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가 가지게 될 직업에 대해서 - 3편 문화대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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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는 직업의 자유가 있습니다. 각자 구성원이 자신이 마음대로 직업이나 특기를 선택하고, 그것에 종사할 수 있습니다. 만화가들은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기에 우리가 재밌는 만화를 볼 수 있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생업에 최선을 다하기에 대중들은 흥미진진한 음악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사람들의 창의성과 전문성, 역사가 축적되고 누적된 것이 곧 ‘문화’입니다. 문화는 반드시 삐까번쩍하고 교양과 수준이 높은 것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매일 먹고 자는 것, 생각하는 방식, 취미를 즐기는 수단,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 등등 다양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것입니다.
문화와 전통을 정의하는 여러 시각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김치는 한국의 고유한 음식이며 전통이다. 아마 모든 한국인과 모든 외국인들이 동의할 말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김치는 과거의 모습에서 꽤 많이 변했습니다.
(고추는 한국의 역사만큼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은 식품입니다. 조선 중기 전후로 들어오면서 한국 음식에 혁명을 가져옵니다)
과거에는 고추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고추장, 고춧가루도 없었습니다. 그때도 이미 김치라는 음식이 있었지만, 지금으로 따지면 백김치밖에 없었습니다. 매운 맛을 내는 빨간 김치는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었습니다. 임진왜란 전후로 고추가 조선에도 들어오는데, 유입 경로에는 여러 말이 있긴 하지만 하여튼 고추는 그때 전후로 수입되어 지금의 빨간색의 매운맛 김치를 만들어냅니다.
지금은 빨간 김치가 당연히 한국의 고유한 전통음식이라고 하지만, 처음 매운 김치가 만들어졌을때는 일종의 퓨전(?)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당장 한국에서 된장찌개에다가 치즈나 다른 토핑을 뿌려 먹으면, 양식과 한식의 퓨전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과연 전통이란 무엇일까요? 문화란 무엇일까요? 사실 이걸 함부로 정의하기는 대단히 힘들며 또 위험한 발상이지만, 편의상 저는 단순하게 ‘우리가 지금 즐기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짧냐 기냐의 문제일 뿐, 우리가 지금 즐기는 모든 것이 전통이고 문화고 곧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아 문화가 되려면, 역사가 되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고추가 살아남아서 한국 음식에 큰 영향을 미친 이유는, 그냥 입맛에 맞으니까 정도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문화의 힘은 창의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조상들이 좋다고 느꼇던 것이 후대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다시 후대의 생각과 창의성을 자극합니다.
서론이 대단히 길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사건이 중국에 있었습니다.
(‘문화대혁명’은 ‘프랑스 대혁명’처럼 똑같이 ‘혁명’이라는 글자가 있지만,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훨씬 많은 사건이었다)
한국 근현대사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데, 중국 근현대사를 잘 알 리가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중국인들이 스스로의 문화 유산을 개박살내고 전부 내동댕이 쳐버린’ 사건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은 높으신 분들과 어른들의 사정이 많이 엮여서 설명하기 힘드니까 패스하겠습니다.
문화대혁명은 광신적이고 편향된 이념으로 모든 전통과 문화유산을 ‘낡아서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가루로 박살내고 빻아버리는 사건입니다. 이때 수많은 지식인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었고, 유서깊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던 문화재나 서원, 건축물들이 산산조각납니다.
중국은 송나라 시대부터 문화적으로 대단히 융성하고 높은 경지에 있는 국가였습니다. 애초에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이기도 하고, 중국의 4대 발명품 중 3개가 송나라에서‘만’ 나왔습니다. 화약, 종이, 인쇄술, 나침반은 인류 역사의 획기적인 발전과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예컨대 이때 나침반이 없었으면 항해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탐험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등등 역사가 크게 바뀌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발달하던 중국이, 안타까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찬란한 과거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립니다. 과거 조상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철학이 불타 없어지고 정교하고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소실되고 찢겨버립니다. 진시황이 시행했던 분서갱유도 그렇고 저 동네는 한번씩 리셋하는 습관이 있나봅니다.
(문화대혁명의 상징이자 주범 중 하나인 ‘홍위병’. 많은 사람들이 이런 미친짓에 동참한 덕분에 중국의 문화가 박살나면서 향후 발전가능성 또한 처참하게 짓밟힙니다)
문화재가 파괴되고 손실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문화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창의성과 기술을 발휘해서 만든 물건입니다. 역사가 깊다고 무조건 좋고 뛰어난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사가 짧은 것보다는 뛰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오랫동안 사용된 물건이 당연히 공신력이 있습니다. 논문도 집필자 외에 다양한 학자들의 피드백과 반론을 수용하고 검토하여 오랫동안 검증받을수록 사실에 가까울 확률이 높습니다.
중국은 자국의 문화재를 상당수 유실함에 따라, 급격한 부흥기로 접어들던 문화컨텐츠나 분야들이 전부 퇴보하게 됩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던 장인들이나 가문, 기술자들이 사망하거나 대가 끊겨버리고 지금은 다시 보고싶어도 볼 수 없습니다. 당장 학생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많이 들어봤을텐데, 중국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문화대혁명때 다 박살나고 대가 끊기고, 과거의 뛰어난 사례들이 소멸하면서 중국 문화계 또한 크게 정체된 것입니다. 현대 중국이 다른 나라 기술이나 예술 베끼고 짝퉁 만든다고 욕 많이 하죠? 그런 짓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국의 좋은 문화 유산들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조선의 판옥선은 섬이 많고 해류가 불안정한 한국 남,서해안에 특화된 선박입니다. 그런데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대양항해에 적합한 세키부네를 타고 침략했는데, 이 덕분에 이순신 장군에게 뼛속까지 털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현대의 기준에서 보아도 판옥선은 뛰어난 공학 기술과 장인정신이 깃든, 한국지형에 특화된 함선입니다.
에밀레종(선덕대왕신종)은 대표적인 신라의 문화유산으로 불리며, 아주 정교한 기술과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종보다 깊고 은은한 소리를 낸다는 평가를 받고 수많은 박물관장과 학자, 문화학자들에게 인정받은 한국의 국보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이런 좋은 문화유산, 역사를 갑자기 부정하면서 보이는대로 때려부수고 설계도를 뭉개고 관련 기술자나 장인들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퇴보’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문화와 역사, 유산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우리는 더 많은 창의성과 감수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당대의 모습과 사건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정리했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 웹툰 <조선왕조실톡> 실제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아주 쉽고 재밌게 구성한 만화입니다. 만약 조선왕조실록이 유실되거나 없었다면 이런 만화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는 유흥거리를 하나 잃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역사나 문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많습니다.
<안시성>, <남한산성>, <암살>, <밀정>, <왕의 남자>, <황산벌>, <자전차왕 엄복동> 등등. 과거의 역사와 사건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창의성과 각색을 더해 만든 영화가 많이 있습니다. 만약 한국의 역사서가 대부분 유실되었고, 혹은 기록이 부실되었다면? 이런 작품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되도록 다양한 예시를 들고 싶었으나 제 한계로 이 정도밖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 외에도 문화유산, 역사, 전통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걸작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처럼 문화라는 것을 결국 창의성이자 재미, 흥미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사람들을 웃기고 감동시킨 작품들은 지금도 심금을 울립니다. 세세하게 잘 기록된 역사는 후대 사람들로하여금 영화나 다른 매체로 변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덕분에 한국 사람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이런 것을 즐기고 향유하면서 우리의 정신 또한 발전하고 파생되어 더 좋은 무언가로 이어집니다. 한국 고유의 문화가 잘 보존된 것들은 또 남아서 직업을 파생시켰습니다. 한옥 기술이 불타버렸다면, 현대에는 한옥 기술자가 없었겠죠?
(문화는 단순히 어렵고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들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연재하는건 조상님들의 오랜 기록 문화의 영향을 받았나봅니다?)
이처럼 문화라는 것은 좁게 보면 안되는 분야입니다. 문화 덕분에 우리는 예술과 감수성을 발전할 수 있었고, 또 그와 관련된 업종이나 직업이 개발되었기에 일자리도 더 많아진 것입니다. 제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직업 시리즈에 넣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직업을 고르거나 뭔가 할 것을 선택하기 힘들 때, 문화와 역사를 참고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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