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칼럼] 현대시 뽀개기!!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6592659
반갑습니다. 국어 강사 정연중입니다!
오늘은 문학에 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특히, 현대 문학은 작품 하나를 두고 몇 시간을 고민해도 고민할 것들이 남아있는 심오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현대 문학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해보신 적이 분명 있을 겁니다.
‘현대시를 비문학처럼 후벼파야 하나...?’
아니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감상만 연습을 하면 되나...?’
그런데 이러한 고민은 우리를 정도(degree)의 딜레마에 빠지게 만듭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감상 능력의 적정선은 영원히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할 때의 태도와 시험장에서의 태도를 구분 지으면 됩니다.
공부할 때에는 후벼파면서 감상 능력을 단련하고,
실전에서는 평가원이 요구하는 대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파면 됩니다. 자신이 가진 감상 능력의 '일부'만 쓰는 것이죠.
감상 능력이 100인 학생이 자신의 능력 중 10%를 쓰는 것과
감상 능력이 1000인 학생이 1%를 쓰는 것은
그 결과가 모두 ‘10’으로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는 후자의 학생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2024년 11월 14일까지 '감상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감상 능력을 길러야 하는가?
우선 현대시에서는 '심상', '공감', '연결' 3가지 능력을 훈련해야 합니다.
'심상'은 글자를 읽으면서 동시에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며 읽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 시적 상황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적 상황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것은 공부를 하려는데 책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두 번째는 '공감'입니다.
저는 INTJ입니다. (로봇이라고 불리는 MBTI...)
로봇인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우선 '시적 화자’와 ‘일반적인 사람’을 비교하고, 둘의 차이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반응을 보일 텐데... 시적 화자는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이런 정서나 태도를 갖고 있는 거겠지?' 이런 식으로.
(물론 이것은 경험을 전제로 하는 공감이 아니기에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능 국어를 보시는 데에는 충분합니다.)
세 번째는 '연결'입니다.
당연히 현대시도 비문학처럼 단어들이 모여 한 문장을 이루고,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시를 이룹니다.
다만, 시는 비문학에 비해 조금 더 연결의 단위가 짧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문학은 생각의 기본 단위가 cm라면 문학의 생각 단위는 mm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조사, 마침표, 쉼표까지 신중하게 읽으셔야 합니다.
아래의 시를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게요.
[2014. 수능] 조지훈의 파초우입니다.
우선 여러분이 가진 감상 능력을 총동원해서 아래의 시를 읽어주세요!
일단 제목부터 읽으셔야 합니다.
파초우...? 비?
'시적 화자에게 비는 어떤 의미일까?' 정도 생각하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 봅시다.
(1연)
화자의 마음에 공감해보면 화자는 지금 쓸쓸하고 외로운 상황인가 봅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외로이 흘러간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요. (일반적인 사람과 화자의 차이에 집중)
지금 자기 마음이 외로우니까
하늘의 구름이 외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겠죠. (공감)
그리고 어두운 한밤중에 쉴 곳이 없는 상황인가 보네요. (심상)
(2연)
비가 파초 잎 위에 후두둑 떨어지고 있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외로운 한 사람이 있는데,
비 때문에 더 외로워 보이네요... (심상)
(3연)
창 열고? 외로운 화자는 집 안에서 창문을 통해 푸른 산을 보려고 하네요. (심상)
왜 푸른 산과 마주 앉으라고 한 걸까요? (의문)
모르겠네요. 계속 읽어봅시다.
(4연)
'산'을 날마다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자의 외로움은 '산'과 함께 있지 못해서 인 것 같고. (연결)
그런데
외로운 상황에 내리는 '비'가...
왜 싫지 않다고 말하는 걸까요...? (의문)
그리고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A이기에 B이다.' ...
파초잎에 후두기는 소리랑 산이랑 무슨 상관이지...? (의문)
일단 계속 읽어봅시다.. 쉽지 않네요...
(마지막 연)
지금까지는 어두운 밤이었는데,
아침이 밝았습니다. (심상)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때 '나의 꿈'은 '푸른 산'이겠죠. (연결)
구름이 푸른 산을 스쳐간 상황인가 보네요. (심상)
어제 '저녁'에 저 구름은 비를 내리던 구름이었는데...
그 구름이 스쳐갔다고 했으니까..
'아침'인 지금은 비가 내리지 않는... 후두기는 소리가 없는 조용한 상황인 건가? (연결)
그리고 1연의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가 그대로 반복되네요. (연결)
화자는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외롭나 봅니다. (공감)
'주관적 감상'을 했으니,
이제는 <보기>를 기준으로 '객관적 해석'을 해봅시다.
<보기>의 1번째 문장을 기준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면,
→ 화자의 외로움이 ‘떠돌아다니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기>의 2번째 문장을 기준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면,
→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아!! 화자는 파초 잎에 후두기는 소리를 매개로 푸른 산과 교감하고 있었던 거구나!!’
즉, 화자는 '저~기 멀리 보이는 푸른 산에도 후두기는 소리로 가득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파초잎에 후두기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네요.
→ ‘그래서, 화자는 파초 잎에 후두기는 소리가 싫지는 않다고 말한 거고!!!’
당연히 그 소리가 좋을 수는 없죠. 왜냐하면 화자가 정말로 듣고 싶은 것은 파초잎에 후두기는 소리가 아닌, 푸른 산에 후두기는 소리니까요.
(= 화자가 정말로 함께 하고 싶은 대상은 푸른 산이니까.)
→ 그런데, 화자와 푸른 산을 이어주던 빗소리마저 그친 '아침'은 화자에게 정말 외롭고 쓸쓸한 상황이겠네요..
<보기>의 3번째 문장을 기준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면,
처음 작품을 감상을 할 때에는 산이 그저 하나가 되고 싶은 '지향의 대상'이었는데 화자가 현실에서 벗어나 '은둔하려는 공간'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작품을 이해했으니 제목을 다시 볼까요?
파초우(파초잎에 후두기는 빗소리)는 화자와 푸른 산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니까,
이 제목에는 '그리움의 정서'가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보기>에 따르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내포하겠네요.
문제를 풀기 전에 잠시만요!!
처음 작품을 감상할 때에 가졌던 '의문'들이 없었더라면
<보기>에서 중요한 해석의 기준을 알려주었음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죠?
이해를 하지 못하고 해매는 것도 감상의 일부입니다. ***
물음표가 있어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이제 문제를 풀어봅시다.
1번 해설 : 구름에 방랑자의 외로운 심정을 투영한 것. 맞죠?
2번 해설 : 화자의 성찰이 이루어지는 배경 = '비가 오는 저녁'. 맞죠?
3번 해설 : 마주 앉아라(3연) + 그리운 산아(4연) = 자연 세계(산)를 지향하고 있음. 맞죠?
4번 해설 : 물소리를 통해 자연(산)과 교감하고 있음. 맞죠?
5번 해설 : '어디메서 쉬리라던고.'에서 '어디'는 화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이죠. ('푸른 산'같은)
선택지에서는 '어디'를 벗어나고자 했던 현실 공간이라고 하고 있으니 틀렸네요.
지금 같이 읽고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에서 느끼셨겠지만 문제는 너무 쉽게 풀리죠?
'실전'이 아닌 '훈련'을 할 때에는 이렇게 쉽게 풀리는 느낌을 받아야 제대로 감상하고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실전에서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현대시는
'심상', '공감', '연결' 능력을 바탕으로
'의문'을 충분히 가지며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학생분들이 좋은 insight를 가질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s://academy.orbi.kr/gangnam/teacher/459
(정연중T 대치 현강)
https://class.orbi.kr/event/697
(정연중T 인강 프리패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날-데이식스, 비비, 실리카겔, 이승윤 둘째날-에스파, 잔나비, 창모...
-
학교인데 FG들 보이네
-
성대관련 질문받습니다 61
추합자들 이것저것 알아보기엔 너무 촉박할듯해서 답이 늦을순 있어요
-
성대 글로벌 2
지금 성대 글로벌이 어디까지 돌았고, 현재 마지막으로 붙은 분 점수가 어떻게...
-
가군 성대 글로벌이나 경영 붙으시고 나군 서강 경영 쓰신 형님 누님들... 혹시...
-
새내기 게시판 가서 에타 활동하고 싶은데 정시 추합 아직 다 돈거같지도 않은데 왜...
-
지금 예비 한자리 숫자인데 가능하나요 연고가 3차 추합부터는 거의 안 빠져서...
-
지금 1n번대인데 기대할만 한가요 1차 45 2차 28명 빠졌어요
-
성대 교육학 0
성대 교육학 좋나요..? 전망이나 분위기 등 다 포함해서
-
성균관대 계열제 학고휴학 반수후 망해서 유급신청하면 계열제 1학년 부터 다시...
-
성글리 최초합!! 16
성글리 최초합 했습니다!!!! 군수로 붙어서 기분 더 좋네요 ㅠㅠㅠ 점수 672.06 이었습니다
-
고대 언어도 사실 스나긴 한데…점공에서 나쁘지 않길래;; 진짜진짜 만약에 둘다...
-
반박안받음 ㅇㅇ
-
안녕하세요 올해 다른일로 너무 바빠서 지인들 몇명 입시 봐준거 말고는 아예 이쪽일...
-
최초합 표본들 앞에 많이 빠질 것 같나요? 장학금 받아야해서..
-
성대 경험담 8
*버스에서 폰으로 쓰다보니 글이 좀 난잡하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로스쿨쪽으로 진로...
-
가군에 성대를 안정으로 가져가고싶은데 5칸에 뒤로 밀리는거같아서요 이거...
-
아까 로스쿨 질문은 했었는데 복전 관련해서도 궁금해서요. 둘다 로스쿨로 가거나...
-
성대 재수 문의 2
수시 추합으로 성대 자연과학계열 붙었는데요, 제가 내년에 재종에서 재수를 할...
-
계열제?라서 2학년때 전공 고르기 전까지 학점을 잘 따야하는걸로 아는데 화공,...
-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이과대학 물리학과 종강기념 질문받습니다 이과대학도 질문받아여~...
-
ㅌㄱ 성약 중약 6
여기서 대략 몇퍼센트 빼고 생각하면됨?? 낙지는 성약5칸 중약6칸임 영어...
-
[2024학년도 성균관대학교 정시모집 온라인 입학상담실 개최 안내] 0
[2024학년도 성균관대학교 정시모집 온라인 입학상담실 개최 안내] 성균관대학교...
-
영어 변표 발표나고 한번 올랐는데 오늘 보니 또 오름 뭐지 얼마나 후하게 주는거임 이거
-
전문가들왈 중앙일보 대학순튀에서 다른순위는 큰의미없는데 이 순위는 의미가 있다
-
인문과학,사회과학 100ㄷ1뚫을 거 같음?
-
지금 성대 2차추합에 발표된 예비 몇 번까지는 안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제 집에서 성균관대 자과캠까지 구글로 경로 한번 찍어보니 편도로 약 1시간 반...
-
올해는 예비를 중간에 업뎃을 해주는건가보네요 신기하네 저것때문에 초반부추합으로...
-
안녕하세요. 일이 너무 바빠서 글이 늦었네요. 정시 기숙사 신청이 얼마 남지 않아...
-
질문 받을게요 99
성대관련이면 뭐든요. 컷하기 전까지 받을게요
-
다음글 쓰기전에 하나 궁금해서 성대 인사캠 와보신분들 4
논술보러온거 말고요 캠퍼스투어나 그냥 개인적으로 한번 구경왔거나 정시상담 오셨거나...
-
성균관대 신입생을 위한 팁 3 - 필수교양과 반수 27
안녕하세요. 한참 바쁜일이 많이 글이 좀 늦었네요. 이번 글에선 지난 글에서...
-
최초합 발표가 예상보다도 더 빨리 나와버렸네요. 합격하신 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
점공참여율하고 최초컷 확인해보고 싶네요 경영보니까 상당히 높네 과별로 점공상 최초...
-
언제나 예상을 깨버리는ㅋㅋㅋ 모두 확인해보시고 댓글 부탁드려요!!
-
성균관대 신입생을 위한 팁 1 - 계열제 신입생 전용 57
안녕하세요 올린다고 했던 여러 이야기들 중 계열제 새내기들을 위한 이야기를 먼저...
-
LC, 수강신청, 기숙사, 계열제, 전공진입, 복수전공, 장학금, 통학, 캠퍼스간...
-
여기 지원풀이 너무 궁금한데
-
성대식 점수로 751.07이고 막판 실지원자로 봤을때 56~58/40*등이였는데...
-
성대 2
정시 성대 예비번호 몇배수까지 주ㅏㄴ요
-
성대 인문과학 192명 뽑는데 지금 표본이 좀 부족하지만 이정도 등수면 붙을만...
-
빠지시는 분 안계신가요
-
성대 논술 전화 1
온 사람 있음?
-
예비 4번인데요... 혹시 건환공 논술 빠지신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살 떨려서...
-
성대 서강대 고민하고 있는데 둘 중 하나를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워서 질문드립니다....
-
서강경이랑 성경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서강대의 장점이 복수전공이라고 생각합니다...
-
1차 예비 4번입니다 혹시 몇번까지 빠졌는지 뇌피셜도 ㄱㅊ고 어디서 봤다, 카더라,...
-
성대 추합 1
학종 계열모집형 추합부터는 예비번호 안뜨는 합불만 뜨는건가요 ???
보기는 지문읽고나서
지문내용을 떠올리거나 대응시키면서 연관내용을 계속 비교하면서 읽는건가요?
네,
출제자가 발문에서 시킨 대로 <보기>를 참고해서 윗글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과정을 캐스트에 적어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