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 비닐 봉지 속의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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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머리맡에는 15층이 있다.
이부자리에 엎드려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이건 삶이 아냐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어,
속으로 울부짖는 나는
비닐 봉지 속의 금붕어를 생각하고 있었다.
머리맡에는 '한겨레 신문'이 놓여 있다.
주가 470선도 무너져
러시아를 순방하고 돌아오는 대통령을 환영할 때처럼
전표들이 빌딩에서 쏟아져내리는 명동 증권가;
이 생에는 밑바닥이 없는 듯하다
내심, 돈 좀 빌릴 수 있을까 하고
소설가 Y에게 찾아가는 동안에도 나는
그걸 느끼고 있었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약간 불었기 때문에
내 살갗에 와 닿는 비닐막 같은 거;
나는 내 생이 담겨서 들려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던 거다
그거다
베란다에서 1미터만 걸어가면
아침마다 머리맡에는 15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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