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글을 보고 든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69953800
제가 과외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수능에 대한 생각과, 재능과 노력의 경계가 어디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메인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 공유해 봅니다.
수능을 기린 퍼즐 맞추기에 비유하자면,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배우는 과정이 바로 개념 공부에 해당합니다.
기린의 생김새를 충분히 익혔다면, 이제는 누가 퍼즐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맞추는지 경쟁이 시작됩니다.
대치동에서 특급 퍼즐 맞추기 기술을 배우고 스스로도 많은 퍼즐을 맞춰 보며 경험이 쌓인다면 어느 정도의 노하우는 생기겠지만, 퍼즐을 맞추는 속도가 극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보다 퍼즐을 빠르게 맞추는 친구들이 분명 존재하며, 그들은 약간의 노하우와 기술만 더해도 좋은 성과를 쉽게 거둘 것입니다.
수능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념 학습은 노력만 있다면 대부분 100%는 아니더라도 90% 이상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물론 효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을 충분히 쏟아부으면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 즉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정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올해 수능에서 개념을 몰라서 문제를 틀렸다면, 저는 이것이 "노력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범위가 제한된 수능에서는 시간을 들이고 반복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전 대비 단계에서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 단계에 있을 텐데요. 실모를 많이 푼다고 해서 정말 문제 풀이 속도가 크게 향상되고 많은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런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목마다 차이가 있으며, 분명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기린 퍼즐 비유를 다시 떠올려 보죠. 이제 우리는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완벽하게 익혔습니다. 기린의 모양을 아는 만큼 퍼즐을 맞추기만 하면 되죠. 하지만 제한 시간은 3분, 퍼즐은 64 x 64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 안에 더 많은 조각을 맞출수록 점수가 높아지고, 이 점수로 전국 1등부터 꼴찌까지 변별됩니다.
어떤가요? 체감이 되시나요? 우리가 퍼즐 맞추기 연습을 아무리 열심히 하고 스킬을 익혀도, 물론 시간이 줄고 익숙해지겠지만, 정말 그게 내 전국 퍼즐 등수를 급상승시켜 줄까요? 게다가 모두가 이렇게 노력하는 곳입니다.
쉽지 않겠죠. 굉장히 힘든 과정일 겁니다. 남들보다 1년 더 연습한다고 해도, 나보다 경험도 적고 스킬도 부족한데 원래부터 퍼즐을 빨리 잘 맞추는 친구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가끔은 잘 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퍼즐 조각 하나를 놓치거나, 잃어버려서 스스로를 자책할 때도 있을 겁니다. 심지어 기회는 1년에 단 한 번뿐이니, 그만큼 긴장이 될 수밖에 없겠죠.
저는 수능이 이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수능을 못 봤거나 자신의 예상보다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고 말할 때, "노력 부족이야"라고 쉽게 단정짓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학생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틀렸는지, 어느 부분이 약한지에 따라 다시 보면 노력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게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수능을 다시 치르면 점수가 조금씩 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노력했는데 이 정도밖에 못 봤다고?"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떨어질 수도 있고요. 결국 모두가 노력하는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실력을 늘리기 힘든 퍼즐판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정말 수능 당일을 포함한 1년 동안 아쉬웠던 점을 되돌아보고, 그로 인해 깊은 미련이 남지 않는다면, 투자할 1년과 오를 수 있는 수능 점수에 대한 무게를 깊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사실 재수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제 생각을 이렇게 끄적끄적 써본 글인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끼니 밖에서 해결해야해서...
-
Gpt 개지리네 0
나중에 유료버전 반드시 구입해야겠음 ㅋㅋ
-
정을선전 보기문제 그거 언제 한번 사설에서 낚였어서 맞춤
-
우울글) :( 0
1년 동안 수능 준비하면서 모든 인간 관계를 끊고 살아서 혼자인게 익숙해진 것...
-
풀화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
괘씸하다 괘씸해 0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귀신같이 사라진 오르비언들이 보인다
-
한가지만 팁을 주자면 이 나라는 절대절대 주먹을 함부로 써서는 안됨 주먹쓰면 너만...
-
코사인법칙 질문 0
왜 코사인법칙이 안먹히나요? 언제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
왜...??
-
웬만한 것들 다 답해드립니다~
-
수행 만점은 기본적으로 깔고 중간 석차를 백분위로 나타낸 값이랑 기말 석차를...
-
문이과 아무과 상관없이 인서울...되면 어디까지 될까요
-
원자력공학과 4
냥대 원자럭공학과 나오면 진로 어느쪽으로 갈수 있을까여
-
질문받아요 0
날이면 날마다 오는 이벤트입니다
-
그냥그런거같아요
-
올해 3학년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지금까지 모고 국어 풀면 항상 3이 떴고 어쩌다가...
-
엄청 낮은곳 말고요.. 과기원중에 경영학과 있다고 들었는데
-
152명 뽑고 현재 218명 중 128등인데 어려울까요? 추합은 예년 결과들 보면...
-
그래도 0
앞으로 국어 공부는 안 해도 돼서 좋다
-
똥테달아줘
-
방학때 공통 시대 단과 안가람이나 박종민 들을 것 같은데 동시에 김범준 스블 인강...
-
(국내 배우/현재 작품 출연 중) ㄱㄱ 추가힌트)지상파 출연 중
-
논리 회로 캐치 못했던 부분 체크만 가볍게 하고 넘겨도 되나요..?
-
고속 성장 분석기 실채점표에서 gist랑 한약학과가 연초가 나오는데 메가스터디에서는...
-
몸에 안 좋은데 간수 좀 먹는다고 달라지겠어 ㅋㅋㅋㅋㅋ 아 ㅋㅋ
-
내일 할 일 1
운동 - 샤워 - 아점 - 컨설팅 질문 정리 - 산책 - 진학사 보기 - 저녁 - 세수 - 운동
-
여기다 글 올리면 명문대 뱃지 단 사람들이 답변해주는데 뭔가 아이돌같은 느낌임 저...
-
https://orbi.kr/00070762469/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눠 드려요~
-
명문대 특수부대 나온 의사 하려고 했음 근데 사실 의대가면 n수 안하고 군복무...
-
이미친 0
피램 1권만 샀음뇨 분명 패키지로 산거같은데 개빡친다
-
조이3성 씹련어
-
수학 노베인데 1
김기현쌤 아이디어 현강 들어두 댈까요..? 이번에 윈터 들어가는데 수학 현강...
-
과탐가산점3%줘서 그런가.. 인설약에 사탐표본도 많이보이는데 대체로 점수가...
-
수학 << 하기싫어서 국어 영어로 도망감.. 어려워서 안한다기 보단 하기가...
-
곧 결혼하는듯?
-
제발. 나를. 3일뒤에 깨워주렴
-
가로수가 다활엽수더라 치우기 쉬워서그런가
-
하루죙일 후기를 구걸해도 해봤다는 사람이 안 나오네..
-
표본분석 못 할 것 같은디
-
따뜻해.. 17
화장실가기귀찮다 주르륵 따끈
-
벌컥벌컥 마시면 약수가 따로 없음
-
고3 내내 아프다고 학교나 학원 빠져본적도 지각한적도 없이 매일 꾸준히 햇더니...
-
노트북 개 무섭네 자기 혼자 절전 됐다가 갑자기 데식 콩츄를 틀고 있음
-
질문조교 아무리 많이 지원해도 떨어질 것 같은데
-
고마워요...
-
아무튼 전 뉴르비임
-
문과 사탐가산 줘야지 ㅅㅂ 남자가 여자화장실 들어가는건 장려하면서 여자는 남자화장실...
-
Q (가) 중국은 a개의 성만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한다. (나)...
-
일반과>글로벌과 복전은 불가능이라던데 글로벌과>일반과 복전은 가능한가욮?
이번에 수능보고 정시 펑크기다리는 1인 ㅠㅠ
화이팅입니다 ㅠ
수능에는 노력 외의 요소들이 엄청나게 작용한다는 점이네요
예상보다 결과 안 나오신 분들도 노력 부족이라고 자학하실 필요 없는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