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곰팡이 [396887] · MS 2011 · 쪽지

2012-03-03 16: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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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첫 졸업생 한탄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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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찬밥 신세… 서자 취급" 로스쿨 첫 졸업생 한탄과 분노


"30곳 지원했는데 다 떨어져"
"급여 절반 인턴 거쳐라" 압박에
"실력 형편없는 수준" 수모까지
한국일보 | 입력 2012.03.03 08:03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지난달 1,500여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충분한 공급을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사법 전문가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목적으로 2009년 탄생한 법학전문대학원. 하지만 1기 졸업생이 사회에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벌써부터 로스쿨을 실패한 제도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택시 운전하는 변호사, 남의 일 아니다"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변호사 자격시험이 최초로 시행된 1월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강의실에서 응시자들이 신중한 표정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이러한 우려의 근간에는 실업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택시 운전하는 변호사라는 말이 비아냥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는 로스쿨 제도를 선행했던 외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업 문제의 심각함은 이번에 졸업한 1기 로스쿨생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지방의 한 로스쿨을 졸업하고, 지금은 경북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34)씨는 "지난 1월 변호사 시험을 친 직후부터 30군데 넘는 로펌과 일반 기업에 지원 했지만 모두 탈락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서울 소재 명문대 로스쿨 졸업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라는 평가도 있지만 사정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로펌 등에서는 기존 보수 수준에 60%, 적게는 절반 수준에서 채용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일정 기간 후 정식 채용을 결정하겠다는 사실상의 '인턴'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한 A씨는 "지방보다 취업의 문이 상대적으로 넓은 측면은 있지만 실업 문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심각

이들의 실업 문제에 대한 불안은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4월 이용구 사법연수원 교수(부장판사)는 법무부 주최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올해 신규 변호사 고용 시장의 수요를 법무법인 500명, 개인ㆍ합동 법률사무소 170명, 공공기관 72명, 기업 65명 등 합계 807명 정도로 예측했다. 이마저도 로펌이 지난 10년간의 평균에 비해 채용을 2배 늘이고, 법률사무소 역시 50% 이상 채용 수준을 높였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반면 올 로스쿨 졸업생은 1,500여명이고, 사법연수원에서도 1,027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점을 고려한다면 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군 입대자 등을 빼고, 법원 재판연구원이나 판검사 임용자 등을 빼면 1,900여명 정도가 새롭게 변호사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작년보다 채용을 늘일 여건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무늬만 변호사? 로스쿨에 대한 불신 심각

로스쿨에 대한 기존 법조계의 불신 역시 심각하다. 이들의 실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로스쿨 졸업생을 인턴으로 채용했던 한 변호사는 "탁월한 일부를 제외한다면 실력이 형편없어 놀랐다"고 지적했다. 사법고시 준비생도 알 수 있을 만한 민ㆍ형사상의 용어를 혼동하기 일쑤고, 재판부에 제출할 서면도 작성하지 못해 '알바'를 개인적으로 고용한다는 얘기가 서초동 법조타운에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기업의 사내 변호사는 "일부 회사에서는 로펌에 자문업무를 맡기면서 로스쿨 출신은 업무에서 배제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게다가 학점 부풀리기 논란 등 로스쿨 학사 운영 자체에 대한 신뢰성마저 떨어지고 있어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불신을 더욱 커지고 있다.

부와 명예의 대물림 수단으로

결국 로스쿨이 부와 명예의 대물림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졸업 후 미래가 불안정하다면 수업료 등 고가의 비용을 견딜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로스쿨 연수를 다녀온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미국 로스쿨은 이미 직장 생활을 통해 경제적인 부를 쌓은 중년의 학생들, 집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줘 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젊은 아이들 두 부류로 나눠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짐은 벌써 보인다. 이미 다수의 유력 정치인, 법관과 법학 교수, 기업인 자제들이 로스쿨에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다. 로펌 대표의 아들이 로스쿨에 들어가 '가업 대물림용'이라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 로펌에서는 최근 새로 채용된 로스쿨 출신들이 처우 등을 문제로 집단행동을 벌였지만 이들이 모두 대기업과 유수의 금융기관 고위 임원의 자녀라는 이유로, 또 로펌의 수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로펌이 아무 말도 못하고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법고시 때야 실력이 없으면 변호사나 판검사가 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돈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인 수요를 대폭 늘린 데 따라 로스쿨 문제는 상당기간 도드라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를 공격해 돈을 버는 샤크(상어) 변호사, 성매매 범죄 전담 변호사 등 변호사 업계의 탈선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공급만 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제도를 도입할 때의 열정으로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매년 수 천명씩 쏟아져나올 로스쿨 졸업생은 물론이고 기존의 변호사들까지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를 뒤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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