히 자위하고 있었다. 괜히 의대간 애들을 아무 근거없이 비난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보다 더 심한건, 내가 점점 '대학 계급'에서 위의 친구들을 보며 열등감만 얻고 힘드니 점점 아래만 쳐다보며 우월감을 얻으려고 하게 되었다. 지방대나 같은 과중에서 다른 대학들을 생각하며 행복회로만 열심히 돌리게 되었다. 대학에서 만나고 나보다 낮은 과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더라. 진짜 지금 돌아보면 이런 인간쓰레기도 쓰레기가 없다. 그렇게 입학하고 열등감에 가득 찬 1년 지난 지금 내가 뭘 이루었나 싶다. 학기 공부 중에도 공대 전문 관련 지식이 나오면 의대애들한테 으스대듯이 잘 알지도 못하는 미분방정식, 라플라스를 씨부려댔다. 이제는 내가 느꼈던 재미들이 그저 자기위안삼으려고 재밌다고 나 자신을 속인건가도 싶다. 그렇다고 열등감만큼 나는 노력도 안했다. 그저그런 학점에 그렇게 비난하던 의대애들보다도 노력을 안했다. 아직까지도 내가 자랑할 거라고는 수능점수와 내가 속한 '계급'의 네임벨류뿐이다. 솔직히 오르비에 계속 들락날락하면서 수능에서 내가 벗어나지를 못했다. 내가 떳떳한게 수능점수 뿐이니 계속 거기에만 얽매였다.
마무리가 내가봐도 개찝찝하지만 열등감은 현재진행형이다. 얼마나 심하면 오르비에서 의대합격글만봐도 약간의 열등감이 생기는 수준이다. 그래서 오르비도 안하고 최대한 학벌에서 신경을 멀리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거 읽는 사람은 그래서 어쩌라고 싶겠으나, 한번은 익명성을 이용해서 이런 얘기를 털어놓고 싶더라. 상담선생님이나 부모님, 친구들에게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쪽팔리고 무서워서 비겁하게 인터넷을 이용했다. 사실 아무도 안읽을거같긴 하지만. 이러한 똥글도 올릴 수 있는 오르비에 고맙다.
혹시나 사회인식적으로 좋은 대학을 갔던, 나쁜 대학을 갔던 나와 같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무언가 차도책을 찾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도 열등감에 휩싸여서 어떠한 해결책을 주지는 못하고, 애초에 이 글이 개똥글이라서 들어온 사람들에게조차 미안하다. 일기장에나 적고 혼자 질질짤 이야기이나, 위에서도 말했듯 누군가에게 익명적으로라도 글을 쓰며 털어놓고 싶어 오르비에 희대의 똥글을 남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자주먹는 국밥집 문 닫았더라
-
6모 끝나고 2
지구과학 시작할건데 대략 7월 초에 개념 끝날 듯 너무 늦나요 ㅜㅡㅜ 목표 2임!...
-
나름 대?표강사분이 이러시면 참...
-
얼버기 1
-
네 라는 답 받으면 거기서 끝내나요 아님 알겠어,오케이 같은거 또 보내시는 스타일 이신가요
-
ㅋㅋㅋㄱㅋㅋㅋ ㄹㅇ 실종임?
-
"정부 '의료현장 차질없다' 거짓말…의사 상처입었단 말 기막혀" 1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대표 "정부 손놓고 있다"·"의사 상처, 암환자보다 큰가"...
-
선택과목등등 입시전략 상담받고싶은데 컨설팅 해주시는 분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
본인은 운이 읍서서 1.8억대가 최대인듯...
-
61점인데 ㅈ된 거겠지..? 작수 4등급에 대학교 때려치고 5월부터 수강해서 올오카...
-
들고 있던 사람이 탈퇴했나
-
나도랩싓앨범들으면서 느끼고싶은데 멜로디라인은 묻어있어야 플리에 담을 맛이 나네...
-
개념 적고 쉬워서 변별을 어케 하지 다른 과목처럼 신유형 추론으로 승부 보나?
-
오마이갓 비상사태
-
하루에 3시간 이상 공부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나 하 오늘은 무조건 넘긴다..
-
급하게 넘겨 검토진분들께 죄송하네..
-
이럴수가..
-
괜히 어디 나가야 되는 날만 밤 새다가 오르비 재밌는 거 없나 하고 슬금슬금...
-
7ㅐ추를 벅벅
-
쉿이랑 나띠 솔로곡인 슈가코트
-
읽지도 않는 책 무작정 사 모으는 거 자제하고 있었는데 0
연초에 이런 딜을 봤거든요 대충 흥미는 있는데 할인폭이 아주 크지는 않았던 걸로...
-
나그만따돌려
-
너랑 같이 공부 할 생각에 벌써부터 손에서 물이 나온다
-
얼버기! 5
-
얼버기 6
-
피코 강사분께 0
저작권에 대해 너무 무지하신 거 같습니다.책임감이 있으신 성인이시라면 피하지...
-
첫차타고 집가기 2
3개월만이네
-
비닐 안 깐 기범비급 세트 (정오 ㅈㄴ 많아서 아예 새로 보내줬었는데 걍 쓰던 거...
-
제목 그대로
-
저 메인글 저격 뉴진스민지는 본만모 허위논란 자작극 본인이라 믿음이 진짜 1도...
-
금요일 토요일 1
수학만 했어
-
흐무흐무
-
벌써 새벽 4시 0
공부를 못해서 우울하군아...
-
팔로우수 뭐지 2
얼버기 올리자마자 두분 삭제..
-
얼버기 8
-
글은 왜 안써
-
오르비가 죽었다 2
...
-
사람들 반응이 너무 안좋은데 다시 복귀해도 메이드인경상도는 폐지하려나 정용화편 너무...
-
방굽습니다 4
아직도 안주무신다면..! 당신은 진짜 위기입니다
-
네.
-
전화컴 다니는 지거국 중경외시 이상 학교 문과 둘중 누가더 취업 잘됨? 연봉수준...
-
독재 바꿔야겠네 7
뭔 재수학원이 뻑하면 쉬니 돈벌기 싫은듯
-
대지고기 먹으면 두드러기 올라옴..ㅜㅜ 원래는 안그랬는데
-
나 고등학생때는 되게 밝았는데
-
검독수리는 시속 240으로 꼴아박고 고릴라는 근욱빵빵임
-
나 혼자만 침전하는 느낌이야
-
잘나온 사진 수집하면서 장보는거마냥 컬렉션 제작 가능
세줄요약좀
의대 안(?)간 설공대생의 열등감에 대한 자기성찰 보고서
털어놓으셔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셨길 바라요 입결에 얽매이고 급을 나누는 것에 얽매이면 행복과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작성자 분이 충분히 그런 생각 가지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보다는 본인에게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