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pre [277752] · MS 2009 · 쪽지

2009-07-28 00:18:34
조회수 990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고 싶지만 성적이 잘 안 나오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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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고1인 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도움말씀 얻고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어렸을때 부터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고 싶었어요.최소한의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게 하고싶었거든요.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두번의 시험을 치뤘죠.
물론 그당시에도 시험이 중요하다는건 알고있었어요, 수시든 정시든 상관없이 시험이라는게
일단 제가 얼마나 성실했는가는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저 자신에 대한 시험이라고도 볼수도 있었고
또한 집적적인 수시에도 영향이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안했어요. 되려 저 자신과 항상 타협하며 저를 달래고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죠.
이차저차 나열해도 다 패배자의 변명이기에 말을 줄일께요. (내신등급이 평균 3.5 쯤되요 )

여름방학을 맞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하나하나 꾸준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전국에는 잘하는 애들도 열심히하는 애들도 많구나는것도 많이 느꼈구요..
그래서 그런데요 지금 제가 너무 늦은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고1이 많이 희망적인 학년이긴하지만 의대라 하면 다르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정말 패배주의적 생각이 많이 들고있어요, 망쳐버린 중3겨울방학, 고1 1학기 ..

조언의 말씀 부탁드릴께요 긴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운날 몸 조심하세요. 그럼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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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cri · 2 · 09/10/08 13:28 · MS 2002

    학생 말대로 고1이라고 하더라도 늦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불가능한 것에 비해서는 더 낫다는 점에 위안을 두시기 바라고요.
    현재 3.5등급인 학생이 의대에 가고싶다고 한다면, 의대 진학 확률을 소숫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을 때 현재 고3인 학생이 진학 가능할 확률은 0% 이구요 (즉 0.5% 미만), 2학년이면 한 2~3% 정도? 1학년이면 그래도 5~8% 정도는 되는 느낌입니다. 학생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 중에서 12~20명 중에 한 명 정도는 아마 그래도 의대나 그에 준하는 명문대에 진학하게 될 것이에요. 그리고 그런 학생들은 운이 좋다기보다는 남은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을 한 학생들이겠지요? 아마 현재 자신보다 훨씬 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공부를 남은 기간 동안 할 학생들일 겁니다.

    그리고 대학에서건 직장에서건, 사회에서건 그 누구도 학생이 가진 '의도'나 '선의'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악의'를 가진 사람을 떨어트리기는 하겠지만요) 예를 들어서 제가 직원들 선발하면서 접하게 되는 이력서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표현 중의 하나가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같은 것입니다.

    국경없는 의사회도 그렇고 사회의 여러 봉사 단체나 시민 단체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하는 착각이, 저런 단체들은 좋은 일을 하는 곳이니까 내가 가서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려한다면 흔쾌히 받아들여 줄 거야.. 같은 것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선의를 행하는 단체들도 단지 선의보다는 professionalism이나 능력 그 자체를 더 중요시합니다. 즉, 영리를 추구하는 이권 단체건, 시민 단체건 간에 그 단체에서 더 환영하는 사람은 좋은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더 환영하는 사람은 쉽게 말해 능력이 뛰어난 의사입니다. 물론 그 의사가 불순한 의도로 활동을 한다면 당연히 거절하겠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선의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많은데, 선의와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은 드뭅니다. 어차피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고, 그 자리는 선의와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의술이나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의술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오히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어떤 병원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보다는 더 뛰어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선진국에 남아서 돈을 못 벌 정도로 못난 의사가 아니라 충분히 그럴 수 있으면서도 선의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요.

    봉사단체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의 유형 중 다른 하나는 끈기 없이, 열정도 없이 도와준답시고 몇 번 얼굴 비추고서 설렁설렁 일 하다가 연락이 끊겨버리는 류의 사람들인데, 사실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하기 싫은 일에도 끈기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공부에 대해서 그런 끈기와 열정을 발휘해서 사회의 중상류층으로 진입을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