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인형잭스 [1052533] · MS 2021 · 쪽지

2022-02-03 12: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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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 · 9평, 수능 생윤 만점자의 생윤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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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봉제인형잭스입니다. 이번에는 생활과 윤리 칼럼을 들고 왔습니다. 여기에는 이과분들 천지라 보실 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생윤이 선택자 수 1위인 만큼 굉장히 많은 분들이 생윤을 공부하시지만 의외로 취향에 따라 가장 확실히 갈리는 과목 중 하나가 윤리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윤리과목을 공부할 때 굉장히 힘들어하고, 짜증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며 기피하는 게 저로서는 다행이면서 동시에 안타까웠습니다. 제대로 된 접근 방식만 견지하면 윤리과목만큼 꿀빠는 과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능 과목으로써의 윤리를 싫어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나 까다롭고 실생활에 별로 도움도 안 되는 철학적 이야기 자체가 싫은 분들도 많지만, 그런 분들 만큼이나 윤리를 힘든 과목으로 인식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힘든 과목으로 인식하는 분들은 대체로 수많은 사상가들의 주장을 다 알고 있어야 될 뿐더러 그 말을 항상 아 다르고 어 다르게 꼬아버리는 문제들에 신물이 나서이더라고요.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한 문제입니다. 윤리 과목은 일반사회 과목과는 다르게 어떤 내용을 "알고" 있는 것보단 "이해"하고 "납득"하는게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암기를 통해 글자 하나하나 자세히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상가의 주장을 이해하고 납득함으로써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쯤에서 제 21수능과 22수능때의 생윤 성적표를 까겠습니다.


     


 6, 9월 성적표를 갖고 있지 않아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전 반수를 결심하고 3월부터 3개월만 공부하고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물론 9월도 만점 받았고, 수능 날에는 12분 정도 만에 다 풀고 5분은 검토하는 데에 쓴 후 나머지 시간동안 멍때렸습니다.


 그렇다고 제 머리 회전속도가 빠른것은 절대 아닌게, 제2선택과목이었던 정치와 법은 시간을 꽉꽉 채워서 썼는데도 시간이 부족해 선거구 문제 하나는 틀리고 말았습니다.

(정법은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에 정말 쉽게 나와서 2점짜리 하나만 틀려도 2등급 컷이 되고, 모든 탐구 과목 중 표점이 제일 낮은 과목이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생윤만큼 든든한 과목이 없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과탐 선택자분들, 아니 하다못해 다른 사탐 선택자분들이 공부와 문제풀이에 필요한 시간을 생각해봤을 때 정말 개꿀 적폐과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생윤이 일단 사상가가 어떤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왜 이런 말을 했고, 이러한 주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고 정확하게 이해해놓으면, 그 다음에는 이해한 내용을 기출 등을 통해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것 외에는 뭘 더 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몇 개념들은 암기를 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생윤 범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극히 일부입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사실 한 번에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론적으로는 필기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개인차는 존재하겠지만 저는 개념공부할 때 외에는 필기를 다시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항상 생윤공부하는데 필기에 목숨거는 분들이 불필요한 데에 에너지를 쏟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보통 생윤을 빡세다고 인식하는 분들은 앞서 말했듯 사상 자체를 어려워하거나 아니면 모든 주장들을 외우려고 하는 분들이었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비문학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생각해보면 이해하는 데에 시간도 충분하고 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기에 금방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상가가 한 말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십시오. 


예를 들어봅시다. 현대의 대표적인 공리주의 사상가인 피터 싱어에 대해 "자연과 윤리" 파트에서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을 배웁니다. 말 그대로 모든 존재의 "이익"을 평등하게 고려하자는 것이죠.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싱어에 대한 선지 중에서 "인간과 동물을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가 틀린 이유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싱어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점이 같기 때문에 동물의 이익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한 것이지, 인간과 동물이 도덕적으로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제 이걸 다른 파트에 끌고 와봅시다. 방금과 같은 논리를 "해외원조" 파트에 가져온다면 싱어의 논리가 이해가 됩니다. 우선 싱어의 사상에서 밑바탕이 되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그는 빈곤한 자들을 방치하는 것이 인류 전체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에서 지구상의 어떤 개인이 빈곤하다면 그 사람이 어느 공동체에 속해있던 간에 원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죠.


이 두 가지를 이해했다면 21학년도에 정말 말이 많았던 그 문제, 6월 평가원 9번 문제(a.k.a. 싱어 본인 등판 문제)에서 문제가 됐던 4번이 왜 틀린 선지라고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④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선지를 얼핏 보면 빈곤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의무이니까 맞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과 윤리" 교육과정 상에서 싱어의 입장은 부유한 국가의 시민이던 가난한 국가의 시민이던간에 그 사람이 빈곤하면 원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거죠.


 근데 4번 선지에선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원조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틀린 선지입니다. 물론 누굴 먼저 원조하느냐 등의 문제는 존재하지만, 어쨌든 가난한 사람이니 원조를 해야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죠. (이 문제는 싱어 본인이 저 선지가 옳은 선지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우린 싱어가 내는 시험이 아닌 평가원이 내는 시험을 보니 아무래도 평가원의 입장을 따라가야겠죠?)


 모든 사상가들은 자기모순을 항상 경계하므로 같은 사상가의 사상적 뿌리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통하기 때문에, 이렇게 공부한다면 공부하는 데에 부담이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위의 사례와 같이 평가원과 본인의 입장이 다른 예외적인 케이스가 존재하지만, 평가원은 교육과정 상의 논리적 충돌을 사상가들 만큼이나 경계하기 때문에 이 방식이 전반적으로 통합니다.


 대신 윤리과목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다른 사탐과목처럼 무작정 암기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어떤 사상가에서 자주 나오는 키워드나 문장을 같은 의미이지만 다른 말로 교묘하게 바꿔버리면 꼼짝없이 당하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보통 이런 상황을 말장난이라고들 표현하는데, 사실 말장난이 아니라 공부를 엉뚱한 방향성을 가지고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들어 드렸던 싱어 첫 번째 예시도 말장난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내용이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차이점을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평가원은 여러분이 그런 낚시에 낚이는 걸 알고 문제를 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아마 생윤에서 고정 1등급을 찍는 분들은 이미 다 이렇게 공부했거나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한 게 생윤 공부에 있어서 거의 전부에 가깝기 때문에 약간 영업비밀 같은 느낌이라 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어차피 깨달을 분들은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고 아닌 분들은 계속 아닐 것이기에 깨달을 분들의 깨달음을 앞당겨 남는 시간에 부족한 과목을 더 팔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해". 이것 하나만 확실하게 해준다면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했듯이 불필요한 노력을 줄이고, 공부하는 시간과 문제 푸는 시간을 단축시켜 여러분들께 생윤만큼은 든든한 효자과목이 되어줄 겁니다. 윤리러들 모두 화이팅!!




P. S. 윤사는 제가 해보지 않은 과목이라 사실 왈가왈부하긴 애매하지만, 내용이 생윤보다 어렵긴 해도 결이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생윤과 특징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윤사 선택자분들은 그냥 참고 정도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 비판과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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