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움이었음을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5122585
----
안녕하세요. 원아이드잭입니다.
일단 지난번 고려대 논술해설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주요대학의 논술고사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저도 잠시 쉬면서 머리를 식히고 있습니다.
내년 목표는 공들인 여러 자료를 무료로 배포하여 오르비에서 논술하면 원아이드잭이 생각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요즈음 오르비의 글들을 보다보면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즈음에 제자들을 위해 썼던 글을 하나 올려 그런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합니다.
----
공기조차 조용한 새벽, 여러분들과 했던 지난 1년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힘들고 짜증날 때도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함께 울고 웃던 그 모든 순간들이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큰 좌절감을 맛보고 있을 겁니다.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또, 아쉬움에 눈물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내년을 기약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러한 경험을 했기에 여러분들이 느끼는 다정(多情)한 감정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일단 여러분이 느끼는 그 감정이 어떤 것이든 지금은 그 감정에 취해보십시오. 불순하고 너무 아픔을 주는 감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 감정은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느낄 수 없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예정하고 있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합니다. 지금의 감정도 나중엔 그리워질 겁니다. 다만 그 후에 이성으로써 그 감정을 생산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십시오.
먼저 자신이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깨끗이 포기하십시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노력했던 과정과 지금의 안타까움을 계속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계속 여러분들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수능은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업이자 통과의례입니다. 전국의 학생들에게 하나의 과제를 주고 그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보고자함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충실히 자신의 몫을 했으니 충분히 과제를 잘 수행한 것입니다. 계속 그렇게 정진하십시오.
그리고 여러 상황 때문에 수능에 더 이상 목숨 걸기 싫은 학생들도 아쉬움은 그만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수능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하여 패배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여러분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만약 수능성적 순으로 인생성적이 매겨진다면 서울대에 간 학생들이 모두 A+학점을 받아야 할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몇 살 되지는 아니했으나 인생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고 깁니다. 충분히 역전할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을 긍정적 사고로 승화시켜 계속 나아가십시오.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기회는 많습니다. 제 얘기를 하나해볼까요. 여러분도 알고 있다시피 저는 로스쿨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선생이고, 로스쿨에 다닌다하니 제가 꽤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별거 없습니다. 저도 법대생시절에 사법시험을 실패하고 너무나도 깊은 수렁에 빠져 하루하루를 폐인처럼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좌절과 분노를 잊지 않고 계속 하루하루 포기하지 않으며 기회를 엿보며 살아왔기에 로스쿨이라는 기회가 생겨 법조인의 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 같은 범부도 이러한데, 여러분이라고 기회를 못 잡겠습니까.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계속 여러분 앞에 주어진 길을 걸어가십시오.
마지막으로 아쉬움이 너무 커서 한 번 더 도전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하십시오. 모든 것은 정해진 때가 있는 법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초등학교에 재입학해서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받는다고 해도 박수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입니다. 1년은 인생에서 그리 큰 시간이 아닙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보통 대학4년에 휴학1년을 해서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합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서 조기 졸업을 하거나 휴학을 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또, 여유를 가지십시오. 지금까지의 경험상 너무 곧은 것은 유연한 것을 이기지 못하고 쉽게 부러집니다. 한 번 더 수험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해서 지금부터 하루에 14시간씩 공부하는 것은 필요도 없을뿐더러 비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오래 가지 못합니다. 차라리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지난 수험생활을 되돌아보고 어떤 식으로 공부에 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충분히 다시 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회복된다면 그 때부터 다시 앞만 보고 달려가십시오. 마지막 조언은 ‘출세’보다는 ‘성공’을 위해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출세’는 세속적 개념이고, ‘성공’이 개인적 개념입니다. 여러분들은 서열화에 너무나도 익숙한 세대입니다. 서연고서성한으로 대변되는 입시에 물들어 모든 것을 서열화하기 좋아하고 조그만 것이라도 남들에게 이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이룬다고 해서 행복해질까요. 아닐 겁니다. 오히려 허망할지 모릅니다. 남들을 이겨야만 얻어지는 행복이 오래갈 수 있을까요. 그 대신 자신의 만족감을 위한 ‘성공’을 위해 노력하십시오. 충분히 자기 자신에게 떳떳할 만큼 노력하여 개인적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노력하십시오. ‘출세’라는 것은 그 ‘성공’의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남들을 이기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과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저는 후자의 학생을 위해 빌어주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그런 세속적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더 부담감에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낮아질 겁니다.
끝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했든 안했든 모두 수능이라는 큰 시험에 대한 압박감으로 일 년을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정말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건 간에 지금 이 순간을 꼭 기억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일부이고, 여러분 인생의 역사입니다. 살아가다보면 이런 순간들조차 아름다움임을 깨닫게 되는 날들이 있을 겁니다. 상심 마십시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디룩이 쓰담쓰담 0
-
인서울 못가도 그냥 살자,,
-
좀 문학을 너무 못해서 맨날 3~4뜨는 현역입니다. 독서는 2~3개정도로만...
-
레어 판 돈 두번 받음 ㄷㄷㄷ
-
. 0
편안한 안식처가 있으면 좋게써.. 허허
-
자야겠다 4
늙고 병든 04는 이제 자러갈 시간입니다
-
이렇게 하는데도 망한거면 공부는 내 길이 아니도다
-
성서대 인물났네 0
과외생이 풀어달라 준 수특 광고 폼 미쳤다
-
반수생이라 수능에서 손 뗀 지 7개월 됐어요 대학에서도 수학 배우긴 함 수학 올리는...
-
요새는 김준같고 세련되지 않음?
-
예전에는 호감 고닉 적고 가셈 글 따악 쓰면 댓글에 자기들만의 아기 자기한 호감...
-
정시 on 1
운명을 따른다
-
정답이 4라는데 왜 ㄱ이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풀었을땐 계속 5만 나와요
-
엄마아빠한테는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 뿐인듯 물론 종종 싸우지만
-
다들 취미가 뭐임? 13
난 남들 잘 안듣는 홍대병 노래 찾아듣는거
-
안주 7
낫또
-
새벽 2시 이전에 자 본적이 없다.... 수능 끝나면 맘껏 자리라...
-
이젠 안통하는건가요..
-
애기 왔따요 ><
-
. 0
근데 지금 현재 현강 안다니는 분들 독재 어케하고 있나요 궁금..
-
지듣노 0
박종현 - 뜨거운 삼수는 망하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
대댓 하나씩 다 달아줄려 했는데 어그로 끌 때마다 댓글 너무 달려서 귀찮아서 못하갰어
-
ㅈㄱㄴ ㅋㅋㅋ 졸업하고 갈 것 같은데 되면 ㅈㄴ 날먹이네 ㅋㅋㅋㅋ 에피도 어학으로 딴거임 ㅋㅋㅋㅋ
-
ㅇㅈ 28
몸무게 ㅇㅈ 이딴게 남자? 4급줘라
-
요즘 취미 ㅇㅈ 7
고1 동생 책상에 가끔 올려져있는 오답문제 풀기
-
수1은 모든 단원이 억까의 연속인 듯
-
레전드얼버기 3
깼다... 다시잘게...
-
[속보]경찰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 운전자, 음주는 안 했다” 2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부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
난 작년 여름방학
-
이미지 만지는거 재밌다
-
1. 가채점 2. 등급컷 확인 3. 울면서 친구, 부모님한테 전화하기 4. 서울...
-
9모 잘 보면 그대로 수능까지 밀고 나가겠지만 혹여나 9모가 터지면 수시 다시 넣는...
-
그게 벌써 10년전이라니
-
왜 나한테도 뜨는거지
-
머리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남인데 미친놈이 나보고 넌 머리풀면 은퇴한 야쿠자고...
-
. 2
ㅎㅎ 기분조아 이유는 몰러
-
빵셔틀,,,, 망보기,,,, 메이플 대리 사냥,,,, 가슴아프구나,,,,
-
거의 안 먹었더니 계속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남
-
살고싶구나... 5인가구가21평집에에어컨하나달고삼 ㅁㅌㅊ
-
저에게 덕코를 주세요... 빈털터리 다보탑..
-
풀이보고뭔문제인지알면당신은수학황
-
중학교땐 현재 수1 수2 확통 기하 개정 전 물화생지1 과학고 준비한답시고 생기부...
-
질받/무물보 10
[소개] (모두 현장 응시)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 5등급 2022학년도...
-
덕코는 없어졌는데... + 오 뜬다 귀여웡
-
어떤 순간에도 너를 찾을 수 있 게
-
국어: 김동욱/박광일/김봉소(이감) => 김동욱: 지문만 읽고 끝나서 한 번 듣고...
-
국어 고트분들 0
독서 문학 공부법좀 뿌려주세여 그라고 요즘 실모칠때 말고 집중이 안되는데 국어...
-
내 인생은 좆됚다 ㅋㅋㅋ 나란거 특정될만큼 단서 ㅈㄴ 많단 말이야
-
제가 사정 상 6시간 이상은 자기 힘들 거 같은데 ㅠㅠ 뭐가 더 좋다고 보나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잘읽었어요 다쓰고나오긴했는데 이제 결과를 기다려야죠
좋은 결과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저도요.. 감사합니다... 지난재수일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좋은 귀감이되었어요...^^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글은 나중에 밤에 봐야지...좋은글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에 제가 더 감사합니다 ^^
한 번더 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글 보고 힘얻어요!
이미 정해진 결과를 바꿀 순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와.. 좋은글이네요
확실히 지금 재수결정을 한다면 마음다짐이 중요하죠
올려주신 고대 논술 자료 많은도움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너무 좋은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