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문제에 대한 견해: 오류 아님 + 평가원의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9101435
오랜만에 본업인 국어 관련 글을 쓰게 되었네요.
첨에는 오류라는 입장 자체가 이해가 안 됐습니다.
몇 번 읽다보니 '아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하고 주장 자체가 이해는 되더라구요.
그러나 그렇게 읽는 방향이 옳은 독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제기된 주장은 '2번 선택지가 정답이되, 4번도 답일 수 있지 않느냐'라는 주장이지만, 저로써는 4번이 '정답'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 문제 상황 정리
본문 :
무단 변경과 달리, 일부 데이터가 지워져도 승인된 원래의 데이터로 복원할 때는 승인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ㄱ) 블록체인에 포함된 데이터는 일부가 지워지더라도 복원이 용이하다.
문제 : (ㄱ)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선택지 :
② 블록체인이 여러 노드들에 중복 저장되기 때문이다.
논란의 선택지 (복수 정답이거나 중의적일 수 있다고 주장되고 있는 선택지) :
④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승인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논란의 주장 글 : https://orbi.kr/00069092958
2. 복수 정답이거나 모호성을 야기하는 출제라는 입장
<지문 이해>
무단 변경 - 승인 필요
데이터 복원 - 승인 불필요
"따라서", '데이터 복원이 용이함' -> 승인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비교적") 용이하다는 의미
<선택지 독해>
④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승인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무단 변경된)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승인 과정을 필요로 한다.
-> 기존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포함(복원)되기 위해서는 승인 과정이 불필요하다. ----(a)
-> 데이터가 지워져도 복원이 용이하다.
3. 제 생각
1)
"비교"적 용이하다로 읽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4번 선택지가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4번 선택지 앞에 "무단 변경된"을 자의적으로 넣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모든"이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김미한님과 같은 주장입니다. https://orbi.kr/00069094372
국어적으로 '일반명사'로 보는 것이 당연히 타당합니다.
만약 이렇게 읽는 것이 감이 안 잡히시면, 저 4번 선택지 문장을 필요조건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독해해보시면 자연스럽게 "모든"을 넣어 읽게 되실 겁니다.
만약 '모든' 데이터가 맞다면, 선택지 4번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이 자체로 틀린 문장입니다. 반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복원 시에는 승인과정이 필요하지 않죠.
- 따져보기 전에는 이 설명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틀린 지점이 없습니다.
제가 느꼈던 애매함의 원인은 "포함"이 "변경", "복원" 시를 포괄하는 개념인지 확신하지 못해서입니다.
2)
"무단 변경된"을 넣고 읽더라도, 답이 되기 어렵습니다.
4번 선택지 그 자체가 (ㄱ)의 '이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ㄱ)을 이끌어내기 위해 (a)라는 반대해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근데 이거 반대해석 맞나요..??)
(a) 자체가 선택지였다면 모를까, 4번 선택지는 (ㄱ)의 이유는 아닙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a)가 선택지였어도, 2번 선택지가 틀린 선택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복수정답으로 보일 여지는 있지만요.. 오히려 또 다시 (a)의 근본적 이유는 2번 선택지가 됩니다. 아래 설명을 참고하세요.)
3) 왜 저렇게 냈는가?? 어떻게 읽었어야 하는가??
사실 평가원이 요구하는 추론 문제 출제 패턴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ㄱ)이 아니라, (ㄱ) 직전 문장입니다.
"무단 변경과 달리, 일부 데이터가 지워져도 승인된 원래의 데이터로 복원할 때는 승인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1등급 학생이면, 자동으로 "왜???"가 떠올라야 합니다.
왜 어떤 때는 승인이 필요하고, 어떤 때는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거지? 복원 시에는 승인이 없어도 되는 이유가 뭐지?
승인이 필요할 때(신규 + 무단변경)와 아닐 때(복원)의 차이는 그 대상 정보가 기존의 것인지 아닌지입니다. 즉, 이미 다른 컴퓨터들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갖고 오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 다른 컴퓨터의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를 (ㄱ) 직전 문장을 읽을 때 이미 떠올렸어야 합니다.
그 이후 (ㄱ) 문장이 등장한다고 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무단 변경과 달리, 일부 데이터가 지워져도 승인된 원래의 데이터로 복원할 때는 승인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다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ㄱ) 블록체인에 포함된 데이터는 일부가 지워지더라도 복원이 용이하다.
평가원이 원했던 독해, 혹은 기존 원문은 위와 같았을 것입니다. 승인의 유무 그자체보다도, 왜 승인의 유무가 발생하는지 추론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생략된 문장(생각)은 정답 선택지 2번과 완벽히 같은 내용입니다.
그러나 해당 문장을 빼놓고 읽어보면 독해 포인트가 헷갈릴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평가원도 학생들이 (ㄱ) 직전 문장을 읽고 그 이유를 즉시 추론하기보다 '~과 달리'와 '따라서'에 집중해서 "비교"의 관점에서 접근하리라고 생각하진 못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약간의 모호함을 야기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해봄직한 추론이라고 보는 이유는 '복원'보다 앞서 등장한 무결성('무단 변경'이 어렵다는 성질)도 같은 기술적 핵심 원리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ㄱ)문장이 등장하는 3문단에 "끊어진 모든 블록을 다시 연결하는 것은 승인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결을 복구하는 것은 어렵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승인 과정의 존재만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승인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무단 복제가 어려운 것입니다. 승인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노드들과 정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고요. (지문 문장이 약간 모호하게 서술되어 있긴 하지만 해당 기술의 핵심 원리 쪽으로 몰아서 읽으면 충분히 해봄직한 독해입니다.)
즉, '기존 노드들에 (중복)저장된 정보'가 핵심으로 기능했습니다. 이어진 '복원' 관련 내용에서도 유사하게 추론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4) 교수 출제 위원이 내면 좋다???
얼마나 평가원 출제에 대해 알고 말씀하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엄밀성 등에 있어서는 교수님들이 더 뛰어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수님들이 출제를 거의 주도하시고요.
그런데 저 지문과 문제를 현직 교사들이 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알면 그것대로 문제일 것입니다. 공동 출제진인데 교사 분들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이상합니다.
자세히 얘기하긴 어렵지만, 교수 위주 출제진, 고등학교 교실과 거리가 먼 출제진들이 출제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이번 6평 영어처럼 됩니다.. 9평에 이 사단이 난 원인 중 하나일 것이고요. (이번에 영어는 꽤 잘 난이도 조절한 것이 웃프네요.)
어쨌든, 결론은 모호한 출제여도, 교사 출제 위원을 까내리고 교수 출제 위원을 찬양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직 교사분들이 출제에 참여하는 것은 난이도 조절, 학생 실상 반영이라는 현실적인 이점도 있지만 공교육의 주체들의 참여라는 당위성의 측면에서도 옳습니다.
말이 길었네요. 밤샘 작업 중에 제 생각을 끄적인 것이어서 두서가 없을 수도 있습니더.. 건전하고 매너 갖춘 반박 및 의견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내일 수업이 있어서(그래서 밤샘 중..) 답이 늦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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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킬러 문항 잡겠다고 해서 일이 점점 이상하게 굴러가네요
무단변경된 빼도 2번이 맞을라면 4번도 맞다고 봐요
왜 용이하지? >> 승인과정 필요없으니까
>> 왜 필요없지? >> 전에 이미 승인과정 거쳤던 데이터 복원하는거니까 즉 승인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복원하기 쉬운 데이터 안쉬운 데이털의 구별이 생기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죠. 지문에 나온대로 독해한다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고,
또한 2번 선지 중복저장도 결국엔 승인과정을 거친 데이터들이기 때문에 승인과정의 필요성과 별개라고 볼 순 없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