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츄오프 [665791]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4-08-18 06:59:37
조회수 3,047

스압 주의) 모로코 여행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8946994










8년전 수능 아랍어 공부할때 모로코라는 나라와 마라케시라는 도시를 처음 알게되었다.


그때 언젠간 아랍권에 여행가봐야지 다짐을 했다.(이집트가 젤 가고싶긴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고, 해외에 나가기 위한 여러 걸림돌(코로나, 군대 등)이 사라지고 난 뒤에 드디어 아랍권 국가로 떠나게 되었다.


처음엔 훈련소 동기가 자랑했던 스페인을 가봐야지 했고 그러면 포르투갈도 넣어야지 하다가 넣게 됐고 마지막으로 모로코까지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한살이라도 젊을때 가보자 하고 모로코도 넣게되었다.


일단 두바이 공항에서 환승해서 모로코 최대도시인 카사블랑카로 들어가는 비행기부터 동양인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카사블랑카 도착해서도 한국인 패키지 한팀 제외하고는 동양인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기차타고 마라케시에 도착한 순간 내 주위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마라케시에 도착하니 저녁 6시, 아직 해가 쨍쨍한 시간이었고 (모로코는 1년내내 서머타임을 써서 한국보다 해가 1시간 늦게 뜨고 늦게 진다) 바깥 기온은 41도였다. 난생 처음 40도라는 기온을 경험해보았는데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라는 느낌이었다. 땀이 많이 나긴 하지만 바람이 불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첫날 이동시간만 33시간이었고 지친 몸으로 숙소에 들어가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거리의 오토바이와 매연을 뚫고 마조렐 정원에 갔고(사진의 파란색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정원이다) 정신없는 도심 속에서 그나마 평온한 고요를 느낄 수 있었다. 다녀와서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바깥기온 43도, 구글맵을 켜고 이동하니 핸드폰이 뜨거워지며 땀을 뻘뻘 흘리며 이동했고(한국 더위보단 견딜만 했다) 식당에서 음료가 나오자 마자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음료를 다 흡입해버렸다. 점심먹고 시에스타를 갖다가 해 지기 1시간 전쯤 숙소에서 나와서 주위의 탑같이 생긴 쿠투비아 모스크를 보다가 근처의 제마엘프나 야시장에 갔다. 야시장을 둘러보며 한번 종심으로 가로지르는데 10초만에 삐끼가 4명붙어서 꺼지라고 하며 삐끼를 떼어냈다. 그 이후로도 저 야시장은 또 갔고 그때도 마찬가지로 삐끼가 꼬였다.


마라케시에서 버스타고 12시간을 달려 사하라 사막에 갔다. 한여름 한낮의 사하라 사막은 46도까지 온도가 올라갔고 햇볕은 매우 따가웠으나 체육전담을 반년간 하며 자외선에 단련된 덕분에 그렇게까지 뜨겁지는 않았다. 그리고 더위도 의외로 버틸만 했다. 사막 투어는 저녁 7시쯤 시작했으나 아직 사막은 해가 떠있어 온도가 43도정도였으며 밤10시가 넘어서야 40도 밑으로 온도가 내려갔다.


사막이라는 대자연은 정말 큰 감동을 주었고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낙타가 크게 흔들렸음에도 사막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모래밖에 없는 곳이지만 햇볕과 만나니 그 풍경이 정말 장엄하게 느껴졌다. 사하라 사막 투어를 마치고 베이스 캠프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다시 12시간을 달려 마라케시로 돌아왔다.


마라케시에 도착하자마자 삐끼들이 왕성한 제마엘프나 야시장에 다시갔다. 이번에는 주위 카페나 식당에 올라가서 삐끼를 피해 아래서 열리는 공연을 감상했다. 비록 시끄럽고 정신없지만 그 분위기에 빠져들고나니 그것 또한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그 분위기를 3시간정도 느끼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날 돈을 탕진(?)하기 위해 기념품을 몇개 샀다. 냉장고에 붙일 자석과 스카프, 민트티를 샀다. 그와중에 삐끼가 니하오 차이나를 남발하길래 한국말로 ㅆㅂ롬아를 시전해주고 마지막에 F~ U를 해주며 양손의 가운데손가락만 펴서 보여주고 지나갔다. 나름 삐끼를 퇴치하는 소소한 재미도 생겼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고나서 마라케시의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나니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떠나기가 아쉬웠다. 모로코를 떠나며 다음엔 이번에 가보지 못한 북부 위주로 다시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비행기를 타는 그 순간 5년전 태국을 떠날때 느꼈던 짙은 여운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남들은 삐끼나 인종차별, 지저분함 등의 이유로 모로코를 악명높은 여행지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삐끼가 좀 많았던 것 빼면 아주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점도 많고 다른 여행지에 대해서도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다.

--------------

지금은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포르투갈을 지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다. 4일뒤면 한국에 들어가고 머지않아 방학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여행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시간되면 포르투갈, 스페인 여행기도 올려보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