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 [851192] · MS 2018 · 쪽지

2018-12-22 04:23:40
조회수 1,847

종강하고 교수님께서 하신 말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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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교수님이라

호기심에 부전공을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 맞아서 4개월동안 휴학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어찌어찌 버텼는데 어제 마지막 날 하신 말씀이 인상깊어 적어봅니다.


"이제 1년동안 대학이란 걸 다녀봤는데.

이 대학 오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인 친구도 있을 거고 이전에 대학이란 걸 다녀본 친구도 있을 거야.

어때. 생각보다 별 거 없지? 대학이 원래 그래.

대학이 너네 말 잘 안들어주지? 나한테 짜증난 것도 있고 학교에 짜증난 것도 있을 거야.

나도 대학 다닐 때 짜증 많이 났거든. 교수들은 말이 안 통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건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게 없어. 난 되게 암울한 대학생활을 보냈는데…

일단 내가 너희에게 가르쳐주는 건 20%도 안 돼. 너희가 진정으로 자극받고 영감을 얻는 것은 너네 동기들로부터야.

선배도 좋지만 너희는 4일동안 같은 시험 치러서 이 학교 왔고 같은 교수 아래 같은 과제 갖고 애쓰고 그 과정도 옆에서 볼 수 있잖아. 그래서 더 좋은 거야. 다양한 솔루션을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방학동안…토익 토플 뭐 이런 거 하지마. 뭐 해도 좋은데 내키지 않으면 하지 마.

토익 그거…어렵나? 맘 먹으면 너희 할 수 있잖아. 그런 건 바로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졸업조건까지만 따고 학원은 다니지 마.

그런데 이건? 너희가 하고자 하는 건 몇 년, 몇 십년이 지나야 실현되는 것들일텐데 그런 것들을 앞서서 하는 게 좋지.

방학 때 뭐 많이 하잖냐. 인턴이 아니더라도. 워크샵이라던지 강연이라던지… 지금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하고 있는 애들은 뭐 이어서 하고. 그런 거 한 번 해봐 요즘은 그런 거 많이 한다고. 니들이 학교에 갇혀서 안 찾아봐서 그렇지. 나도 이번 겨울에 몇 개 할 거 같아. (참여하라는 말씀)

노는 것도 좋은데…한 번 잘 생각해봐. 뭐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은 그냥 날리는 거지. 없는 시간이라고 쳐도 돼. 그런데 겨울방학 부터는…시간 잘 써야 돼. 

그리고 학점 너무 신경 쓰지마. 나도 대학 다닐 때 4.5만점에 4.3 받는 애들 꽤 있었는데

걔네 지금 필드에 한 명도 없다고. 왜냐면 지쳤거든. 교수가 좋아할 만한 거 하다가 시간이 지나가버린 거야. 그래서 내가 너희 이번에 프로젝트 할 때 터치 많이 안 했어. 너넨 빙 둘러서 왔다고, 시간 낭비했다고 생각해도 난 너희 더 구경하고 오라고 여기서 그냥 기다린 거야. 그래서 이번 학기동안 소재 탐구만 엄청 한 사람도, 실험을 많이 한 사람도, 제작을 많이 한 사람도 있을거야. 과제는 같았는데 얻어간 게 다 다르지? 그러니까 지금 결과물 안 좋은 애들 너무 시무룩해하지마. 1,2학년 때 결과물 좋다고, 나쁘다고 나중에 신경이나 쓸 거 같아? 잠깐 기분 나쁘고 말아. 너네 학창시절에 기말고사 성적 안 나왔다고 지금도 슬프냐? 아니잖아. 그리고 과외나 학원 알바 그만해라. 이제 독이 돼.

어쨌든…아직 종강 안했나? 너네 표정 엄청 다크해. 사진 찍어서 보여주고 싶네. 그럼 남은 수업 잘 마무리해라. 수고했다."


 종강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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