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와 정시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15776134
글쓰러 들어오는 사이트는 두 곳이다. 페이스북과 오르비.
페북에는 나만 보기 위한 글을 쓰고,
오르비엔 읽히기 위한 글을 쓴다.
들락날락하다보면 본의아니게 입시관련 글을 접하게 된다.
많은 이슈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시로 인한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다.
'남자는 정시지.'
내가 입시생 때 유행하던 문구였다. 깨작깨작 우리가 존경하지 못하는 선생들 말 받아써서 수업에 집중할 게 아니라 마이웨이로 수능에서 승부본다 이게 저변에 깔린다. 천재형 수사다. 학교에서 맨날 놀아제끼고 내신은 잘 안 나오지만 머리가 좋아 수능을 잘 봐 대학을 잘 가는 그런 스토리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캐릭터다.
여기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전제된다. 하나는 그 어떤 나락에 빠진 아이들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가정환경, 지능, 내신성적이 뭐건 간에 제로베이스에서 수능 몇 개 더맞히느냐로 일합을 겨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게 흐려지는 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대학이 왜 수시 비중을 늘려갈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시'가 '정시' 입학생보다 더 좋은 아웃풋을 내기 때문이다. 내신을 따기 위해선 실력이 필요하고 그 실력엔 학습능력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능력, 선생님과의 좋은 관계, 선생님 말씀대로 답안을 현출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건 대학에서 마찬가지, 아니 더 심하다. 교수의 의견을 따르고 출석을 잘 하고 교수와 좋은 관계를 맺은 학생만이 A+를 거머쥘 수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교수의 의견을 호기롭게 까고 수석을 차지한 프로코피예프의 스토리는 한국에선 어불성설이다. "네까짓 게 감히?"라는 감정을 들게 하는 순간 평가게임에선 아웃이다.
그렇게 학점을 잘 받으면, 좋은 곳에 갈 수 있다. 로스쿨이든, 공공기관이든, 의전이든. 또 체제에 잘 적응하는 성향은 한국 조직에선 아주 중요한 미덕이다.
내가 본 (내신은 안 좋은데 수능을 잘 쳤던 재수 이상의) 정시생들은 각양각색이었다. 대부분 대학학점이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사업을 하거나, 고시를 하거나 하나에 집중해 한우물을 파는 성향은 그 비중이 수시입학생들에 비해 많았다.
최근 수시에서 교수인 아빠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스펙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보고, 이러니 수시가 더 잘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교수 정도 되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리스크로 저런 찌질한 일에 동참할 정도로, 자녀의 성공을 위해 헌신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그 집안 자식이 대학에서 좋은 아웃풋으로 남지 않는 게 되려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수시생들이 무비판적 체제순응적이고 정시생들이 모험적이고 챌린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정시만으로 뽑는 것도 한탕주의 횡행 및 재수 삼수 양산화의 도구로 전용될 수 있다. 그러니 균형이 중요한 거다. 균형이 깨지니까 예전 정시의 폐단을 막고자 도입됐던 수시가 점점 한 번 실패한 자는 허용되지 않는 그들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이다. 일부 폐기물 탓에 나머지 성실한 수시생들까지 싸잡아 욕먹고, 편갈리는 것이 안타깝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M자로부탁해
-
수의대 교과 따잇 한양대 교과 따잇 시립대 교과 따잇 홍익대 교과 따잇 입시판은...
-
행복하려면 뭘해야할까 15
그냥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기에는 그런게없다
-
ㅇㅇ
-
난 공익때만 하고 끝내려고 했음 근데 솔직히 메디컬이 그렇게 간절하지 않기도 했어서...
-
30살에 삶이 다한다는 마음으로 여한없이 살아야한다. 치열하고 독하게.
-
이륙 가능할까요..ㅎㅎ
-
뭔가 느낌이 그럼
-
수열 다 까먹음 ㅋㅋㅋㅋ ㅈ됨을 감지
-
3000부 판매신화 기록 지구과학 핵심모음집을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
다들 너무 좋은 직업이나 대학에 매몰되어있는 느낌을 받아요 저도 물론 좋은 대학에...
-
대비 관련 질문 3
대조 라고 하면 확실히 틀린 선지인데 대비는 가능한 표현 아닌가용..?
-
술 마시지 않는 친구와 19금 드립을 치는 인생이라니.. 맨정신으로 어떻게 그런...
-
수리 영역을 응시했는지 응시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정해질까요...
-
할땐몰랐는데 지금생각해보니 좀 창피하다
-
물2화2 독학하고 물2화2(+현 수능과목) 자작문제 만들어보기 근데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
물론 내가 높반이 아니긴한데....... 책이 생각보다 많이 두껍더라고요 그리고...
-
점점 허수가 되가는 중… 그 와중에 통계 재밌음
-
오케이
-
영어 1이라고 가정시
-
크럭스 테이블 보면 확통 100 표점 137이고 미적 88은 표점 136~139던데...
-
경우의 수를 나눠봐야 하는데 음.. Good Luck.. WTF IS THIS...
-
이번 패드 5
1테라로 업글하면 칩셋도 더 좋아지던데 공부용인데 1테라업글 돈랄쥐인가요?? 걍...
-
ㅈㄱㄴ
-
재미는 있는데 자꾸 틀림 이건 아니지예...
-
기상 0
아 ㅅㅂ ㅈ됏다ㅋㅋ
-
롤하고싶댜 10
ㅜㅠ
-
머가 더 어려움?
-
와우
-
아,,, 작수 이렇게 봤으면 성불하는건데,,,,
-
머임
-
재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재능 노력 100:0은 당연히...
-
이지영 쌤 출제자의 눈으로 개념인강 듣고 그냥 바로 현자의 돌 기출로 시작하는 감각...
-
일주일동안 심심해서 조금씩 오르비 하다가 문풀량 존나 줄어든거 오늘 체크함 가끔식...
-
그래서 최원호는 언제 경질인데 ㅅㅂ
-
하 ㅈ댓다 0
관리형독서실 다니는데 여기에 내 전남친 친구들 왤케 많냐 진짜 죽고싶다 본인...
-
가끔가다가 8
자살하고싶은날이있는데 현생이나아지지않는한이런날은안사라질듯
-
복습안하고 수분감 가기에 ㅈㄴ불안한데.....ㄱㅊ?
-
머리터질거같네
-
다들 꿈이 뭐임? 10
거창하든 소박하든 발전적인거든 쓸데없는거든 꿈이 뭐임? 요즘 학생들은 너무 꿈이란걸...
-
2025학년도 EBS 수능특강, 수능완성에 실린 연계 작품들을 웹툰으로 볼 수 있는...
-
국어 일클 3주차 2강 2학기에는 학점을 최소한으로 듣고 온라인수업으로 채우겠읍니다
-
하사십 설맞이 4규시즌2 드릴 이로운 지인선 이해원n제 시즌2 더블커넥션
-
여긴 너무 춥고 외로워요
-
능지이슈
-
ㅈㄱㄴ
-
집공하는거 바로 옆 창틀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음... 이렇게 가까이서 비둘기 본 거 처음임 ㄷㄷ
-
대성마이맥 어플에서 한석원 강사 분 소개 영상 보시면 됩니다 그 분의 깊이가...
항상 잘읽고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수로 신고 눌러버렸어요 ㅠㅠ 죄송합니다
관리자님은 이거 보면 잘못신고들어간거라고 생각해주세요
대학이 왜 수시 비중을 늘려갈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시'가 '정시' 입학생보다 더 좋은 아웃풋을 내기 때문이다. 이 부분 근거 있는 얘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