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 가져온 글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105443
인생을 정말 서럽게 살았어요.
초등학교 4학년,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어서 동생들에게 라면스프에 밥을 비벼주던 날
그 다음날부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빚이 많은 우리 집엔 온갖 가구에 빨간딱지가 붙었어요.
그리고 며칠 뒤 동생 2명을 데리고 원래 살던 집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야반도주를 했어요.
야반도주를 하고 섬에 숨어 사느라 초등학교 졸업식도 못갔어요.
집도 그냥 주인 없는 집에 몰래 들어가 살아서 아주 더럽고 좁았어요.
바퀴벌레와 쥐며느리와 함께 잠을 잔 날이 그렇지 않던 날보다 훨씬 많았고,
새벽에 재수 없는 집이라고 동네 주민들이 집에 던지는 돌 소리를 듣고 일어난 적도 있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동생들 손을 잡고 아빠 몰래 외갓집에 가다가 새어머니한테 들켜서 네발로 달려 뒷산으로 도망쳤어요.
그리고 그 다음 달부터 한 달 용돈이 절반으로 줄어 15000원이 됐어요.
고등학교 2학년 봄,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불법으로 인강을 듣다가 주변에 친구들이 장난으로 했던 ‘너 신고해 버린다’ 라는 말에 혼자 철렁해서 며칠 동안 강의를 안본 적도 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해의 설날엔,
할아버지라는 분이 친척들 앞에서 저와 동생들에게 애미없는 년, 더러운 년한테서 태어난 더러운 새끼들이라고 했을 땐 그분께 개x끼라는 욕을 하고 울면서 집을 뛰쳐나간 적도 있었어요.
6월 모평 전 날,
집에서 새어머니의 따님과 아버지가 싸웠어요.
학교가 빨리 끝난 날, 대낮에 집에 들어갔더니
나무로 만들어진 문에 칼자국이 나고, 냉장고의 콘센트는 끊어져 오래된 음식들에서 나온 냄새가 방에 가득차고, 그릇들은 깨져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을 때,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운 날도 있었어요.
대학교 원서접수 마감날,
그 날까지 원서비를 주지 못하는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아버지 몰래 조금씩 모아둔 적금을 깨고 대학교 원서를 쓰던 날, 제발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한양대 입시결과가 발표되었던 날,
합격창을 보면서도 등록금조차 낼 수 없는 우리집이 원망스러웠고, 차라리 떨어졌으면 하고 슬펐던 적도 있어요.
서울대학교 합격이 발표되었던 날,
“그래 역시 넌 내 손주다”하면서 갑자기 저희 집에 찾아온 할아버지를 보았어요.
불과 10년 전, 칼로 문을 따려고 하면서 “문 열어라, 너네 애미 집에 있는거 다 안다. 문 안열면 너네 다 고아원에 집어넣어버릴거다.” 윽박을 지르는 기억속의 그 분과 목소리가 같은 분이었죠.
새내기대학이 끝나고 집으로 내려가는 날,
몇 년만에 어머니를 만났어요.
그 길던 머리는 스트레스성 탈모로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고,
새벽녘에도 콜밴을 몰고 나가는 어머니를 보며 혼자 조용히 울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 손에 쥐어주신 10만원을 보며 제가 쓰는 돈의 무게를 느꼈어요.
전공 기말고사 전날,
동생이 아버지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했고, 아버지는 경찰서로 끌려갔어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했던 집안일들을,
제가 떠난 집에서 그것들을 고스란히 맡게된 동생은
저주스러운 집을 원망하며 항상 아버지와 싸우곤 했어요.
그리고 동생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욕지거리를 경찰에 신고해 아버지를 가정폭력범으로 만들었어요.
아버지를 신고할 정도로 매정한 동생을 욕하다가도
그동안 저와 비교당하며, 저 대신 아버지의 술주정을 들어온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끔은 정말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아니, 사실은 많았어요.
잠들기 전엔, 내일을 희망하는 날보다 오늘을 저주하는 날이 많았어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곳이니 뭘 해도 나아질 거라 믿던 제게
계속해서 닥쳐오는 불행한 일들은 마치 저를 놀리는 것 같았어요.
저주스러운 우리집을 원망하고,
나아지지 않는 제 인생을 원망하고
어줍잖은 희망으로 절 고문하는 신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잘 살고 있어요.
항상 사람을,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결국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요.
체념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시 먹는거에요.
외할머니, 외할아아버지가 제게 해주시던 이야기가 있어요.
미워하고 살지 말아라.
사람을 미워하고, 세상을 미워해봤자 속는건 너 속 아니냐.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살아도
그만큼이나 후회스러운 일도 많고 속이 썩어들어가는 날도 많은 것이 바로 인생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서로를, 세상을 미워하고 살면 그 얼마나 각박한 세상이냐.
누구나 힘든 일은 겪어보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을거에요. 아니, 많을거에요.
모든걸 놓고 싶은 날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내일을 희망해요.
힘들고, 슬픈 오늘이 지나고 다시 내일이 오늘이 되는 날이 올거라 생각해요.
힘들지만 지나간 오늘을 미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오늘을 사랑해보려고 노력해요.
새벽에 혼자 우울해져있다가 드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던 중 대숲에까지 올리게 됬네요.
언젠가 또 좌절할 저를,
저와 비슷하게 힘들어하는 다른 분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ㅎㅎ...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
여러분, 열심히 합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패턴 짜야될듯요
-
이제 학원 가야지 12
오늘은 올 블랙 착장으로
-
잉 이게 이륙? 2
좋아요 11개인데?? 기준이 궁금하네
-
복권 해봤는데 1
1700으로 시작해서 3등 두번해서 2700 이면 좋은거냐
-
쥐 냄새 나 학원에 바퀴벌레가 나오는 이유가 이거 때문인가 건물 틈새엔 음쓰랑 쓰레기 겁나 많은데
-
실화다,,, 아 스트레스
-
"널 생각하면서 속옷 샀다, 입혀주고파"…초등생 성추행한 무용학원장 3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성범죄 전력이 있는 한 무용학원의 원장이 또다시...
-
버퍼링이 너무 심함 쉬운거는 빠르게 탁탁 어우고 넘어가야하는데 쉬운것도 버퍼링이...
-
내년에 군대갈 거 생각하면 너무 연속성이 떨어짐 ㅎㅏ...
-
수특 말고 kbs로 보고있어서 수특에서 몇페이지인지 모르겠어용,,, 어쨋거나 화자가...
-
"출산율 높이려면 여학생 1년 일찍 입학시켜야…남녀가 매력 느끼는 데 기여" 3
정부의 인구정책 평가를 전담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여아를...
-
3등 떳다 좋은거냐
-
진작에 난 탈릅해서 현생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러면 친구는 없었겠지만
-
근본적으로 수학은 문제랑 같이 장엄하게 물어봐야해서 물을 수 있는게 많이 없네요...
-
정시로 서울과기대 행정이나 경영이 목표인데 등급이 어느정도 나와야해???
-
타이무스토프!
-
일단 김금양 장재원정도 아는데 또 있음??
-
강하의 기숙이나 강대의대 기숙에서 반수하려고 하는데 어디서 하는게 좋을까요 강하의는...
-
화학은 어둠의 기술 없이는 풀수가 없게 출제하는것 같다. 알짜이온(H^+...
-
한군데 지금은 환불 안되죠..??
-
내놔
-
아니 왜? 6
수완 화2 문제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네요. ㄴ과 ㄷ이 안 풀려서 어쩔 수...
-
"단일 조건" 1
240622, 240914, 241122 전부다 단일 조건 문제 가장 최근 들어서는...
-
시대vs두각 0
국어 개처망하고 오로지 수학으로 독수리공대 가기는 했는데 미련남아가지고 반수함...
-
수특에 있는 현대시 걍 글로 써볼까요 읽으면서 복습할 사람은 하겄지???
-
뭐가 됐든 읽어서 뇌 풀어주는게 중요한거 아님?
-
6모 예열, 이렇게 합시다. (무료 해설강의 안내) 2
6모 준비&예열 지문 자료 첨부된 PDF 파일 참고. B4나 A3로 인쇄하셔서 보는...
-
인강보는 용도로 노트북 사용 가능한가요?
-
시냇물~ 찾아~ 헤매듯~
-
가요를 틀어도 추천재생목록에 찬양이 섞이는군..
-
힝
-
전자기 전범위라 ㄹㅇ로 감이 안잡히네 하 ...
-
팀블랭크 기출이 좀 좋아보여서 사볼까 고민되네요 원래 교사기출 풀고 n제...
-
어그로 ㅈㅅ ADHD 검사받아여하나 고민중임 엄소연 듣는데, 계산한것에 대해서 생각...
-
너무 못생겨짐 이게머야 슈바바바바바바
-
다음주 시험 0
할복
-
물리 역학 노베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나요?
-
반수반 등록하라는데 솔직히 고민임 메리트가 확실한가..
-
반수반 목시 전장 대시 50장인데 거리는 대치가 좀 더 가까워요 장학 조건 대시...
-
젊음은 서투르고 투박하며 날것이여야하고 사랑은 촌스럽고 해맑아야 한다 sns에...
-
[속보]당정 "군기훈련 규정 표준 가이드안 즉시 배포…'신병영문화혁신 가이드북' 6월 배포" 3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
-
설공/반도체학과 목표로 공부시작함 내일부터 매일 공부한거 올릴예정 치타는 달린다!
-
[속보] 당정 "모든 신병교육대 훈련실태 등 긴급점검" 1
당정 "모든 신병교육대 훈련실태 등 긴급점검"
-
독서 지문을 풀면 어떨때는 5분에 걸려서 푸는 지문도 있고 4~50분을한지문에...
-
오르비에선 은근히 키배가 자주 발생한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길 수 있을까?...
-
ㅈㄱㄴ 한 학교에서 보는 논술시험 인문논술도 보고 수리논슬도 볼 수 있나요? 그럼...
-
2차모집으로 붙었는데.. 가는게맞을까요?? 아마 젤 낮은반 될거같아요 국수 작수...
-
수학풀 때 머릿속에 어떻게 풀 건지 로드맵 다 그리고 계산 시작해야지.. 손부터...
동생이 너무 불쌍해요
충분한 환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노력하지않고 배부른소리나 찍찍해대는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그나저나 저 할아버지는 가증스럽기 짝이 없네요
글쓰신 분은 할아버지 낯짝만봐도 토 나오실듯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참된분이셨네.. 그에 반해 할아버지는 쓰레기네요. 서울대 붙었으니까 넌 내 손주다 ㅋㅋㅋㅋ 와 진짜 나이만 헛먹은 늙은이에 불과하다..
말하지 않을 뿐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가정'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아요. 저도 그렇고. 편히 공부하고 있다면 그 환경이 주어졌음을 감사하세요.
정말 그런것 같아요. 생각보다 제 주변에도 참 많더라구요.
와 나같으면 진짜 할아버지,아버지한테 서러워서라도 욕하고 물건 있는거 다 집어던지고 진짜 누구 하나 피볼때까지 싸웠을텐데
글쓴이분 진짜 대단...
진짜 나같으면 그 할아버지라는 작자한테 욕하면서 싸대기 죽지않을 만큼만 신나게 갈겼을텐데
솔까 저런 새ㄲ들한테는 인간취급을 해주면 안됨
ㅠㅠ
저 글쓴이분이 서울대생인것과 관계없이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용기내어 꿋꿋하게 사는 모습 자체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저 글쓴이분이 서울대생인것과 관계없이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용기내어 꿋꿋하게 사는 모습 자체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저 글쓴이분이 서울대생인것과 관계없이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용기내어 꿋꿋하게 사는 모습 자체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저 글쓴이분이 서울대생인것과 관계없이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용기내어 꿋꿋하게 사는 모습 자체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미워하고 살지 말아라.
사람을 미워하고, 세상을 미워해봤자 속는건 너 속 아니냐.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살아도
그만큼이나 후회스러운 일도 많고 속이 썩어들어가는 날도 많은 것이 바로 인생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서로를, 세상을 미워하고 살면 그 얼마나 각박한 세상이냐.
좋네요..
세상에... 제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글입니다. 저도 험하게자라왔지만 저분은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와...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