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b [300366] · MS 2009 · 쪽지

2015-04-08 01: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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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팁 2. 논술 공부 혼자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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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칼럼을 쓰기 전에, 칼럼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소개를 해야겠죠?

나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연세대학교 철학과 석사, 캠브리지대학교 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여러분의 선배/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이 논문을 싣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논리연구’에 (학생으로서는 예외적으로) 논문을 게재했어요. (혹시 궁금하신 분은 구글에서 On Nominalist Paraphrase 쳐 보세요ㅋ) 때문에, 출제위원의 관점을 그들의 입장에서 ‘다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논술을 연구하고 가르친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그동안 선생님이 논술에 대해 느낀 중요한 노하우를 여러분과 나누고, 또 여러분이 자주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선생님이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칼럼을 써 보고자 합니다.

선생님의 경력을 보고 ‘공부 오래 해서 인문학적 지식은 많은데, 선생님의 지도는 최신 수험적합성이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인문학 배경지식이나 강의하시는 거 아닌가요?’하고 염려하는 학생들이 몇몇 있어서요, 선생님의 올해 제자들의 합격증을 공개하겠습니다.  http://blog.naver.com/opime  선생님의 제자들이 매년 약 10명 정도 합격하고, 지난 2년 동안에도 선생님의 도움으로 16 명의 (거의 일반전형으로)합격했습니다. 한 명의 개인 선생님으로서는 나쁜 스코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내 조언이 한 번쯤 귀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오늘의 주제에 대해서 말 해볼께요^^


오늘의 주제는,
논술 혼자서 공부하는 법입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요, 선생님은 이 글로써 여러분들이 논술을 혼자 공부하기를 장려하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혼자 공부하는 것을 제가 장려하면 그건 여러분에게 해를 끼치는 게 될 겁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을 해야 하는데요, 논술은 사교육의 필요성이 가장 큰 과목입니다. 다른 과목들의 경우, 문제의 정답이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정답으로 가는 길도 보통은 하나이고, 그 길이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능률이 많이 오를 수도 있지만, 혼자 공부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답이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좋은 선생님이 없어도, 모르는 수학 문제 같은 건 잘 하는 친구한테 물어 봐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논술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일단, 논술 문제의 경우, 보통 정답이 여럿입니다. 주장에 대한 근거가 매우 다양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정답이 하나인 세부 문제들도 있습니다.) 대학에서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심지어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때가 많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자기가 정답이라고 떠올린 근거들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자기는 실전에서 잘 썼다고 생각하는 데, 많이들 떨어지죠..) 그리고, 첨삭이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근데 자기 글 자기가 첨삭할 수는 없죠..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이전 글에서 말 한 밸런스를 위해) 오히려 다른 학원을 줄이고, 얼른 논술을 시작하라고 보통 조언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글을 왜 쓰느냐??
좋은 논술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시골에 살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요. 어차피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있다면,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내가 믿)는 방법을 선생님이 알려 주고 싶습니다. 많은 학생들에게 요청을 받기도 했고요.

서설이 너무 길었죠? 오해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논술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려면, 먼저 논술 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겠죠?

보통 논술 문제는 다음 6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1) 제시문 요약하시오
2) 제시문들 비교하시오
3) 비판하시오
4) 해결책을 제시하시오
5) 도표 해석하시오
6) 수리논술


선생님이 지금까지 문제를 200개 넘게 풀고 분석했는데요, 이 유형을 벗어나는 문제는 거의 없고, 설령 벗어나더라도 아주 조금입니다. 어차피 4개 학교 이상 지원하면 결국에는 저 유형들을 다 접하게 되고, 결국 중요한 것은 저런 유형에 속하는 문제를 '새로이' 접했을 때,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 선생님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저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능력들이 요구되는지 볼까요? 먼저, 1), 2)를 잘 하는데는 우수한 독해력이 필요해요. 2), 3), 4)를 잘 하는 데는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논술이 글쓰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역시나 서술능력이 필요하죠. 또 하나, 논술에서는 논제를 주의 깊게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그건 그냥 독해력으로 취급하도록 할께요. (그리고, 5) 6)은 그냥 기출 문제 많이 풀라는 것으로 갈음하고,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결국
독해력, 사고력, 서술능력이 있어야 논술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사실 대학별 유형에 집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아요. 대학 마다 문제가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달라보이는데, 그 달라 보이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대학들이 원하는 학생상은 비슷하죠. 실제로 문제 유형 자체가 저 6개 범주를 벗어나지도 않고요. 물론 대학별로 난이도 편차는 상당합니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 결국 대비 방법은 같아요.)

여러분은 시험에서 항상 새로운 문제를 보게 되니,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그걸 잘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 능력을 기를 생각은 안 하고, 지원할 학교 유형 적응
부터 신경 쓰고, 적응에만 신경 쓰는 학생들이 있는데,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제작년에 연대 시험 보러 가서도 크게 당황하곤 했습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여러분이 시험 보고 떨어졌다면, 그건 유형에 적응을 못 해서라기 보다는, 기본실력이 없어서일겁니다.

자, 그러면, 내 조언의 핵심은,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저 세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가 되겠네요.

먼저 저 세 능력의 중요도를 비교해보죠. 보통은 비판적 사고력, 서술능력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 애들 가르쳐 보면, 제시문, 논제를 제대로 파악 못해서 글 자체가 완전히 빗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러면 아무리 비판적 사고력, 서술능력이 좋아 봤자 아무 의미가 없죠. 심지어 최고로 잘 하는 (내) 학생의 경우에도 5번중 1번은 완전히 빗나갑니다. 그러니, 독해력이 정말 정말 중요해요. 그 다음으로 사고력과 서술능력이 비슷하게 중요해요. 그러니, 논술이 10이라면, 중요도가,
5: 2.5: 2.5 정도가 되겠네요.

(흔히들, 서술 능력 기르기가 제일 어려울꺼라고 생각하고 많이들 걱정하는데, 의외로 셋 중 비교적 쉽게 길러지는 게 서술능력입니다. 그러니, 만만해 보이는 독해력을 먼저 걱정하기 바랍니다.)


자, 그러면, 각 능력을 혼자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 그에 대해서 선생님이 고민한 것들을 말 해 볼께요.


1) 독해력:

독해력을 기르기 위한 제일 제일 좋은 훈련은,
요약입니다. 독해력이 없는 애들 요약 시켜 보면 뭐가 중요한지 아닌지 모릅니다. 제시문 부분 부분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뭘 빼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죠. 반대로, 선생님이 요약 훈련을 꾸준히 시켜서 요약 실력이 늘어난 학생들을 보면, 독해가 빗나가는 경우가 현저히 주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요약, 비교의 경우, 인강 등에서 이런 저런 기술 (무슨 매트릭스?)들을 배워서 적용하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선생님은 일단 정석적인 방법을 먼저 추천합니다. 마음이 급한 건 이해하지만, 일단 정석적인 방법으로 기본 실력을 좀 기른 다음에 다른 테크닉을 익혀 보기를 추천해요.

혼자 공부할 때 요약의 문제는, 과연 내 요약이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다는 거겠죠.

자, 그래서, 내 생각에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요약에 대한 해설이 잘 되어 있는 기출 문제를 푸는 겁니다. (출제학교 해설은 그 어떤 교재보다 우선하는 자료입니다!)

일단 선생님이 추천하는 학교 문제들은
인하대성균관대에요. 이 두 학교 문제들은 일단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에게 좋아요. 그리고 요약에 대한 해설이 꽤 좋은 편이에요. 특히 인하대는 해설이 너무 너무 훌륭하고, 예시 답안도 매우 좋습니다. (의외로 예시답안이 형편 없는 경우가 꽤 있어요. 예를 들어 경희대.) 인하대 문제는 항상 1번이 300자 요약문제인데, 어떤 요소들이 빠지지 말아야 하고, 어떤 순서로 서술되는 게 바람직한지까지 말 하고 있어서, 여러분이 요약을 직접 해 보고 나서 요약이 잘 된 건지를 확인하는 데 아주 좋습니다.

인하대 만큼 해설이 좋진 않지만, 성균관대도 제시문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고, 해설이 빈약하게 나온 경우라도 요약이 (간단히라도) 나와 있어서, 요약 훈련 하기가 좋죠.

또 다행인 것은, 두 학교의 경우 기출 문제들이 엄청 많다는 겁니다. 시중에 논술 책들 많이 나와 있는데, 그것들이 학교측 해설에 우선할 수는 없으니, 일단 기출 문제 해설을 많이 보세요. 요약에 한해서라도요. 특히 인하대. 그리고 나서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 보시고요.

인하대/성대 지문 요약이 쉽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예전’ 고려대 1번 문제들입니다. 학교측 해설이 나오는 경우, 학교측의 (예시답안에 가까운) 해설이 아주 훌륭합니다. 그리고, 고려대 논술 백서 같은 것들 꼭 자세히 보세요. 어떤 요약이 문제가 있는 건지도 배울 수 있어요.

위 문제들로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 그러면 그 다음에 추천하는 문제들은
건국대, 시립대 문제들입니다. 건국대 문제들은 대다수가 아주! 훌륭합니다. 경희대, 중앙대 문제는 가급적 풀지 마세요. 경희대, 중앙대 문제를 풀다가 빗나가는 경우, 많은 경우에 그건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요약에 대한 몇 가지 팁을 주자면,

-요약은 반드시 완전한 문장으로 하세요. 보통 보면 단어 몇 개 적고 끝내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경우 그건 요지를 밝히는 게 아니라 주제를 밝히는 것에 불과해요. (수능 영어 문제 중 주제 문제와 요지 문제 답지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해설지에 나온 요약예시/해설과 반드시! 대조를 하도록 하고
요.


-요약을 입체적으로 하세요. 무슨 말이냐면, 핵심간의 논리적 관계가 드러나게 하라는 것입니다. 일단 제일 중요한 핵심은, 화자가 제시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려는 말이겠죠? 그런데 그 주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근거입니다. 그러면, 주장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같은 차원에서 서술하는 것보다, 각각의 논리적 위치를 드러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건 접속사를 잘 활용해서 할 수 있어요. 무슨 말이냐? 예를 들어보죠. 한 글의 화자가 글을 엄청 길고 복잡하게 썼는데, 잘 보니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수지가 제일 이쁘다' 라고 해봐요. 그리고 긴 글의 실제 내용이 수지의 이목구비가 얼마나 조화를 잘 이뤘는지에 대한 거에요. 그러면 제일 못하는 요약은 '수지의 눈은 이러쿵 저러쿵, 귀는 이러쿵 저러쿵.. '이렇게 글자 수만 대충 줄인 거고, 둘째로 못 하는 요약은 최소한 궁극적 핵심은 분명히 드러냅니다. '수지가 제일 이쁘다. 그리고 수지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균형있다.'제일 잘 하는 요약은 '수지가 제일 이쁘다. 왜냐하면 수지의 이목구비가 제일 뚜렷하고 균형있기 때문이다.' 가 되겠죠. 앞 요약에서는 근거가 주장과 논리적으로 같은 차원의 서술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유기성이 제일 없는 접속사에요. 그걸 써서는 주장과 근거간의 논리적 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요약에서는 주장과 근거가 다른 차원에서 서술되고 그 관계잘 드러나서, 논리적 입체성이 살아나죠. 요약을 입체적으로 하라는 말은 이런 말입니다.



-그리고,
비교 문제는, 요약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후에 해도 늦지 않을 듯합니다. 제시문을 어느 정도 제대로 요약할 수 있게 되면, 여러 제시문들의 요지들을 머릿속 논리적 공간에서 이리 저리 입체적으로 움직여 볼 능력이 생겨요. 그러다가 그것들을 관통하는 비교 기준을 찾을 수 있게 되고요. 요지 파악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비교를 하려고 하면 안 되겠죠?

-요약에 완전 자신 있는 학생들은, 서강대 문제들을 요약해보세요. 그럼 겸손함을 다시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ㅎ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나머지 두 능력을 기르는 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도록 할께요. 원론적인 얘기와 현실적인 대안이 함께 있는 글을 써 보도록 노력할께요ㅎ


여러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비판적 조언은 대환영입니다.


그리고, 노파심에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이건 여러 사정으로 인해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는 학생을 위한 조언입니다. 만약 논술 학원/과외를 받을 생각이었다가 내 글을 읽고 나서 혼자 공부를 하기로 맘 먹었다면, 선생님이 그 학생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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