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지 [429588] · MS 2012 · 쪽지

2015-10-13 1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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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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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 /오탁번

 

말복날 개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술추렴을 했다

가마솥에 발가벗은 개를 넣고

땀 뻘뻘 흘리면서 장작불을 지폈다

참이슬 두 상자를 다 비우면서

밭농사 망쳐놓은 하늘을 욕했다

술이 거나해졌을 때 아랫집 김씨가 말했다

-이건 오씨가 먹어요, 엘레지요

엉겁결에 길쭉하게 생긴 고기를 받았다

엘레지라니? 농부들이 웬 비가(悲歌)를 다 알지?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30년 동안 국어선생 월급 받아먹고도

'엘레지'라는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그날 밤 나는 꿈에서 개가 되었다

가마솥에서 익는 나의 엘레지를 보았다



犬根을 매개로 한 詩와 男根의 상관관계 /박제영





오탁번 시집을 읽다가 생각한다



좆도 아닌 것이 좆같이 사람을 울리고

좆돼버린 사람들 좆처럼 다시 서라 웃긴다



그게 시다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봐라 개자지도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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