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장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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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들이 학원에 들어오면 공부에 대한 열의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열의가 가득하다고 해서 무조건 실력이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무조건 달려간다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방향을 알고 달려가야지만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휘라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어쩄든 어휘를 증가시키는 것은 영어공부에서 필요한 것임은 자명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어휘를 증가시킬 방법을 찾습니다. 가능하면 쉬운 방법을 찾습니다. 이것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게으름이 표출되는 것입니다. 연상기억법을 이용한다는 말장난식 단어장같은 것으로 재미를 추구하며 어휘를 암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는 재미는 있어도 실력이 키워지기는 힘듭니다. 아닐꺼 같다구요? 충분히 단어가 외워져서 실력이 될꺼 같다구요? 자신을 실험실의 쥐로 만들고 싶으시다면 스스로 실험해보세요. 그런 단어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구요? 실패한 사람들은 없나요? 누가 더 많을까요? 드러난 정보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마세요.
단어장은 학생들이 쉽게 어휘를 습득하는 도구가 되지만 쉽게 습득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을 빼먹고 습득하게 됩니다. 너무 단편적인 어휘실력만을 갖고록 만들고 모든 문장에서의 어휘 의미를 자신이 외운 것으로만 이해하려고 시도하게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해석이 아니라 소설 한편을 쓰게 되지요..
예전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단어장이라는 것이 제대로 없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단어장이라는 것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습니다. 단어장으로 공부하지 않아서인지 어휘의 폭이 상당히 좁았습니다. 하지만 사전을 통해서 단어의 용법과 다양한 의미를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어휘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법은 익혔습니다. 소설을 쓸 가능성이 확 줄어들었죠...
요즘 학생들은 사전을 잘 활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문제집에도 어휘가 따로 정리되어 있어서 그런 것을 보면서 빠르게 빠르게 해석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공부는 밭에 화학비료를 뿌려대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식물들이 필요한 영양소를 얻으면서 성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갈수록 땅은 황폐해지고 비료와 농약에 대한 필요는 증가하게 됩니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단어장은 이런 화학비료같은 역할을 합니다. 당장은 편해도 학생들의 영어공부의 밭을 황폐화 시킵니다. 그래서 약한 작물만이 키워지게 되지요...
그렇다면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유기농퇴비같은 것이 무엇일까요? 그게 바로 사전입니다. 사전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영어공부의 밭은 기름져지게 됩니다. 비료를 칠 필요가 없도록 땅의 힘을 키워주지요. 작물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농약도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짧은 시각으로 봤을 때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행위로 간주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길이 됩니다.
사전을 활용할 때는 일단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표시만 해두고 그 문장 안에서 어떤 문법적 역할을 수행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것을 품사를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아는 단어라고 할 지라도 새로운 품사로 쓰인 거라면 모르는 단어로 인식해야 합니다. (단어장으로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인식작용이 막혀있습니다.) 그 다음에 문맥에서 그 어휘의 의미를 추론하는 것입니다. 문장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위해서 그 어휘가 어떤 의미이면 좋을까를 생각해보고,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어휘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보고, 어려운 단어라면 지문 안에 의미가 풀려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 후에 사전을 찾아서 그 품사에서의 의미를 확인하고 예문을 통해서 지문의 어휘와 쓰임을 비교하며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 것이 영어실력을 제대로 키우는 과정이 됩니다. 그 뒤에는 이렇게 찾은 어휘를 자신이 만드는 단어장에 정리를 하든지 아니면 그 후에 계속해서 그 지문을 반복해 봄으로써 저절로 암기되게 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전에 대한 필요성이 생길겁니다. 사전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왕에 사전으로 공부할꺼라면 사전을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전은 크게 전자사전과 종이사전이 있습니다. 전자사전은 좋은 점도 많고 나쁜 점도 많습니다. 저라면 영어의 기본실력을 키우는 시기라면 전자사전으로 공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저도 컴퓨터 사전을 쓰고 있지만 장단점이 너무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추천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전자사전의 장점은 빠르게 검색된다, 방대한 사전이 포함되어 있다, 발음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단점은 한번에 볼 수 있는 화면이 적다, 예문 검색이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종이사전은 검색이 느리고, 발음도 발음기호를 익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페이지를 펴면 다른 연관 어휘도 보이고, 예문들도 한 페이지 이내에서 다 검색되며, 연관 숙어등도 볼 수 있으므로 다각적인 시각을 키우는데 좋습니다. (컴퓨터 사전은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고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므로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학생들에게 종이사전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이런 말을 하면 원시인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한 세상에서 유기농법으로 농사지은 농작물이 비싸게 팔리는 현실을 보면 뭐가 더 이익일지 말 안해도 아실겁니다.
종이사전은 또 다시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영한사전과 영영사전입니다. 영한사전은 뜻이 한글로 풀려 있는 것이고, 영영사전은 뜻도 영어로 풀려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초보자는 영한사전이 보기 편할겁니다. 영영사전으로 뜻을 찾으면 꼬리에 꼬리는 무는 검색의 릴레이를 경험하실겁니다.ㅋ 하지만 영한과 영영이 단순하게 뜻을 풀어놓은 언어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문법체계 역시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영한사전에서 "어떤"이란 의미의 what을 찾으면 의문형용사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영영사전에서는 한정사(Determiner)라고 나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법적 차이점입니다. 영한에는 한정사의 개념이 없고, 영영에는 한정사의 개념이 있습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서 문장을 보는 눈도 다를 수 있습니다. 영한은 한국식 영문법인 성문, 맨투맨 체계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고, 영영은 원어민들의 주류 영문법 체계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영영사전을 보고 싶지만 실력이 안되서 영한을 볼 수 밖에 없는 학습자라면 영영한사전을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영영한 사전은 영영사전에서 영어로 된 뜻풀이를 한글로 다시 해석해놓은 사전입니다. 그래서 영영사전의 장점과 영한사전의 편리함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종이사전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무조건 얇은 사전은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전은 반드시 대략 5cm 전후의 두께를 갖는것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얇은 사전은 단어장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영어를 전공하든지 아니면 전문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사전도 여러권 봐야 합니다. 사전마다 특징이 다르고, 다루고 있는 영역도 다르고, 예문도 다릅니다. 물론 여러개의 사전을 보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있어서 그 사전을 주로 쓰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다른 사전을 참고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어휘를 깊이있게 공부한다면 당연히 여러 사전을 봐야 하구요...
사전에 대해서 드는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써 봤습니다. 공부도 인스턴트식이 되어가는 요즘 세상을 보면서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요... 아무튼 열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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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예전부터 여쭙고 싶었는데 어떤 영영사전이 좋은가요..?
으으 예전에 누가 영영사전에 특징을 정리해논 글을 보고 아 영영사전도 암꺼나 보면
안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_=;; 그 글을 찾지 못해서 여쭤 봅니다..
하나를 고르라면 맥밀란이 괜찮습니다. 영어사전은 특징들이 확확 달라서 저도 여러 개를 동시에 보는데요, 학생이 보기에 맥밀란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
시중단어집과 공부하면서 모르는단어 나름 추론 해보고 전자사전에서 찾아 기록해놓은 단어장을 병행중인데 종종 두 단어장이 겹치면서 잊을만하먼 다시 나오길래 잘외워진다고 생각중이었는데 아무래도 종이사전이 나을까요?
그리고 접미사나 어근 등의 분류로 단어암기를 하는 것에도 비판적이신가요?
전자사전도 내용은 똑같은데요 정보의 배치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전자사전은 안쓰고 있습니다. 예문을 보는데 지장이 없으면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근으로 외우는 단어는 대부분 고급 어휘들이죠... 우리식으로 하면 한자어들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나중에 토플같은 공부를 한다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수능을 대비할 때는 몰라도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전 보다 보면 스스로 터득하는 것들도 생기구요... 어근으로 외우는 것이 나쁘다가 아니라 수능에서 어휘가 빠르게 활용되려면 단순무식하게 암기하는게 제일이란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공부를 잘하셨던 이모부님이 제가 초딩때였나 중딩때에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나네요. '영영사전으로 단어를 찾아보면 말이지, 모르는 단어가 계속 나오거든. 그걸 끝없이 찾아가는 과정이 참 도움이 된다.' 그걸 알고 있는 주제에 실천도 안해보았네요ㅋㅋ
롱맨 영영사전은 어떤가요?
롱맨은 가장 기본적인 영영사전입니다. 2000개의 설명 어휘를 활용하기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확률은 적지요 ^^
쌤 영영한 사전은 어떤걸 추천하시는지 여쭤봐도되나요?ㅎㅎ
영영한은 추천이란게 의미가 없습니다. 시중에 나온게 별로 없거든요... 롱맨 빼고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
(예를들어 a number of를 영한사전은 많은으로 해석하지만 영영은 not many.But more than a little로 해석하죠)
이런 사소한 이유때문에서라도 영영사전을 이용해야하는이유가 있죠. 그렇지만 영영사전을 이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뺏긴다는 생각때문에 경선식영단어만 주구장창 외우고 있습니다. 상변선생님은 수능대비하실 때 영영사전 이용하신건가요??
수능 대비할 때는 영한사전을 봤습니다. 그 당시엔 영영사전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ㅋ 영한사전도 단어장보다는 훨씬 좋죠 ㅋ 사전을 이용하면 글의 문맥을 자꾸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간을 빼앗기는 대신에 문맥독해란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 영영사전은 어떤가요~??? 전 이거 이용하는데...ㅠㅠ
지금 찾아보니 콜린스 코빌드네요. 네이버에서 사전을 만든건 아니라 영영사전은 다 유명한 사전 탑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는 콜린스 코빌드와 옥스포드 사용하네요.
롱맨 active study dictionary 추천도 많이 하더라구요!!
어원들로 단어나 숙어뜻 유추하는건 어떤가요?
그래서 모르는 단어나숙어 나올때 문맥에 맞게 뜻을 끼워맞출수 있을까요??
단어장이 체계적이라서 좋은뎁ㅠ
상변쌤 강의에서 어원분석이나 단어나 숙어 어원으로 추론하는법
알려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