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저 [314429] · MS 2009 · 쪽지

2015-02-20 02:44:22
조회수 17,619

독학 삼반수 후기 + 실수를 줄이는 방법 (스압)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5734798

안녕하세요. 오르비에는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비록 오래전 일이지만 혹시 저의 입시 경험이 도움이 될까해서 글을 올립니다.


저는 올해 27살이고, 08, 09, 10학년도 수능을 봤습니다. 0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로 성균관대 반도체에, 그리고 10학년도에 정시로 연세대 물리학과에 합격하였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졸업식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더군요.)


다시 말하면 저는 반수를 두번이나 했습니다. 성균관대 반도체의 학과 특성이 제 성격에는 잘 맞지 않아서 1학년 때에는 독학으로 무휴학 반수를 했지만 망했고, 2학년 때에는 2학기에 휴학을 하고 역시 독학으로 삼반수를 하여 아주 간신히 지금 다니는 대학에 전화로 추가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2월 거의 20일 가까이 되서 합격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솔직히 수능성적으로 보나 대학&학과로 보나 저는 오르비에서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삼반수 씩이나 한것 치고는 배치표 상에서 저의 위상이 그리 많이 오른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때 돈과 안정된 직장을 좇았고, 독학으로 수능 공부를 하면서 속으로 많이 힘들어했던 저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오르비에 가끔 보이더군요. 그런 사람들에게 저의 경험담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모의고사에서 수학과 과탐은 거의 1등급이 나왔고, 국어와 영어는 3~4등급이 나와 영역별 편차가 대단히 컸습니다. 과탐의 경우 고1 6월 모의고사에서 상위 0.08%가 나오기도 했고, 그 이외의 모의고사에서도 고1 첫 모의고사부터 고2 11월 모의고사까지 9번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분석해보면, 수학은 대체로 1등급(9번의 시험 중 고2 6월에 수학에서 처음으로 2등급이 나왔습니다.), 과탐은 4개 과목 중에 대체로 3개가 1등급이 나왔습니다. (2011학년도 수능까지는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가 4개였고, 서울대가 아닌 이상 탐구영역은 많아야 상위 3개 과목만 반영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물론 제가 처음 봤던 08수능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수능등급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저는 사실 1등급을 거의 확정한 수학, 과탐의 점수를 더 올리기 보다는 국어, 영어 등급을 올리는 것이 훨씬 시급한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들의 조언과 충고를 모두 무시하고 제가 공부하기 좋아하는 수학, 과탐만을 팠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저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장학금 + 삼성전자 입사보장"이라는 특전에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때 성균관대 반도체는 정시에서 국수영탐 비중을 10:40:10:40으로 했기 때문에 저에게 굉장히 유리하기도 했습니다. 탐구 비중 40을 과목 3개로 나누면 13.3이라서 과탐 과목 1개가 국어나 영어보다 더 중요해지는, 저에게는 수능 총점 대비 절대적으로 유리한 학과였습니다. 배치표의 커트라인을 기준으로 봐도 제가 국어, 영어에서 3등급씩만 나와주고 수학, 과탐을 모두 1등급으로 깔아주면 무난하게 합격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공부 방향도 못잡겠는 국어, 영어를 하느니 수학, 과탐이 더욱 안정적으로 1등급이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고3 올라오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3월, 4월, 5월, 7월, 10월 같은 교육청 모의고사에서는 수학, 과탐 3과목이 여전히 1등급이 나오는 반면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죽을 쑤는 것이었습니다. 고3 6월 모의고사에서 수학은 2등급, 과탐은 1등급이 2개 밖에 되지 않았고, 9월 모의고사에서 과탐은 1등급을 3개 받았지만 수학이 난생 처음으로 3등급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6월과 9월에 수학이 워낙 쉽게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면 고1때부터 고3 수능 직전에 본 모의고사까지 16번의 시험 중에 수학에서는 13번 1등급을 받았지만, 시험 난이도에 상관없이 만점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즉, 잘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실수로 인해 한두개씩 틀리는 버릇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2015학년도 수능도 이런 이유로 망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6월 모평에서는 실수 1개 때문에 2등급, 9월 모평에서는 실수 2개 때문에 3등급이 나왔던 것이죠. (틀린개수 + 1 = 등급) 그래서 대놓고 물수능이 예고되었던 08학년도 입시에서, 평가원이 뒷통수를 쳐서 수학이 어려워지면 모를까,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저는 원하는 대학을 못가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보다 심하게 뒤쳐지는 국어, 영어 성적 때문에 쌩재수를 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대략 40~50일 동안) 수학, 과탐 실수 줄이기에 온 힘을 다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의고사라는 이름의 문제집을 마구잡이로 구해서 일정표를 만들고 그 일정표대로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EBS 파이널은 왠지 중요할 것 같아서 매주 일요일에 국어부터 탐구까지 풀고, 다른 사설이나 잡다한 모의고사 문제집은 수학, 과탐만 매일 푸는 식으로 제 나름대로 훈련을 했습니다. 시간은 수능시간표에 맞춰 풀었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방해를 하거나 쉬는시간에 반 아이들이 떠들어도 꿋꿋이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 갔다오거나 바람쐬러 나가는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말 수능시간표에 맞춰서 시작하고 끝냈습니다. 온갖 방해요소가 나를 괴롭히더라도, 수학과 과탐에서 실수로 인해 틀리는 문제는 없게하자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평가원 모의고사만 보면 맥을 못추던 수학 등급이 수능에서는 (드디어 만점을 받아서!!) 1등급이 나왔습니다. 평가원의 뒷통수는 없었고, 6월이나 9월과 마찬가지로 "틀린개수 + 1 = 등급"의 시험이 재현되었습니다. 수능 끝나고 집에서 채점하는데 그때의 기분은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과탐도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때 당시에는 탐구를 4과목 봤는데, 그래서 총점은 50x4=200점이었습니다. 저는 08수능에서 200점 만점 중에 단 한개를 틀려서 198점(물리1 50, 화학1 48, 물리2 50, 화학2 50)을 받았습니다. 그 한개의 문제는 아쉽게도 실수로 틀렸지만(화학1 9번 문제에서 '메탄올'을 '알코올'로 오해해서 실수) 수능 직전까지만 해도 잘 봐야 180점대 후반이 나왔던 것에 비하면 굉장한 발전이었습니다. 국어, 영어도 선방하여 둘다 3등급이 나왔습니다. (313 1111)


입시 결과도 저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습니다. 여유있게 정시에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에 합격했습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1월 말에 OT를 중국으로 3박4일 동안 갔다왔습니다. 그리고 다 끝난 줄 알았던 저의 시련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생활은 아주 힘들었습니다. 물론 성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술을 선배가 따라주는 대로 무조건 마셔야 되고, 선배들 앞에서 재롱을 부려야 되는 저의 처지가 매우 안되보였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과탐 80문제 중에서 1개 틀린거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성반은 동기나 선후배들이 학부시절부터 취업하고 나서까지 같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과와의 교류가 전혀 없었습니다. 졸업하면 삼성전자에 자동으로 입사하는 특전이 어느새부턴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분명한 것은 저에게는 대학생활이 상당히 부담되었음.)


결국에 저는 2학기를 다니던 중에 반수를 결심했고, 대학 도서관에서 수능완성을 푸는 등 수능의 감을 되찾으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휴학반수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수학이 어렵게 나왔지만 실력부족으로 백분위 98에 만족해야 했고, 과탐에서 1등급이 단 한개에 그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시지원결과 당연히 1차 탈락했습니다. (국수영 물1화1지1물2 - 213 2221) 서울대 말고도 고대 무슨과도 지원했는데 아무튼 거기도 탈락했습니다.


삼수는 조금 아닌것 같아 다시 전공 공부에 매진하려 했지만 한번 떠났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그 다음학기에는 휴학을 했습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6월 하순부터 수능이 있던 11월 중순까지 근 5개월의 끊임없는 외로운 사투를 벌였습니다.


그 와중에 9월 모평을 쳐본 결과 국어가 1등급이 나왔는데, 이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독해력이 향상된것 말고는 설명이 안되는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징조가 좋았습니다. 반면 수학은 기량이 많이 떨어져서 2등급이 나왔는데, 그래서 삼수할 때에도 수학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만 했습니다. 영어는 여전히 3등급, 과학탐구는 1등급이 2개 나왔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수능까지의 공부방법으로 고3때 썼던 방법을 수학, 과탐 뿐만 아니라 전영역에 적용시켰습니다. 국어, 수학, 영어, 과탐 모의고사란 모의고사는 다 사놓고 날짜 정하고 수능 시간표대로 풀었습니다. 이때도 실수를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전은 사실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솔직히 거의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수능 당일, 저는 워낙 다양한 환경에서 모의고사를 풀이하는 연습을 해왔기에 긴장도 별로 되지 않았고 설령 긴장이 되더라도 머리는 팍팍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국어를 풀고, 수학을 풀었습니다. 국어는 1등급 컷, 수학은 3점 짜리를 틀리는 바람에 백분위 100을 아쉽게 놓쳐 백분위 99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평타는 쳤습니다. 문제는 영어였습니다. 지나고 나서 잘 생각해보니 저의 경우 다른 영역에 비해 영어는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강을 듣던 학원을 다니던 해서 뭘 좀 알았어야 했습니다. 제가 고3때 수학, 과학에 사용했고 삼수때 전영역에 사용한 모의고사 시간엄수 풀이법은 실수를 줄이는 데에 초점이 있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의 경우 이 방법을 쓰면 문제 패턴만 익숙해질 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평소 연습했던 영어 모의고사 난이도보다 어렵게 나온 수능 영어에서 발목을 잡혔습니다. 당시 영어는 총 50문제였는데 무려 41번부터 시간이 부족해서 찍었어야만 했습니다. 원점수 70점, 백분위 69, 4등급의 최악의 성적이 나왔습니다. 과학탐구는 무너져버린 멘탈치고는 잘 봐서 백분위 99(물2), 98(물1), 97(화1), 94(지1)를 받았습니다. (114 1121)


절망적인 성적표를 받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세대 물리학과에 지원했고, 서울대는 전년도와 같이 광탈을 당했습니다. 연대 물리도 불합격할줄 알았는데 아주 간신히 합격했습니다.


저는 애초에 고등학교 다닐적부터 물리학이 적성에 맞았습니다. 그래서 1학년때부터 공부하는데 스트레스도 크지 않았습니다. 물론 취업걱정은 당연히 성반보다 훨씬 심했지만 최소한 여러가지의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해볼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직이수를 하고 있고, 올해 말에 임용고시를 볼 예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솔직히 저의 수기는 완전한 성공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오르비 분들에 비해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대학 진학도 다른 분들에 비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 중에서는 꽤 쓸만한 것도 있습니다.


1. 실수를 줄이는 방법 : 당신이 어느 환경에 있던 어느 멘탈상태이던 항상 문제 푸는 정신은 있게 하세요. 이를 위해서 저는 집 근처의 도서관 3곳을 랜덤으로 돌아다니며 모의고사 연습을 했습니다. 도서관을 갈때도 어느날은 버스를 타서 가기도 했고, 다른날에는 걸어서 가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안좋은 날이라도 (그럴때일수록) 모의고사 연습을 했고, 기분이 아주 좋은 날에도 모의고사 연습을 했습니다. 어쨌든 실수를 줄이려면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되고, 그 방법에는 제가 쓴 방법 말고도 다른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애초에 못하는 영역은 인강을 듣던 뭘 하던 우선 개념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 저는 고3때 정말 목표를 향해 미친듯이 돌진했습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만 떼어놓고 보면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잘못 설정된 목표는 그곳까지 도달하기 위해 했던 모든 과정들을 무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물론 어떤 목표가 나에게 올바른 것인지는 직접 깊이 고민해보지 않는 한 알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삼반수를 하느라 날려버린 2년이 굉장히 아깝습니다.



이로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했습니다. 지금까지 말주변머리 없는 이과생의 5~7년 전의 옛날 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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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녀 · 504956 · 15/02/20 04:04 · MS 2014

    과,즉 길을 바꾸게된 계기는여?

  • 카이저 · 314429 · 15/02/20 11:49 · MS 2009

    여기가 공개된 게시판이라 아주 자세히 설명은 못드리겠지만 중요한 이유 몇개만 말씀드리면..

    성반에서 중요하게 배우는 것 중에 하나가 프로그래밍입니다. 저는 프로그램 코딩하는게 너무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과에서 시험 꼴등을 수도없이 해봐서 공부할 마음이 싹 가셨다고나 할까요...ㅋㅋ

    그리고 제 성격이 같이 모여서 술마시고 남들 기분 맞춰주는 데에는 전혀 소질이 없어서 학과 생활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성반은 다른 과에 비해 결속력이 강합니다. 다른 동기들은 대부분 크게 불편해하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역시 제 생각) 저는 그런 분위기가 숨이 막혔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성반을 떠난 이유를 한줄로 요약하면, 제가 생각했던 대학생활과 현실이 아주 달라서 정이 떨어진 것이지요. 현실의 대학생활을 잘 몰랐던 이유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전혀 하지도 않았고, 친척이나 다른 아는 사람들이 대학을 변변치 않게 가서 대학생활에 대해 딱히 들을 말이 없었어요.

  • pirlo21 · 556314 · 15/02/20 06:37 · MS 2015

    잘봤습니다!!

  • 카이저 · 314429 · 15/02/20 11:49 · MS 2009

    감사합니다!!!!

  • 유라는아영해 · 515211 · 15/02/20 10:35 · MS 2014

    저도 수탐11에 수학사이드날개가 33ㅋㅋㅋㅋㅋ 국영만 죽어라하는중

  • 카이저 · 314429 · 15/02/20 11:50 · MS 2009

    헉ㅋㅋㅋㅋ 응원합니다!!

  • 진격의수학 · 524459 · 15/02/20 10:40 · MS 2014

    저도 수학과학만 죽어라 파고 논술준비하고있는데 저가 선택한 진로가 저에게 안맞으면 어쩔지 두렵네요. 제 진로를 선택할때 고민을 많이 해봤지만 직접 그 학과에 들어가서 공부해보지 않는이상 저에게 맞는 것인지 안맞는 것인지 알 수 있을거같은데 어떻하죠?

  • 카이저 · 314429 · 15/02/20 13:28 · MS 2009

    음.. 사실 저같아도 고등학생 입장에서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이 힘들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반에 들어가서 후회했던 것은 그 학과에서 내가 무엇을 배우게 될지도 찾아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저만의 문제도 아니고 모든 고등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수능 준비하기 바쁘지 대학에서 배우는 과정을 미리 들여다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성반같이 개인의 선택 폭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과를 가려면 그정도 관심은 가져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내가 가고 싶은 학과에 다니는 선배라도 오르비에서 찾아서 과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도 과가 자신에게 맞지 않을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대학생들은 흔히 경험합니다. '이대로 살면 인생이 아주 피곤해질것 같다'. 솔직히 저도 연대 들어와서도 이런 생각 안한 것은 아닙니다. 대학원을 가고 싶어 했는데 조교분들 생활하는거 보면 갑자기 그런 생각이 사라지고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자신에게 꼭 맞는 과를 찾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에 대한 걱정은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시행착오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같은 경우는, 교직이수라는 탈출구를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길에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학생들은 진로를 대학 진학 후에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반같이 특수학 과들은 진로가 딱 하나로 정해져 있어서 탈출하지 않는 한 진로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사실 웬만한 과는 입학하고 나서 생각해도 되는 과입니다.

    제가 성반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취업 잘되라고, 돈 잘 벌려고 그런 것이지 거기서 뭐 배우는지는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잘못이고, 그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다니는 과 안에서도 진로를 찾을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진격의수학 · 524459 · 15/02/20 15:05 · MS 2014

    저가 수학과와 전자공학과에 고민이 많은데요. 수학은 그냥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가장 재미있었고 새로운 수학을 배우는걸 좋아해서 수학과를 가고 싶기는 한데 수학과 나와서 딱히 뭘 해야겠다는 진로가 확고하지 않아서 좀더 안정적인 취업을 하기 위해 전자공학과를 가려고 합니다. 전자공학은 뭐 물리, 화학도 수학 다음으로 재밌으니까 가려고 하는 건데 대학에서 배우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고 저한테 정말 맞는 과일지도 의문이 듭니다.

    성반시도 장학금에 취업도 보장되니까 선호하는데 성반시에서 어떤걸 배우나요? 일반물리화학배우고 반도체를 중점으로 배우는건 뻔할거 같은데 다른가요?

    그리고 저가 성적만 되서 아무데나 갈 수 있다면 수학과를 가고 싶은데 수학과 특성상 연고대 이상은 가야 취업이나 뭘 할텐데 현실적으로는 서상한 수학과 정도가 한계일거 같고. 수학과 나와서 금용쪽으로 가는 것도 별로고 교사도 별로 생각없고 수학중에서 통계가 가장 재미없는데 수학과나와서 할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전자공학과를 가는게 맞는 선택일까요?

  • 제육쌈밥 · 559709 · 15/02/20 15:13 · MS 2015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자공학과 추천드립니다. 취업도 잘 될뿐더러 전자공학과에서도 수학의 비중이 엄청 크며 새로운 수학또한 많이배우게되죠. 하지만 님이 싫어하는 통계부분은 거의 접하지않습니다. 게다가 물리,화학에까지 관심이 있으시면 전자공학도로서의 조건이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고싶은 대학교가 있으시면 그 대학교에들어가서 전자공학과의 커리큘럼이 어떻게되는지 어떤걸중점적으로 배우는지 검색해보시고 많은 고민 해보시길바랍니다.

  • 진격의수학 · 524459 · 15/02/20 15:43 · MS 2014

    감사합니다. 공대쪽에서 수학을 가장 많이 쓰는 과가 전자공학과인가요?

  • 제육쌈밥 · 559709 · 15/02/20 15:53 · MS 2015

    제가 모든 공대분야를 다아는 것은 아니라서 정확한 답을 하긴 힘들지만 진격의수학님이 관심있는 수학분야를 가장 많이 하능 과는 전자공학과임을 추측해봅니다. 왜냐하면 저도 진격의수학님과 비슷한 고민을 오랜시간했고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찾아보고 했기 때문입니다. 님이 수학을 좋아하시고 다른 사람들에비해 잘한다면 대학교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 제육쌈밥 · 559709 · 15/02/20 15:55 · MS 2015

    또 물어보고싶은게있으시다면 부담없이질문해주세요. 성의있게 답변하겠습니다.

  • 진격의수학 · 524459 · 15/02/20 16:56 · MS 2014

    전자공학과가서 수학과를 복전하는 것도 괜찮은지 궁금해요. 실제로 그런 사람이 꽤 있는지도요.

  • 제육쌈밥 · 559709 · 15/02/20 17:01 · MS 2015

    공학과에서는 그 분야 하나 하기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열정이 있다면 못하는 일이야 없지요. 제 아는 분은 전자공학과와 화학과를 복수전공했습니다.전자관련 나노재품을 연구하기위해서요. 그리고 그쪽으로 취직했습니다. 자기의 적성에 매우잘맞아 행복하게일하고있다합니다.

    이와같이 님도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복수전공을 한다면 그때 잠시는 힘들수있겠지만 더 낳은 미래가 기다리고있을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확한 목표를가지고있다면 복수전공,추천합니다.

  • 사각함수 · 537699 · 15/02/20 15:22 · MS 2014

    저랑 엄청 비슷한 고민중이시네..ㅠ

  • 카이저 · 314429 · 15/02/20 21:45 · MS 2009

    전자공학과에 대해서는 다른분이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니 (사실 저도 잘 모르기도 하구요^^;) 성반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성반에는 기본적으로 크게 세가지를 배운다 보시면 됩니다. 전기, 전자, 프로그래밍. 이것이 다 반도체를 공부하는데 기초가 됩니다. 과학탐구에서 물리나 화학.. 특히 물리를 잘 아신다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전기쪽은 주로 회로를 공부하게 되실텐데 아쉽게도(?) 예전에 교육과정이 개정되기 전에는 물리2에 키르히호프 법칙이라고 기초적인 회로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전자쪽은 주로 논리회로 구성하는게 나오는데, 궁금하시다면 http://blog.naver.com/coolchacha/20041989915 를 참고하십시오. 프로그램 짜는것은 1학년 때에 C프로그래밍부터 배웁니다. 몸이 고생하는 학문입니다. 제가 너무 못해서 C에 대해서는 설명드릴수가 없군요.

    그리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녔을 당시 (그때 저는 08학번이었음) 성반에서 받는 장학금은, 1~2학년때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주는 이공계장학금으로 받는 것이고, 2학년이 끝나면 SSAT를 봐서 통과를 하면 3~4학년때에 삼성전자로부터 장학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SAT 통과 못하면 기회를 한번인가 더 준다고는 들었습니다. 통과를 못할 경우에는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1~2학년때 받는 이공계장학금은 학점제한이 있어서 학점이 낮으면 다음학기 장학금 못탑니다. 즉, 1~2학년때는 다른 학교에 가서 이공장 받는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제가 다녔을 때의 얘기이고 지금은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 몰랑공급 · 409404 · 15/02/20 13:14 · MS 2017

    혹시 삼반수시면 집에서 반대하시거나 그러진 않으셨나요?
    저도 약간 생각중인데... 붙어놓은대학도 있는 놈이 수능다시치는거 부모님이 이해 안해주세요.. 사실 반수해서 이번에 한번 옮겼거든요.. 두번째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구요

  • 카이저 · 314429 · 15/02/20 13:41 · MS 2009

    집에서는 다행히 반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삼수를 사실상 망했을 때도 속으로는 사수를 시킬 생각이셨던것 같습니다.

    많은 학생들을 과외해본 결과 반수하는 학생들이 부모님과 이런 의견차이를 많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것은 결국 학생의 의지에 따라 달린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반대하셔도 혼자서 독학으로 반수할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런데 이미 한번 옮기셨고 아직 2월이라 부모님은 이해 못하실것 같긴 하네요..ㅠㅠ 1학기 끝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보세요.. 그리고 마음가짐도 굳건히 하시구요.

  • 대학은대학일뿐 · 536664 · 15/02/20 15:20 · MS 2014

    최근 본 수기중에 가장 솔직하게 쓰신듯ㅋㅋ추천박습니다

  • 카이저 · 314429 · 15/02/20 21:15 · MS 2009

    감사합니다^^

  • 시온의빛 · 350842 · 15/02/20 16:46

    군대는 어터케 하셧나요?? 그리고 반수하실땐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터케 해놓아야할지..

  • 카이저 · 314429 · 15/02/20 21:22 · MS 2009

    군대는 아직 안갔다왔구요. (삼반수 보상심리 때문에 중간에 마음먹기가 힘들더군요.) 올해 임용 준비하고 합불 관계없이 내년 초에 갈 생각입니다. 많이 늦게 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동안 남들보다 편하게 지냈으니 후회는 안합니다.

    반수할때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2학기 다닐때 반수한다는 얘기를 몇몇 동기들에게 얘기를 했더니 소문이 나더군요. 수능 끝나고 나서 수업 들어갔는데 잘 봤냐고 물어보고;;; 선배나 교수들에게도 얘기가 들어갔겠죠. 사실 반수하는 것이 죄는 아니라서 누군가가 대놓고 문제삼을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냥 아무에게도 말 안하고 조용히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아니면 아주 친한 동기들에게만 비밀로 알려준다던지.

  • 이런고3이라니 · 488635 · 15/02/20 19:24 · MS 2014

    대학가면 재롱부리고 그래야하나요??
    저도 그럴려고 재수하는거 아닌데
    사회에 나가서도 그렇겠지만
    ....짜증나네요...하 싫다
    그냥 제 성격이 너도 나 건들이지마 나도 너 안건들일께 하는 성격이라서...그런거 엄청 싫어하는데...

  • 카이저 · 314429 · 15/02/20 21:28 · MS 2009

    저도 성격이 그래서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대학&학과 분위기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서울 상위권 몇몇 대학의 몇몇 학과를 제외하고는 선후배 위계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성반이 워낙 특이한 경우고, 졸업하면 얼굴 안볼 사람인데 딱히 잘해줄 필요도 없을것 같아요. 오티나 엠티도 사실 왜 가야되는지 저도 필요성을 잘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딱히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굳이 그렇게 정성스럽게 대접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삼수를 해서 그런지 여기 입학해서는 터치당하는일은 별로 없더군요. 물론 저희과가 그런 이상한 대학문화는 거의 없는편이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나이가 있으니까 선배들도 저에게는 함부로는 못대합니다.

  • 이런고3이라니 · 488635 · 15/02/20 21:36 · MS 2014

    그렇군요....
    제가 중학교까진 자사고가려고 수험생처럼 공부하다가 고등학교 들어가니깐 정말 제목표는 고등학교까지여서 세상이 다 끝난줄 알고 팽자팽자 놀다싶이 했는데 그때 저보다 못했던 친구들이 3년간 공부 죽어라해서 저보다 좋은 대학을 가는거보고 느낀게 대학가서 진짜시작이고 고등학교때 만큼은 공부를 해야 그래도 그런 브레인들 사이에서 싸울수 있을거 같은데(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한번 걸러지고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한번 걸러지잖아요) 그때 과연 술먹고 선배들에게 재롱부려야 하는게 정말 맞는일인가...해서요

  • 카이저 · 314429 · 15/02/20 21:53 · MS 2009

    브레인들은 그런 이상한 놀이 하지 않습니다 ㅋㅋ 누가 뭐라든 신경 끄시구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 분위기를 주도하는 선배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공부하시는 브레인 분들은 그런거 신경도 안씁니다.

  • 이런고3이라니 · 488635 · 15/02/20 22:48 · MS 2014

    그렇군요 감사합니다ㅠㅠ
    제 목표가 일단 대학을 잘가는거고 대학잘가면 그다음엔 학점 잘따서 장학금받고 그다음엔 취업잘하는거까지가 일단 목표인데 내목표를 위한시간에 재롱을 부려야하나...좀 세상에대해서 회의적이었는데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ㅎㅎ

  • 16학번연의대 · 560470 · 15/02/20 22:45 · MS 2015

    올해 무휴학반수하려고했었는데 그냥 반수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마음을 다잡았어요

  • 카이저 · 314429 · 15/02/20 23:58 · MS 2009

    좋은결과 기원합니다^^

  • 16관악새내기 · 506035 · 15/02/21 11:12 · MS 2014

    글 잘 읽었습니다ㅠㅠㅠ
    제가 그 수능분위기에 눌려서 떨다가 15수능 망치고 온 사람들중 하난데요....ㅠ
    모의고사 뺑뺑이 돌리신게 대략 언제부턴가요?? 그럼 그때부턴 풀 수능시간표대로 하루종일 과목 별로 모의고사를 푸셨단 얘긴가요? 풀이는 저녁때 몰아서 하구요??
    매일매일 하셨나요? 아니면 주1회나 2회로 정하고 도서관에 가신건가요?? 제가 독학재수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거기서 모의고사 풀면 조용하니까 별도움이 안되겠죠??
    질문이 많아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

  • 카이저 · 314429 · 15/02/22 10:13 · MS 2009

    모의고사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했어요. 매일 풀기에는 모의고사가 부족해서 처음엔 일주일에 두세번씩 풀다가 수능 가까워질수록 더자주 풀었어요. 풀이는 과탐까지 다 풀고 채점하고 했고, 그 다음엔 정석하고 하이탑 다 한페이지씩 훑어보고 집에 갔습니다.

    학원에서 푸는것도 좋고 카페나 도서관에서 푸는것도 좋습니다. 여러군데에서 풀어보는것이 좋죠.

  • 쿠드롱 · 538575 · 15/02/21 20:14

    연세대 물리학과면 성대 반도체보단 입결상으로 밑인데 큰 결심 하셨네요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용기있고 자신의 삶을 사시는 분 이시네요~

  • 카이저 · 314429 · 15/02/22 10:13 · MS 2009

    감사합니다^^

  • 성대글로벌금융간다내가 · 479072 · 15/06/29 12:32 · MS 2013

    9월모평어디서보셨는지?

  • 직립보행 · 1312799 · 10/15 23:42 · MS 2024

    ㅇ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