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상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704651
1. 수능이 얼마 안 남았네요, 저도 2번을 봤지만 다시 본다고 해도 떨릴 시험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맘때 '공부해 놓은 게 너무 없다'거나 '아는게 시험볼 때 생각 안 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은데, 공부한 거 어디 안 가더라고요. 너무들 불안해마시고 하던 공부를 조용히 지속해가면서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2. 최정윤 선생님은 요즘 생물 쪽에서 많이들 안 듣나요?? 저 때는 백호와 같이 공동1타셨던 것 같은데... 요즘 학생들은 "스듀는 이지영쌤 말고없다"는 것 같아서 궁금해서 물어봅니다ㅎㅎ
3. 얼마 전 "우리나라 20대는 너무 아무 생각이 없다. 학벌 연애 돈 외모 생각 밖에 없는듯" 이라는 글을 봤습니다. 그 분이 이 글을 봤으면 좋겠네요.
새벽 6:20에 알람이 울립니다. 세 번 정도는 늘상 그냥 끄곤 해요. 밖에서 부모님께서 슬슬 움직이시는 소리가 들리면 아 이제 일어나야 되는 시간이겠다, 하고 숨을 한 번 몰아쉬고는 몸을 일으킵니다. 오늘따라 7시에 일어나서 늦었으니 단장은 뒤로 하고 일단 학교에 안 늦게 나가는 게 우선이예요. 밥은 두유로 간단히 해결하고, 출근하시는 아버지 차에 같이 타로 출근길에 섞여들면서 오늘은 비가 오겠네.. 하고 학교 가는 동안에 짧은 잠을 잡니다. 내리면서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아침 도시락 챙겨드시라는 당부도 오늘따라 해봤네요.
학교에 도착하면 수업 시작입니다. 교수님들께서 자주 무시하시곤 하는 쉬는시간마다 슬쩍 허리를 펴가면서 모르겠는 수업을 꾸역꾸역 들어요. 파마한 친구한테 아는 척도 해보고, 네이버에 들어가서 뉴스도 훑어보면서 국정화 교과서가 화제구나.... 하고 잠깐 그에 대해 생각해보다가도 다시금 시작하는 수업을 들으려고 해봅니다. 오늘따라 허리와 어깨가 많이 아프네요. 나름 대학생인데 땡땡이라도 쳐볼까 하다가도 기왕 왔는데 끝까지 앉아있다 가지뭐, 하고 슬라이드에 분홍색으로 밑줄을 칩니다. 오늘은 비도 오는데 점심은 뭘 먹을까 친구들과 얘기하다 근처 음식점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카페에 가서 따뜻한 음료도 한 잔 마셔봅니다. 보통 때는 학식을 먹지만, 오늘따라 비가 오니까 외식을 해봤어요.
끝나고 매일 집에 오는 길에 보이는 쇼핑몰이 오늘도 보이고, 으 사고싶은 게 많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으니까 더 참아보지뭐.. 하는 생각도 오늘도 합니다. 아버지께서 매일 도시락을 싸가시면서 아끼는 돈이 7000원이라고 생각하면, 마트 한 번 둘러보면 바구니에 담기는 만원이만원도 작은 돈은 아니니까... 하면서 타박타박 집으로 걸어요. 학자금 대출 이자 납부 문자가 이번 달에도 도착합니다. 점점 불어나고 있지만 이정도 내고 당장은 걱정없이 학교 다니는 게 어디냐 싶어요.
도착하고 나서는 밥을 먹고 잠시 공부하는 척 책상에 앉아서 이것저것 뒤적뒤적 해봐요. 조금 있으면 수능인 동생 입시정보도 여기저기 들여다보기도 하고, 요즘은 정시가 어떻게 되어있나도 뒤져보고.... 아버지께서 퇴근하시면 같이 밥상에 앉아있다가 들어가시면 저도 다시 방으로 들어옵니다. 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열두시네요. 어머니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조금 수다도 떨어보고, 동생 공부에 한두마디 참견도 해보고 잠자리에 누워서 인터넷을 잠시 보다가 보통 잠이 듭니다.
그 글을 썼던 당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모르겠지만 "학벌, 연애, 돈, 외모"를 별 거 아닌 생각으로 치부하는 사람이라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유복한 사람이니까요. 학벌 생각을 안한다는건 만족할만한 학벌을 가졌거나, 아니면 학벌이 한 사람의 선택의 폭을 얼만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아직 모르는 거겠죠. 당신이 연애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자존감이 낮다거나, 연애를 생각하지 못할만큼 삶의 문제에 파묻혀있지 않다거나 하는 문제가 없다는거고요. 돈 생각밖에 없는 걸 비판하는 당신이라면 돈 걱정을 안 할 수 있는 상황일겁니다. 외모에 대한 생각도 비판했으니, 그럼 전세계 20대중에 외모에 관심없는 20대가 없는지 묻고 싶네요. 자신의 외모에 대해 피하고 싶어도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는 거겠고요.
아직 대학생이 아니라면, 대학생이 되고나서 자취방 구할 비용이 부족해서 아버지 차를 얻어타기 위해 매일 6시에 일어나서 두유를 들고 집을 나서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한시간 한시간 소화하기 힘든 지식이 쏟아져 들어오는 와중에 당신은 창밖을 내다보면서 세상 걱정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 문자가 온 걸 보고 통장 어플에 들어가 잔고를 확인하면서, 당신은 돈 생각을 안 할 수 있을까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지친 몸에 파스를 붙이면서 얼마나 세상의 평화와 철학과 인문학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까요.
그 와중에 "미움받을 용기"와 "인문학 지식" 같은 책을 베스트셀러로 올려놓고 있는 것이 지금 살아가는 20대입니다. 당신 눈에 근처의 20대는 아무 생각도 없고, 그저 돈과 외모만 밝히며 학벌 따지는 한심한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도 노력하는 20대가 있을지 몰라요. 당신이 나중에 이 점을 느낀다면 그 때에 '아 어렸구나' 정도는 느끼길 바라고, 저런 상황이 그대로 와도 그 와중에 세상과 인문학과 소신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부디 그 굳은 심지로 큰 일을 해주길 바라요. 수험생이라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좋아요 0
-
ㄹㅇ 언제든 바로 녹음할 수 있게 준비해놔야하나
-
그래서 주겼더니..피가..
-
찬란히 빛이 쏟아지는 새벽 오래 닫혀진 문은 산천을 울리며 열리었다 그립던 깃발이...
-
아니 이양반 1
롤을 껐다키라고 했는데 컴을 꺼버렸네
-
세월이 야속하구나
-
돌아와라
-
나이메타 뭐지 8
제 나이 맞추면 2000덕을
-
딱 결심했다 3
아이스크림먹고 3시반엔 자자
-
아예 못하나요? 아니면 쉬는 시간이나 남는 시간에 핸드폰 주나요? 그리고 개인...
-
새벽 단잠 속 꿈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구나
-
05하기 어렵네
-
대치가 또 파스타맛집 성지인데
-
난 처절하게 울 때가 행복하다
-
초딩 사촌동생이 쓸법한 프사라던데
-
같이 얘기해줘 제발. . . . 너무 외로워 갑자기
-
난 햄버거 먹고싶음
-
볼때마다 세월의 무상감이 이루 말할수가없다
-
난 반말하고 03분은 존댓말쓰는 기이한현상...
-
미적 기출 하려는데 다른 선생님거 들어보고 싶어서요 양승진 기출코드랑 이미지...
-
훈t보고 동류항 슈슈슉 계산법 따라하다 보니 6평쳤을 때랑 비교하면 2배는 빨라진듯
-
수능 백분위로 9
90 99 2 99 99 이런식으로 나오면 메디컬 가능한가요?? 국 수 영 화1...
-
오르비너무고요해 8
아직자긴싫은데
-
계단에 올라갈때 감정이 섞이질 않듯이.. 공부도 한 발 한 발 그냥 내딛는거임
-
공부계획 수립중 2
3일동안 할 벼락치기 과정을 생각중 14회분의 모의고사가 있는데 이걸 3일에 어떻게...
-
몰래 먹는 과자만큼 맛있는 게 또 있다냐?
-
ㄷㄷ
-
실물이 너무 예쁨. 영어로 뭐라고 쓰여져있는것도 간지나고
-
확실히 조용하네 3
작년 이맘때쯤은 활발했는데 말이지 아무튼 자러감... ㅎㅎ 그냥 요새 재밌는 게...
-
유신T 0
유신T 독서 들었었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강의하시는 분 없을까요? 인강이든 현강이든
-
잘자요 4
나의 사랑 오르비언 여러분
-
눈팅해도 재미가옶음 좋은거겟지
-
알바노?
-
킬캠다품 0
케케 재밋네요
-
집가서 4
소주한사바리
-
하루종일 공부하고와도 잠 안올땐 안와서 너무힘듬 ㅜㅜ
-
내가 또 실패할까봐 너무 무서워서 미칠거 같은 때마다 보는데, 사실상 최초의...
-
2시에자야지 6
음
-
작년에 물1지1 선택해서 3컷 1컷 받고 전적대인 경희대로 돌아왔습니다....
-
A+ 컷 960 6
내 점수 이거 뜸
-
이게 다 수능을 위한 밑밥이자 제물이다 이렇게 운을 차곡차곡 정립해둬야 수능날 포텐...
-
일제 위안부보다 더 많은 여자들이 희생됏는데
-
3모 1 5모 2 6모 3이 떴는데요 평소에 69모 풀어보면 대부분 1이 떠요(근데...
-
2025 EBS 연계 고전 시가 평가원화 9평 대비 전자책!! 0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ㅠㅠ https://docs.orbi.kr/docs/12517/
-
요즘엔 스카 말고 "독서실" 그런거 거의다 없어진듯?? 7
라떼는 스카 그런건 듣도보도 못했는데 지금은 독서실을 찾기가 힘듦.. 서울에보면...
-
보통 야라고 부르지 않나 본인한테 깍듯하게 오빠 형 이렇게 부르는거 보고 놀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