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 - 자작시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7581281
제가 다니는 동국대학교에서 '지상의 모든 심리'라는 강의가 있습니다. 무려 260명 정도가 듣는 대강의인데요, 책을 2권 내신 김성규 교수님이 하시는 수업입니다. 다양한 심리 현상들에 대해서 고찰하고 토론하는 수업입니다.
오늘은 '나와 너라는 사건' 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상당히 감동이 있는 수업이었고 늘 생각해오던 시상과 겹쳐서 써보았습니다.
시를 쓰기 전에,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에 관한 설명을 하자면....(수업 내용 일부 발췌)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익히 들어보았을 만한, 1단계 생리적 욕구(식욕 수면욕 등등),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사회적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명예욕),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습니다.
1,2단계는 단순히 우리의 생존, 즉 survival에 대한 욕구이지만 3단계 이상부터는 더더욱 고차원적인, 인간과 다른 동물이 가지지 못한 욕구가 있습니다.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에서도 보이다시피 3단계부터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사회 속에서 욕망을 합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은 것, 남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명예를 누리는 것, 나라는 존재를 자각하는 것 등등이요.
우리는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고 항상 어떤 조직이나 집단에 소속되어서 살아갑니다. 여기 커뮤니티인 오르비도 그렇고, 넓게 보면 지구에서 사는 인간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수능 공부를 하는 수험생으로서 살아갑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또 거꾸로 남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남들에 대해서도 알고, 그럼으로써 비로소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인 만큼,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자아를 획득하고, 남들과 비교함으로서 스스로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남들과의 관계가 있어야지만 비로소 우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린 왕자>에서도 이런 심리가 잘 들어납니다. 어린 왕자가 사막 여우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서 서로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 덕분에 서로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정 스님이 <어린 왕자>를 읽고 쓰신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전체 내용 일부를 부분 부분으로 발췌하였습니다)
" 너와 마주친 것은 하나의 해후였다.
너를 통해서 비로소 인간관계의 바탕을 인식할 수 있었고,
세계와 나의 촌수를 헤아리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사물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게 된 것이다.
너를 통해서 나 자신과 마주친 것이다.
어린왕자!
너는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꽃인 줄 알았다가,
그 꽃과 같은 많은 장미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풀밭에 엎드려 울었었지?
그때 여우가 나타나 ‘길들인다’는 말을 가르쳐 주었어.
그건 너무 잊혀진 말이라고 하면서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길들이기 전에는 서로가 아직은
몇 천 몇 만의 흔해빠진 비슷한 존재에 불과하여
아쉽거나 그립지도 않지만,
일단 길을 들이게 되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고 만다는 거야.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해가 돋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어느 발소리하고도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다.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이 되어 나를 굴 밖으로 불려낼 거야.”
그토록 절절한 ‘관계’가
오늘의 인간 촌락에서는 퇴색해 버렸다.
서로를 이해와 타산으로 이용하려 들거든.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없어지고 만 거야.
‘나’는 나고 ‘너’는 너로 끊어지고 말았어.
이와 같이 뿔뿔이 흩어져버렸기 때문에
나와 너는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야.
인간관계가 회복되려면, ‘나’, ‘너’사이에 ‘와’가 개재되어야 해.
그래야만 ‘우리’가 될 수 있어. ㅡ
너를 읽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이내 신뢰감과 친화력을 느끼게 된다.
설사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내 벗이 될 수 있어. "
김춘수 시인의 <꽃> 에서도 일맥상통하는 뜻이 통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 수업은 상당한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상대적'이라는 말을 자주 쓰잖아요? 저도 한창 사춘기여서 방황할 당시에는 남들과 비교도 많이 하고, 남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관찰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때 한참 고민과 사색에 빠졌던 제가 떠오르더군요.
지난번 제가 쓴 <물리 문제>처럼, 물리학이랑 엮어서 시를 좀 써보았습니다.
상대성 이론
너가 있어야 내가 있다
생택쥐베리가 말했지
너가 있어야 내가 있다고
사회 속에서
우리가
관계를 맺고 나서야
만남을 하고 나서야
내가 있는 것을 알고
너가 있다는 것을 안다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이
빠르게 움직이는 나의 시간과
느리게 움직이는 너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우리는 시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어야
내 마음도 생기듯이
서로에 대한 시간이 있어야
내가 온전히 이 우주를 알 수 있었다
너와 내가 가진 마음이 상대적일때
너와 너의 시간이 상대적일때
난 비로소
우주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jKOF6UFY4U&embeds_referring_euri=https%3A%2F%2Fblog.naver.com%2F&source_ve_path=Mjg2NjY&feature=emb_logo
고등학교때 지었던 시 몇 편 - https://orbi.kr/00019540864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무료 입시 세미나?] 성북구 ‘도란도란 가족 놀이터’ 행사에 초대합니다! 을...
-
소신과 일반교과 vs 지역인재 어디로 쓰는게 좋을까요 3
충남대 전기공학이 목표고 제 내신응 2.7입니다. 일반교과 3개년 70퍼컷...
-
주요과목 내신 2.47에 생기부는 그나마 자신있어서 상향 지르는 카드로 홍대랑...
-
항공우주 세특으로 고대 건축사회환경 쓰는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내일 부터 원서 접수라 기계 vs 건사환 조나 고민중임.ㅠㅠ
-
가려는 학과와 관련없는 지구를 빼고 사탐과목을 넣어서 내신 등급 올리는 것과 그냥...
-
이정도로 상승곡선으로 좋게 평가 받을 수 있을까요?
-
수만휘 기숙학원 경험 있으신분들 후기좀 알려주세요. 2
지금 다른 기숙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아예 혼공으로 하고 싶다고해서 수업 없는...
-
혹시 이번에 내신 완전 밑바닥인대 수능 잘봐서 서울대 합격하신분 있나요?
-
경기대 컴공이랑 가천대 물리중 어디가 나을까요? 경기대는 집에서...
-
과고 졸업생인데 과고 내신(학생부종합처럼) 고려해 주나요? 아니면...
-
재료, 역학, 단열, 환경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고 설계에 대한 내용은 동아리때만...
-
아이가 재수를 하기로 결정하고 기숙아닌 종합반을 다니고자 하는데 시대인재는 워낙...
-
올해 추합이 작년 규모 만큼 돌거라고 보세요? 아님 작년보다 줄거라고 보세요?...
-
질병 지각 8개 1
제가 학기초에 팔 다치느라 아침에 치료받고 오고 기관지가 많이 안 좋아서 질병...
-
고2이고 미인정 지각 고1때 적응 문제로 두 번이 있는데 학종에 크게 영향이...
-
2후 3초 수시 대학 14
표점 낮은 일반고 다니고 있고 생기부 나쁘지 않고 2후 3초 나오는 고2입니다...
-
학교선택 단국기계(죽전) 전남신소재 또는 전남 인공지능 0
광주거주 지인이 부탁하네요
-
학생부종합 지역인재 전형은 재수생이나 반수생이 불리한가요
-
첨에 별생각없고 마지노선으로 생각해놧었는데 전과자보고 맘 확 바뀜 기다려라 가천대
-
요즘 끝물이라는말잇던데 ㄹㅇ임?
-
카투사 가려면 2
토익 700 넘어야된다던데 영어 몇등급정도면 700넘음?
-
뭐가 더 나은선택일까 구체적으로 알려줘
-
부산대 밀캠 7
동물생명자원과(?)인가 여기 가서 복전으로 더 나은학과 하려하는데 ㄱㅊ? 저 과 어떤지도 알려주셈
-
결국 다시 돌아온 입시판에 AI를 이용한 생기부 분석이라길래 거금 99,000원...
-
부산사는 120명도 안되는 ㅈ반고 자연계열 학생임 전과목 4.39인가 아닌가 무튼...
-
표준편차 20정도 되는 ㅈ반곱니다 전과목 1.86이고요 1. 고려대 학종(학우)...
-
표준편차 20점대 중반 정도 나오는 일반고 입니다전교과 내신 2.18이고 국영수과...
-
수시 고민ㅠ 17
부경대 응용수학과 vs 가톨릭 수학과,회계 vs 외대 글캠 수학과 부경대 수학과랑...
-
수교과 논술 1
모든 논술이 그렇겠지마는 수교과/수학과 여기는 특히 수학에 진심인 놈들이 많을 것...
-
지방 과학과 조기졸업 예정자입니다. 내신 국영수과 2점대 후반이고 수과...
-
현 의대나 공대 진로 생각하는 고2고 과탐 반년 정도하면서 내신으로도 물화생지를 다...
-
반수생 뉴런 0
작수 14,15,22 미적 28 30틀인데 뉴런부터해야 하나요 작년에 뉴런 해서...
-
수능 전 기조 바꾸지 마라고 누가 소송제기 안하나요 0
아무리 대통령이래도 입시 하나도 모르고. 지맘대로 왔다갔다하는데 최소한 일년 전에는...
-
음ㅁ
-
입시한지가 몇년 돼가지고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지방 일반고 2후반으로는 보통...
-
숭실대 2023년 제58회 공인회계사(CPA)1차 합격자 63명 전국 10위 0
고시반 외 일반합격자 제외 숫자 임
-
내가 목표하는 대학교 선배랑 1:1 대화할 수 있으면? 0
어떨 것 같아? 지금 카톡처럼 내가 목표하는 대학교 선배랑 1:1 대화할 수 있는...
-
한의대 약대 같이 지원할 건데 저런 책 읽어도 괜찮을까요? 약대 지원에 혹시 안...
-
1차 강원의 추합 11
오늘 몇명 빠졌나요?
-
어디다가 요청해야할까요 거의 무조건 적으로 cc 준거 명시적인지좀 알고 싶은대
-
어떻게 확인하는건가요
-
대학 추합으로 등록 후 다른대학 추합으로 갈 수 있나요? 3
최초합대학 A -> 추합대학 B -> 추합대학 C 이렇게 할 수 있나요?
-
고대세종 융합경영학부 강원대춘천 경영.회계학부 어디 쓸까요 Cpa 생각중입니다
-
낙지에서 모의지원 50명 정도 넣었다하면, 실지원시에도 낙지 모의지원과 비슷한 수의...
-
시립대 경영 문과점수로 912인데 어려울까요 +라인 잡아주세요... 건홍 이과는 불가능이겟죠?ㅜㅜㅠ
-
서울대식 표점 395.6 인문 가능할까요? 서울대 인문, 연대 경제 모두 합격하면 어디?
-
화작 듣도 보고 못한 등급인데.. 너무 당황스럽네요 ㅠㅠ 문과 봐주실수있으신가요
-
백분위 1 100 96 1 99 98
-
최저있는 교과들은 수능 성적 발표 후 합불 알려주나요??
-
의대지망하고싶은 예비 고1입니다. 고등학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전략이 필요할까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