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연구소 [1084446]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1-12-22 20:19:19
조회수 12,228

칼럼) 가능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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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NING 상당히 제 생각을 직설적으로 담아 기분 나쁘게 들릴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제 생각에 동의 하지않으면 제 말을 듣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저는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했습니다. 

뭐 수능날 교통사고를 당했니 같은 특별한 케이스 들고와서 따지지 말아주세요.


오르비나 타 수험생 커뮤를 둘러보다 보면 가끔씩 눈에 띄는 "가능"에 대한 글이 보입니다. 


"55555인데 11111 찍는거 가능할까요?"

"국어가 잘 안되는데 수능 때는 1등급 가능할까요?"

"의대가면 연 ~억 버는거 가능할까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억 모으는거 가능할까요?"


근데 이런 질문 대부분의 대답은 이겁니다.


"예,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답변은 이어져야할 대답의 뒷말을 생략합니다.


"예, 가능은 합니다만 노력을 무진장 해야할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당신이 그 정도로 노력할 확률은 낮습니다."


왜냐하면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려를 하면 막상 "가능"에 대한 질문을 했던 사람에게 오히려 해가 갑니다.


오히려 그 사람을 가능충으로 변모시키게 됩니다.


막연히 자기가 "가능"하다는 것만을 알고, 그 "가능"을 달성하기 위해서 들어가야하는 노력의 양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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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옛날에 이번 년도 초기에 1억을 모았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랬을 때 참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반응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새내기가 저렇게 돈을 모았다는게 가능한 거임?"

     ㄴ "ㅋㅋ 저정도는 부모님 잘 만나면 씹가능이지"


그래요. 저 부모님 잘 만난거 맞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용돈 꽤 많이 주신 편에 속했죠.


그런데 제가 보유하고 있는 돈에서 부모님께서 주신 원금액은 채 30%도 안됩니다.


전 초~중학생때부터 STEAM게임 사업을 했었습니다.


TF2라는 게임의 코스메틱 아이템 관련한 사업이었죠.


친구와 함께 서버까지 운영하면서 거의 매달 30만원 넘게 벌었던걸로 기억합니다.


CS:GO라는 게임의 아이템도 거래하면서 돈을 많이 잃고, 얻기도 했습니다.


한때 계정가치가 4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었으니 말 다했죠. 


중학생때는 친구들 노트북에 깔려있는 학교 관리 프로그램 뚫어주는 것으로도 돈을 엄청 많이 벌었습니다.


친구들 게임 계정 (클오클, 피파) 같은 것도 사고 팔며 게임 쪽 관련해서 수익이 상당히 증가했다보니 (이거 다 중학생 기준인거 아시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제 자산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주식도 시작했습니다.


주식 책을 읽고, 각종 증권사 리포트, 해외 뉴스 등을 봐가며 꾸준히 성장을 많이 할 만한 주식을 잡아나갔습니다.


그 이후로 중고 컴퓨터 부품 거래,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 등으로 돈을 계속 벌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기숙사 학교다 보니 추가 수익원 구상이 힘들어지자 주식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1000만원짜리 장학금을 타기도 했고,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500만원 가량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오랜 노력이 


"대학생이 저렇게 돈을 모았다는게 가능한 거임?"

     ㄴ "ㅋㅋ 저정도는 부모님 잘 만나면 씹가능이지"


저 "씹가능"이라는 단어에 함축되어 버립니다.


댓글을 읽은 수험생들은 막연하게 "저런 건 부모님만 잘만나면 가능한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은연중에 '나도 부모님을 잘만났으면 돈 저리 모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가 부모님만 잘 만났으면 자기도 저 정도는 쉽게 벌었을 것이라 얘기합니다.


이게 "가능"이라는 단어의 무서움입니다.


남이 어떤 업적을 이뤄내기 위해 들인 노력을 가능충들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가능충들은 오직 "가능"하다는 것에 집중할 뿐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도 똑같이 자기 생각을 설파하지요. 


이런 가능충의 생각은 자기객관화가 안된 질문자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자기의 걱정을 해소해주고, 불안을 잠식해주거든요.


그렇게 질문자도 가능충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이제 남에게도 "가능"을 외치며 자기 자신을 위로합니다.


그렇게 가능충들은 증식해 가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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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충1


모 의대생이 33333을 어캐 올려서 의대에 합격한 수기를 읽고 모 수험생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난 성적대가 ~~~한데 나도 열심히 공부하면 의대가 가능할까?


하고 글을 올립니다.


마음씨 착한 사람들은 "가능"이러면서 격려의 말을 올립니다.


그러고 수험생은 막연히 "열심히하면 나도 가능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됩니다.


"가능"이라는 단어에 담긴 노력에 대해서 전혀 실감해보지 못한 상태로요.


애초에 실감해볼만큼 열심히 노력을 했던 수험생이면 "~~~인데 노력하면 가능?"이라는 질문 자체를 잘 안 올릴테니까요.


그러고나서 실패하면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서 잘못된 원인을 찾습니다.


왜? 자기는 "가능"했으니까, 이 것은 분명 다른 무언가 외부 요인이 잘못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제대로 된 원인 파악조차 안하고 재도전을 합니다.


가능충2


모 가능충은 69성적에 비해 수능 성적이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봐도 평가원이 그지 같이 낸 잘못 같습니다.


시험을 이렇게 낸 평가원에게 억울한 감정 뿐입니다.


괜히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다리를 떨어서 집중이 덜 된 것 같고


괜히 답 맞추는 떨거지들이 설쳐서 멘탈이 나간게 문제인 것 같고


자신은 교수들이 거지 같이 낸 것이고 자기는 기존 수능 기조에 맞게 공부한, 변칙적인 수능 출제의 피해자입니다.


가능충3


모 가능충 재수생은 이번 수능으로 분명히 서울대에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들 자기보다 낮은 성적대에서부터 시작하여 합격한 수기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친구가 게임을 하는데 너무 재밌어 보입니다.


게임을 하고도 서울대 가는건 큰 문제 없다는 글이 기억이나 몇판 조집니다.


예쁜 여학생이 눈에 띕니다.


연애하고도 대학교 잘만간 케이스들이 몇개 떠오르며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한 채로 연애를 시작합니다.


결국 가능충3은 수능을 말아먹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연애가 문제였어' '게임이 문제였어' 


막상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자신'인데도 불구하고요.


자신이 한 행동임에도, 자신이 내린 판단임에도 그 행동과 판단을, 그 자체를 객체화하여 책임을 전가합니다.


그리고 다시 행복회로를 돌리며 삼수를 시작합니다.


가능충4


가능충4는 무조건 로스쿨에 갈 겁니다.


일단 무조건 목표 대학에서 복전을 할 것이고, 


무조건 목표 대학에서 높은 학점을 받아


인설로스쿨을 가서 변리사가 될겁니다.


다른 목표 없습니다. 실패 했을 시에 대안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누군가 가능하다 했으니 노력만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겁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릴때마다 계속 "ㄱㄴ"이라 달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감이 붙고, 무조건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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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을 빌어 이런 분들께 한 말씀 올립니다.


가능충1 정신차리세요.


"가능"한 것과 당신이 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당신이 실패한 원인도 99% 당신일겁니다. 인정하기 싫은 것 뿐.


노력을 더 할 생각을,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더 찾으려는 생각을,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을 거듭해야 성공이라는 것이 "가능"한 겁니다.


"가능"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지 말고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 및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하세요.



가능충2 정신차리세요. 


당신이 실패한 것은 99% 확률로 당신 잘못입니다.


누구는 외부 요인 대비 안합니까? 외부 요인에 대비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당신이 배가 아파서 수능날 점수가 안 나왔다고요?


컨디션 난조를 씹어먹을만한 실력을 쌓아놓지 않은 당신 탓입니다.


누가 다리를 떨어서 집중이 안됬다고요?


특별한 질환이 없는 이상, 당신의 의지 부족입니다. 정 불편하면 귀마개를 하시던가 했어야죠.


평가원이 그지 같이 출제했다고요?


그럼 잘 본 애들은 뭡니까? 유연하게 공부 안한 당신 탓입니다.



가능충3 정신차리세요.


"가능"한 것과 당신이 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당신이 실패한 원인도 99% 당신일겁니다. 인정하기 싫은 것 뿐.


당신은 노력한다 생각하지만, 실상은 독서실에 앉아 유튜브를 봅니다.


당신은 노력한다 생각하지만, 실상은 친구랑 몇시간씩 전화를 합니다.


당신은 노력한다 생각하지만, 실상은 필기를 열심히 할뿐 다시 읽으면서 체화하려는 노력을 안합니다.


당신은 노력한다 생각하지만, 여자와 연애를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뭔 목표를 그리 높이 잡고 부모님 등골이나 빼먹으면서 자신의 주변 환경 탓을 하면서 "가능하다"를 주장합니까.


가능충4 정신차리세요.


로스쿨이 ㅈ으로 보입니까?


변리사가 하도 요즘 많이 거론되서 그렇지... 되기가 쉬워보여요?


세상에는 노력으로도 극복 안되는 벽도 있습니다.


그걸 인지하지 않고 단순히 다른 사람들도 된 사람들이 있으니 내가 노력만하면 될거야 같은 이상주의적 사고는


당신이 만약 실패했을 경우 당신을 우울로 몰아세우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ㄱㄴ 글이 증진시키는건 결과가 증명할때까지는 자신감이 아니라 근자감일 뿐입니다.


목표가 확고한 것은 좋으나 가능이라는 인터넷 자위질에 빠져 자신을 현혹시키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크게 피를 볼겁니다.


가능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좀더 세상을 넓게 보도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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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 글을 보는 사람들도 이건 확실히 알아두세요.


"가능"이라는 두 글자는 생각보다 엄청난 무게감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 안에 얼마나 많은 노력, 재능, 운 등이 담겨 있을지는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가능"했다고 해서, 그걸 섣부르게 자기 자신한테 적용하지 마세요.


누군가에게 "가능"했다고 해서, 자기도 "가능"할꺼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진다면 저 위에 가능글로 인터넷 자위하는 가능충들과 달라질게 없게 됩니다.


가능충처럼 사회에 피해의식을 느끼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며, 인터넷에서 올라오는 긍정적인 글만 읽으며 위안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1. 자기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세요. 


2. 자기가 하는 노력을 (순공시간) 측정해보세요.


3. 자신의 목표를 너무 높게만 집기보다는, 궁극적인 이상향과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면서 현실적인 마음가짐을 탑재하세요.


4. 인터넷에 써져있는 글을 너무 다 믿지 마세요.


저 4가지만 잘 실천해도 가능충이 될 확률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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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모든 오르비언들에게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가능충들이 범람한데에는 현실적인 조언을 굳이 길게 쓰기 보다는 


"가능"이라는 단어에 뼈를 깎는 노력, 피눈물이 나오는 고난을 함축하여 그냥 쓴 사람들한테도 책임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남들에게 듣기 좋은 소리만 해주고 싶은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압니다.


누가 굳이 000 가능? 이라고 묻는데 재를 뿌리고 싶겠습니까.


그런데 그 것은 오히려 그 질문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입니다.


더 잘알고 더 많이 경험한 입장에서 조언을 하는 경우 우리는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면 순간적인 정신적 위안보다, 현실적인 조언 한마디 한마디가 도움이 더 될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오르비가 '최상의 세계'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 같이 발전하는 커뮤니티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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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전 바빠서 이제 내년에야 다시 오르비 들려서 쓸 것 같습니다!


2022년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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