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욱몬의자연지리 [532515] · MS 2017 · 쪽지

2015-06-15 09:16:54
조회수 519

[일기장 주의] 날아오르기 위해 잠시 몸을 낮추고 있는 너희에게 보내는 글: 3년간 너무나 고마웠다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130906

작년 이맘때가 생각납니다.

기숙사 학교에 갇혀 살면서 불안해하던것.

겉으로는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밥도 먹고 외식도 하러 외출하면서도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던 1년전.

오늘 학교에 등교하기 전 달력을 보니 어느새 6월 15일이더군요. 갑자기 재수하는 친구들이

떠올라서 글을 써보게 됩니다.

저는 같은 학교에 21명의 동문들과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대부분 데면데면

아는 사이이거나 그리 맘이 맞는친구들은 아니었어요. 정말로 제가 친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들은 아쉽게도 자신의 꿈을 위하여 몸을 낮추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그 친구들이 최근 6월 모의고사를 보았을것이고 잘 본 친구들도 있겠지만

낙담하고 있을 친구들도 있으리라 생각하니 그들이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고등학교 때 여러모로 주위에 폐를 많이 끼치는 사람이었습니다. 문이과 선택을 할 때도

엄청나게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친구들한테 징징거리고,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서 처참한 내신을 맞으며 '나는 멍청한가봐' 라고 자조하기 일쑤였죠. 심지어 반 대항/

호실대항 축구 경기에서 지면 반나절동안 기분이 저기압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웃기네요)

하지만 저는 다행히도 수능을 잘 본 편이기에 원하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 6시간 후면 모든

시험이 끝나고 완벽한 종강을 하고 첫 여름방학을 맞이하겠죠.

하지만 같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서로에게 너는 잘 될거야라고 응원해주던 친구들은 지금도 노

력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맘이 편치는 않습니다.

제게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었던 친구들 중에는

모든 연락을 끊고 1년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하러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간 친구들도 있고,

아직도 간간히 얼굴도 보고 연락을 하며 보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오르비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며 현황 파악이 가능한 친구도 있고요.

그 친구들은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에게 그 친구들은 너무나도 힘들고

자괴감에 빠져 살았던 제가 시골 산골짜기에 박혀있는 서대문 형무소 같은 고등학교 생활을

견뎌내게 도와주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위해 대신 공부를 해 줄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속상

하기도 하고, 졸업식때 다음과 같은 말들을 쑥스러워서 전하지 못한것이 안타깝기도 하네요.

하지만 여기에서라도, 이 글을 볼지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너희들 덕분에 1학년 때의 자신감 없던 모습을 이겨 낼 수 있었다라고,  너희들 덕분에 고등

학교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목표라는 것을 가지고 이루어낼 수있었다고, 너희들이 건낸

언뜻 보면 사소하고 작은 위로들에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이제는 내가 너희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식사 기도 할때마다, 주일 예배에 갈때마다 (종교색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너희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고.

저들이 내게 준 도움을, 지금의 내가 그 친구들에게 줄수는 없으니 절대자께서라도

나 대신 저들에게 주라고. 당신께서 저들에게 주신 도움은 제가 더욱 성장한 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갚겠다고 얘기하면서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듯이 이제는 제가 그 친구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간간히 응원의 말을 전해주고 있기도 하고 한달에 한번정도는 교대나 강남에 가서 그 친구들을

보고 오기도 하지만, 대학생인 제가 재수생인 친구들에게 건내는 위로나 응원이 진실되게

다가올지 항상 조심스럽고 미안하네요.

긴 뻘글이라서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오르비에 자주 들어오는 그 친구라도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르비의 모든 재수생분들, 저처럼 조용히 응원해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주시고

11월 둘째주, 환하게 웃으며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보람찬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