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리프 [435266] · 쪽지

2013-12-23 22:35:50
조회수 13,541

연세대 쓰신 분들께 드립니다 (+ 국제캠퍼스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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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원서 접수 기간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요 며칠간 오르비에서 논란의 핵이었던 연세대
정시가 결국엔 서울대, 고대처럼 경쟁률 하락하는 무난한 양상으로 원서접수가 마무리 된 듯
합니다. 지원자들 중 상당수가 합격하실 걸 알기에 제 후배가 될 오르비언들에게 작년 이맘때,
그리고 지금 1년 다니고 난 후에 느끼는 여러 복잡한 느낌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공유하고
또 예비 후배님들께 하고 싶은 말도 있어서 여기에 이렇게 써 보게 됩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고3때와 재수때 그닥 연세대를 선호하지 않던 학생이었습니다. 항상 목표는
서울대였고 연대/고대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두말 않고 고대를 택하곤 했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고대쪽으로 갈 생각을 제일 많이 했었죠. 재수할 때는 민족의 아리아 등 고려대 응원가 들으면서
힘내곤 했으니까요. 저는 재수 수능을 꽤나 성공적으로 치뤄냈습니다. (현역때 서성 사과~경영
정도의 라인에 만족을 못했고, 정시 가나군 고대-서울대 내고 깔끔하게 재수했으니까요ㅎㅎ)
수능 성적이 연고대 중상위과정도가 적정이고 조금 더 과감하게 해보고자 한다면 고정경이나
고자전 정도까지도 아슬아슬한 합격을 점칠 수 있는 라인이었으니까요.

지금으로부터 1년도 더 전에 전반적인 동향이나 다른 수험생들 점수 알아보려고 오르비 많이
들낙거렸죠. 나군 서울대 하위도 노려볼 수는 있는 점수였지만 어쨌든 가군을 지원의 핵심으로
하고 고대 위주로 원서영역 공부 하고 있는 도중에 (정말 그때만해도 연대는 생각도 않고 있어서..)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흘러는지 모르는게 수능 전에 날리듯이 봤던 연대 논술에 덜컥 붙어버린겁니다.
당연히 그동안 공들여서 공부했던 원서영역은 고스란히 휴지조각이 됐고 두번의 수험생활동안
항상 제 마음 속 워너비였던 고대는 이제 영원히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학기는 또 송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걸 그때 알고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지금은 어디가서 예전에 이런 생각 했다고 부끄럽고 낯간지러워서 말도 못하는데 그 당시에만 해도
마냥 얼굴 펴고 다닐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죠. 저도 이 때 왜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던 송도에서의 한학기 생활, 그리고 학교에 정 붙이면서 내가 다니는 학교가
참 좋다 라는 차원을 넘어서 내게 과분하기까지 하다는 생각도 들고, 좋은 활동 하면서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날 수 있고, 작년 수능 끝나고 점수 1점 2점으로 학과 고민을 하는 시절을 지나면 또
그때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것들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참 뿌듯하게 1년동안 즐겁게 학교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 연대 축제의 모토가 "My name is Yonsei" 였습니다. 참 그 문구를 보고
가슴이 뛰는 제 자신을 봤을 때 완전히 연세인 다 됐고 수험생 시절의 제가 아님을 비로소
확실히 알 수 있었네요. 아래는 너무 좋은 올해 연대 응원가 신곡의 가사입니다.

"외쳐라 가슴 깊이 새겨진 내 이름아. 찬란한, 영원한 나의 연세여"

그 어떤 분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연부심'에서 예외가 되진 않을겁니다.
(서울대 붙어서 빠지는 사람 제외^^)


그리고 국제캠퍼스 팁을 좀 드리고자 합니다. 1년 송도에 있는 것에 대해서 갑갑하다거나 막연한
두려움 갖고 계신 분들 많을텐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상당수 한학기만 있다 신촌 온 저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거기에 한학기밖에 못있는다는 것을 많이 아쉬워했으니까요^^

1. 우선 기숙사에 짐을 내려놓으러 캠퍼스타운역에 내려서 걸어오시다 보면 적잖이 '멘붕'하실겁니다.
황량한 풍경에 주변에 보이는 것은 듬성듬성한 깡통(?)건물들과 갈대밭이 눈에 띕니다. 이런 곳에서
1년을 보내야 한다니 참 난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2. 1번의 걱정은 딱 일주일만 생활하다 보면 기우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전에 오티나 새터 등
과 동기들과 안면 트고 친해질 수 있는 행사는 가급적 가서 얼굴 익혀놓는게 좋고, 개강하면
공강시간이나 저녁, 새벽 할 것 없이 동기들과 모여서 과제하거나 배달음식 시켜먹거나 하는 등
엄청나게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또 보도로 20분 거리에 있는 해양경찰청 주변 먹자골목에 가서
음주도 참 많이 하게 됩니다ㅋㅋ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동기들이랑 잘 어울릴
환경이 되는게 전원 기숙사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3. 국제캠퍼스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해보세요. 3월은 신촌에 있는 선배들과 만날 자리도
꽤 있고 연고 합동응원전 등 행사도 많은 기간이라 신촌에 많이 왔다갔다 할텐데, 3월 한달이 끝나면
국제캠퍼스에서 하는 활동을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보다는
그 때가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특히나 송도 기숙사는 호그와트처럼 나름의 테마가 있는 하우스가 8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우스별로 하는 활동도 다양하고 주기적으로 하우스미팅도 갖고 하니까 참여해서
타과 친구들 만나보는 기회가 됩니다.
레지덴셜 마스터 교수님께서 이런저런 활동 하라고 활동비 지원도 많이 해주시고 가면 바베큐파티 등
먹을 것도 많으니 이런 활동 참가하기를 추천드립니다.

4. 국제캠 도서관인 언더우드 기념 도서관을 잘 활용해보세요. 가서 공부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언기도의
최대 장점은 멀티미디어 시설이 최신식으로 정말 잘돼있다는 겁니다. 심심할 때 친한 친구들끼리 혹은
여자친구/남자친구랑 같이 영화보기 정말 좋습니다. 전 한학기만 있다 와서 참 그런 시설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는데, 1년 있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최대한 활용하는 것 같아서
나름은 부러운 면도 없지않아 있습니다. (신촌 도서관은 시설이 그거보다 못해서..)

5. 커플 정말 많이 생깁니다. 전원 기숙형으로 20세 전후 남녀를 좁은 공간(?)에 모아놨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자기 과가 심하게 남초다 혹은 여초다 해서 낙심할 필요 없습니다. 국제캠 활동 활발히 하거나
그러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깨지면 참 불편하겠죠ㅋㅋㅋ)
참 주변에서 커플은 무섭게 늘어나더군요ㄷㄷㄷ

비록 한학기만 있다가 신촌에 왔지만 송도 기숙사에서 짐 빼는 날 주로 동기들끼리 놀았던 곳
그리고 매일 오갔던 강의실이나 강의실 간 이동 경로 다시 되밟아보면서 참 아쉬웠습니다.
국제캠퍼스 팁은 여기까지 드리겠습니다. 혹시나 더 궁금하거나 한 부분 있으면 질문 환영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르비의 모든 예비 후배님들께 연세대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선택한 이유가 순수하게 연대 이미지 때문이든 아니면 합격 가능성 때문이든 매한가지로
입학하고 나면 하나의 연세인이고 저처럼 '연세'를 제 2의 이름으로 간직하게 될 것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원서쓴 직후이고 합격 여부에 마음 졸이고 계실텐데, 지옥같은 헬게이트
입시를 치루어야 하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께 애도를 보내고 연대 지원자들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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