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생]스스로 불행하다 생각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 나의 경험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3708949
안녕하세요 오르비 학원 강사 정규영입니다.
많은 학생들의 쪽지를 받으면서, 또 오르비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학생들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절실함이 오래 전 제 수험 생활을 많이 생각나게 하더군요.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선생으로서가 아니라 여러분과 같은 입시를 조금 먼저 겪었던 선배로서 제 경험을 말해보고자 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제 성적은 항상 반 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고3 내내 봤던 모든 모의고사들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았던 수능 성적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긴 힘든 성적이었죠.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00점 만점 기준으로 300점을 조금 넘는 점수였어요.
대학 진학을 위해 저를 상담해주시던 담임 선생님은 ‘지금 점수는 사실 니 실력보다 높은 점수다, 감사해하며 대학 가라.’ 하시며 경기도권 몇몇 대학을 추천해주셨어요. 이 대학은 취직이 잘되고, 이 대학은 발전 가능성이 있고 이 대학은 또 어떻고..
재수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선생님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수능을 세 번봐도 니 점수는 지금 점수보다 높지 않을 거라 말씀하시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넉넉하지 못한 형편을 알면서도 1년만 기회를 달라며 부모님께 사정할 때, 제 마음의 팔할은 오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기로 시작한 재수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 실력은 너무나도 형편없어 수학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전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현역 때 수능을 이과로 봤던지라, 사탐 같은 경우는 정말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 당시 저는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못 만나고, 좋아하던 게임도 못하고, 영화도 못 보고, 연애도 못 하고,
공부만 해야 했으니까요. 근데요, 지금은 그 때가 그리워요. 무엇인가에 몰입했던 기억이요.
다 커버린
지금도 그 막대사탕이
그리운건. 그 단맛 때문만이
아니다. 난 정말이지
가끔은 어릴 때처럼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에
함몰되고 싶다.
광수생각이라는, 예전에 모 신문사에서 연재했던 만화에 있던 내용이에요. 제 수험생활이 사탕처럼 단 맛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에 몰입했던 그 시절이, 전 지금도 그립습니다.
어두컴컴한 독서실 내 책상, 까맣게 된 정석 책,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된 졸음과의 싸움(전 졸려서 울었던 적도 있어요.), 매일하던 자책, 독서실 책상 위에 붙여 놓았던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쓴 ‘초심’이란 글자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하지만 그 땐 절실했던)
이 모든 것들이 참 그립습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불행하다 생각하지 마세요.
한 가지를 위해 나머지 것들을 잠시 잊어야 한다는 것이 곧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몰입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나, 아무 때나 부여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여러분들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죠.
푸쉬킨의 시 중 이런 구절이 있죠.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리니’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고통은 반드시 지나갈 것이고, 또
그리워질 것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출제자 하고싶은데 모집공고같은게 어딨는지 모르겠네요.. 기하선택인데 수학출제자로...
-
언매미적 사문정법 vs 화작기하 지1생2 치대~한의대 목표입니다 국수공통부분이랑...
-
25살에 대학 입학하면 학교생활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할까요? 18
군필이고 25살에 대학 입학할거같은데 학교 생활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사는게...
-
질받 3
나이는 묻지 마세여 ㅡㅡ
-
절대로못하는게아님ㅇㅇ
-
표준점수가 입시에 영향이 가는건가요?
-
프미나 릴스랑 숏츠가 거의 절반인데 진짜 뭐임뇨
-
그러면 상처 받을 일도 힘들 일도 없는걸요
-
교대갈걸 그랬나... 넘 힘들다 퓨ㅜㅜㅜㅜ
-
이거알음?
-
체력똥쓰레기라 Pt받을 때마다 쎈b스텝 하중중상 문제 4개 풀고 4개 다 틀리는...
-
전에 이거 실수로 썼는데 저 하얀 거 쓰는 거 아니지?
-
학원 알바 하는 중 심심해서 문제 하나 만들어봤어요! 4
예쁜 문제니 잘 풀어주세요!
-
뉴진스도 난리나고 메이딘도 가은이 탈퇴하고 시그니처도 터진다고 하고 여돌판 어지러운 11월 말...
-
......
-
한여자랑만 연애vs여러여자들이랑 동시에 연인관계
-
추버라 1
으
-
[칼럼] 표본의 이동 방향, 대체 학과, 기피 학과 0
*작년에 올린 두 번째 글입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검색밴이 풀려서...
-
김승리 매월승리 1
현강생인데 현장에서 사면 굿즈 안주겠죠
-
다른소속사랑 계약해서 18
다시만났으면 좋겠다... 프로미스나인... 눈물나네
-
제곧내… 과외구해도 너네 안올거자나ㅜㅜ
-
아일릿밖에 안남았다.. 아.
-
가는거 어캐생각하세요?
-
15교육 과정인 시발점 상하 사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시발점 공통수학 12 사는게 맞을까요
-
검정색 경량은 걍 아저씨들이 일상용으로 입는건데 그게 왜 유행? 다른색깔 경량이면 몰라
-
던킨도나츠 맛있겠구만
-
흠
-
일생에 한 번!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만 참가 가능하십니다.뇌과학 및 인공지능...
-
삶과 현실에 초연하다.<——-이거 현실에 저항하는 거니까 틀린거 아님뇨?? 차라리...
-
떴으니까 올리지 뭔가 좀 많이 바뀌었네
-
현역때 대학 붙어서 1년다니다가 휴학하고 수능 한번 더봐서 대학가면 나이는 22에...
-
해체라고 하지 말아줘
-
사탐런하고 21211 ㄱㄴ? 아 그리고 이번에 미3 88인데 통통런 할지말지도...
-
수학 모의고사 30번같은데 혹시 아시는분?
-
다들 맛저 5
저는카레먹었어요 금주하느라술못먹는게 너무힘드네요
-
지금 시간대에 사람이 많이 계실 것 같아 다시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달원입니다....
-
어 형이야 2년만에 다시 돌아왔어
-
프미나와의추억 5
이걸로 많이 흔듬
-
익명으로 글써도 말투 좀만 티나게쓰면 가면쓴 고닉인거 들킴,,,,, 말투가 이렇게 중요합니다여러분
-
근데 왜 예비고1?이전 시발점 수1 수2는 고3,2던데
-
스카에서 하다가 말아먹고 또 스카에서 하다가 이제는 안되겠다 싶네요…… 괜찮은 곳 추천해주세요
-
민증검사함 9
기쁘다
-
아는분들 지나갈때 후다닥 인사만 하고 대화를못했다 요즘너무 심심해
-
다른 소속사 중에 긁어볼 소속사 없으려나
-
율벼깅 0
얼버기
-
최저떨이라 슬프지만 진정한자유 음하하
-
[속보] 동덕여대, '점거 학생' 경찰 고발..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 2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본관 무단점거 등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
미적 1컷 예상 3
물수능일 경우 항상 예측컷보다 컷이 올라요 88에서 갈릴 가능성이 있는데 공통 미적...
감사합니다
멋있다.
안그래도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짜증났는데..
이 글 덕분에 피멍든 저의 가슴에 다시 한번 패기를
불어넣는 바 입니다..감사합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공부 할 책상이 있다는것 만으로 감사하라"라는 말을 보며 공부할 여건이 좋지 않아 매일 불평만 늘어놓던 제게 큰 충격이었는데
오늘 한번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크랩 해두고 두고두고 보겠습니다^^
이런글 때문에 제가 오르비에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랩해갑니다.
고3 들어서 1,2 학년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제 모습보면서 언제 이렇게 몰입해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도 언젠가는 그리워지는 시절이 오겠죠
아 왜 울컥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