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문학 언어, 신경경제학, 신경과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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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24 SW 중심대학 에세이 공모전에 출품한 제 글입니다. 2가지, 분량 제한(3천자 내외인데 전 4천자로 씀 ㅋㅋ)과 에세이 필수 포함 내용 중 '소프트웨어 분야 취업을 위한 노력과 과정 및 에피소드' 를 적질 못했는데, 뭐 대학원 진학도 취업으로 인정을 해주겠지~ 하고 그냥 제 마음대로 썼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과로서는 역설적인 성적, 수학은 5등급인 반면 국어와 영어는 항상 1등급을 받던 제가 컴퓨팅 사고력을 이용해서 수학을 정복하고, 독해력을 정복하고, 이후 신경과학이라는 인문학 언어를 향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처음으로 본격적인 컴퓨팅 사고력을 발휘한 것은 고등학교 정보 수업 때로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당시 if 구문을 처음으로 배웠었는데, 저는 별다른 고민 없이 if 구문 안에 다시 한번 더 if 구문을 넣어서, 4가지 상황으로 나누는 방법을 구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보 선생님은 가르쳐주지도 않은 그런 방법으로 제가 4가지 경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기특하셨는지,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억을 해두셨다가 해당 이야기를 기록해주셨던 것이 참 감사합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이라는 분야는 제게 다소 두려운 학과였습니다. 한계가 없는, 지나치게 자유롭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컴퓨터공학은 제게는, 후드티와 노트북, 레드불 각성제를 마시며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온갖 기행을 일삼는 천재들을 위한 학과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당장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첫 번째 수능에서 국어와 영어는 1등급이 나왔지만, 수학은 늘 평소대로 4등급이 나왔거든요.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던 저는 고등학생 시절 크게 방황하였고, 특히 공부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학 성적이 제일 심각했었습니다. "아 이대로면 부족한 뿌리로 내가 이공계열로 진학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겠구나" 라고 후회를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재수 결과 수학은 오히려 떨어져서 5등급. 지나친 압박과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겪으면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버린 탓이었습니다. 그래서 재수 성적으로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 공학과를 가고, 한 학기만 대학을 다니고 두 번째 학기에 휴학을 하는 삼반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아주 우연히 부산대 첫 학기에 '컴퓨팅 사고력'이라는 과목을 듣게 된 것이 제 인생을 바꿀 줄 몰랐습니다.
컴퓨팅 사고력은 대학 이공계열 신입생을 위해 기초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방법과 원리를 가르쳐주는 수업입니다. 특히 당시 교수님이 정말 강의력이 뛰어난 분이셨는데, 수업 내용은 그야말로 과학적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정해진 절차로, 일관성이 생명입니다. 효율적인 알고리즘은 짧지만 시간이 적게 걸리면서 정확성이 높은 것을 말한다. 컴퓨터 세계에 있는 규칙들은 나름 모두 이유가 뚜렷하게 있었고, 협업과 효율을 위해 과학적으로 모두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평소 따르는 예절처럼 그 기원과 구체적인 이유가 불분명하지 않고, 명쾌하고 합리적인 원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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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상관없이 우리는 중학생 때 숫자의 약수 개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을 배웁니다. 어떤 숫자가 되었든 소인수분해를 한 다음, 각 인수의 지수에 1씩 더하고 곱하면 결국 약수 개수를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작 중학생들에게 과외를 해보면, 작은 수 뭐 12 같은 수의 약수 개수는 잘 구하면서, 27684 같이 큰 수의 약수 개수는 아예 구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관된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2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이니까 일일이 약수를 적어서 개수를 구하는데, 그런 방법으로는 큰 수에는 접근조차 하질 못합니다. 쉬운 문제는 쉬운 대로 끼워맞추고, 어려운 문제는 아예 손을 못 대니까 문제를 푸는 알고리즘을 연습할 기회가 없고, 그러니 시험에서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풀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일관된 알고리즘을 미리 세우고, 이것을 반복 강화하는 연습을 하지 않아서구나!를 깨닫고 난 직후, 곧장 여태 배운 기출 문제들을 분석하고, 각 상황에 대응해서 어떤 알고리즘으로 대응할지 준비를 하였습니다. 결과는 1등급. 드디어 수학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당당히 이공계열에 진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습에 대해 깨달은 바를 <수능 국어 비문학의 과학적 학습법>이라는 800쪽짜리 전자책으로 집필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여전히 저에게 컴퓨터공학은 부담스러운 학과였고, 최종적으로 화학을 많이 쓰는 재료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던 저에게 보통 화학이 잘 대답을 해주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등학생 때는 시문학 동아리 활동도 할 만큼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컸었기에, 전자책 집필 이후 여전히 교육과 전쟁사 등의 주제로 칼럼을 집필하였습니다. 교육학과 4학년 학생들이 듣는 전공 과목을 듣기도 하였는데, 여전히 머리 속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한 마음이 은근히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존스홉킨스 신경과학 교수의 <지능의 탄생>을 읽게 되었습니다. 지능에 대한 이야기니까 교육학 관련 내용이겠지~ 하였으나 실제로는 신경경제학 내용이었습니다. 경제학의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주체'라는 전제에 대한 의문부터, 게임이론, 인간의 이타적 행위, 지능의 정의와 고찰, RNA에서 DNA의 출현까지 뇌가 발달한 역사, 심리학, 그리고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한 방대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가야 할 분야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모든 학문들은 각자의 세계를 가진 언어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 심리학, 물리학, 철학 등 각자의 학문들은 수학이나 과학을 이용해서 각자의 관점에서 이 세계를 서술하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수학을 잘한다면 수식으로 표현된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리학이라는 언어를 잘 안다면, 비슷하게 심리학자들과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릴 때에는 컴퓨터 언어가 대체 왜 언어일까, 국어나 영어가 언어지 무슨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이 대체 왜 언어일까 이해가 되질 않았었는데 이걸 깨닫고 나서 인간이 컴퓨터에게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경과학은 주로 통계학과 컴퓨터공학, 동물 실험을 통하여 뇌를 연구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방학 때에는 KMOOC의 '넷로고와 파이썬으로 알아보는 게임이론' 강좌를 수강했었습니다. 재료공학은 소프트웨어공학의 그야말로 대척점에 있는 분야라서, 평소 SW 교육을 받지 않은 제게 아주 큰 고역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신경과학은 여태 나온 어떠한 인문학 언어 중에서도 가장 진보한 뛰어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철학이나 교육학, 심리학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행동을 가지고 온갖 상상을 해야했지만, 이제는 신경과학과 융합하여 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규명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은 생물학, 심리학, 철학, 컴퓨터공학, 이산수학, 통계학 등의 다양한 도구가 동원되는, 여태 발명된 인문학 언어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뛰어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근본 이유를 알아내고, 인간은 어째서 지금과 같은 성격으로 진화를 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이타심이 발휘되거나 학습, 기억 회상을 할 때는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fMRI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저를 완벽하게 만족시켜주는 학과가 없기에, 데이터 사이언스 학부를 중심으로 심리학, 교육학, 경제학, 생물학 등을 조미료처럼 넣은 새로운 학과를 학생설계 전공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 교육학과 외교, 국제정치학에 대한 신경과학적 규명입니다. 신경경제학의 decision making에 대해서, 교육은 핵심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decision making이 일어나고, 가장 많은 사람이나 국가에게 영향을 주는 decision making 분야가 다름아닌 외교라고 생각합니다. 신경과학이라는 관점에서 교육학과 국제정치학은 한 단계 더 과학적으로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근간에는 다름 아닌 컴퓨팅 사고력과 소프트웨어 교육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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