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지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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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 /오탁번
말복날 개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술추렴을 했다
가마솥에 발가벗은 개를 넣고
땀 뻘뻘 흘리면서 장작불을 지폈다
참이슬 두 상자를 다 비우면서
밭농사 망쳐놓은 하늘을 욕했다
술이 거나해졌을 때 아랫집 김씨가 말했다
-이건 오씨가 먹어요, 엘레지요
엉겁결에 길쭉하게 생긴 고기를 받았다
엘레지라니? 농부들이 웬 비가(悲歌)를 다 알지?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30년 동안 국어선생 월급 받아먹고도
'엘레지'라는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그날 밤 나는 꿈에서 개가 되었다
가마솥에서 익는 나의 엘레지를 보았다
犬根을 매개로 한 詩와 男根의 상관관계 /박제영
오탁번 시집을 읽다가 생각한다
좆도 아닌 것이 좆같이 사람을 울리고
좆돼버린 사람들 좆처럼 다시 서라 웃긴다
그게 시다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봐라 개자지도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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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에 그런 깊은 뜻이..?!
깊고 어둡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