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육의 중요성과 국어 독해 방법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70262139
학원에서 국어를 강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95년 여름, 지금은 전국에서 유명한 학원가의 한 곳으로 조성되었지만, 그때는 목동 아파트 6단지 건너편 두세 건물에 작은 학원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가르친 학생들 중에서 대구가 고향인 어머니가 일본 유학 중 한국인 2세 아버지와 결혼하여 낳은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일본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의사인 아버지의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가게 되어 미국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던 중 한국으로 오게 된 학생이었습니다. 착하고 예쁜 학생이었는데 특이한 이력으로 다른 학생들보다 한국말이 많이 서툴렀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이면 늘 맨 뒷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아 힘들어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중간고사 시험을 끝내고 돌아온 그 학생에게 시험 결과를 물어보았습니다. 예상대로 국어와 사회가 어려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학생의 기분을 좋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영어는 잘봤지라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른 대답을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잘 보기는 했지만 아주 잘 보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점수가 70점대 후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지문과 선택지는 영어로 출제되었지만 질문 내용인 발문이 한글로 되어 있어서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선택지만으로 정답을 유추하여 문제를 풀었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우리는 우리의 땅인 대한민국에서 운명적으로 우리글로 된 책을 읽고 시험을 치르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글을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이고,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국어를 잘해야 공부가 쉬워집니다.
2004년 광명의 한 기숙학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항상 밝게 웃으며 생활하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 문을 나서면 그 여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 여학생은 수업을 들을 때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겠는데 혼자서 공부할 때는 적용이 잘 안 된다고 했습니다. 좋은 수업은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수업 방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초중고 학창 시절에 배웠던 교과 내용이 얼마나 기억이 나세요? 솔직히 부끄럽지만, 저는 초중고 때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 배웠던 전공 지식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저만의 문제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이 기억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학창 시절에 단편적인 지식을 배우고 암기하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하실 것입니다.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은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만 이루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교육 기관인 학원 교육도 학교 교육과 마찬가지로 단편적인 지식 전달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학생들과 학부님들은 학교 교육보다 학원 교육을 더 신뢰할까요? 그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로 우선 학교는 내신 문제를 출제하는 교육 기관이고 학원은 좋은 점수를 얻도록 내신 시험을 대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로 학교 선생님들은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는 교사이고 학원 선생님들은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강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하고 교과서 내용을 전달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학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 주어야 하고 교과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해야 합니다. 이처럼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 간의 교육 목적과 방법에는 차이가 있고 그래서 학교보다 학원 교육을 더 신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 대부분이 교육 내용이 교과 내용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같습니다. 배운 교과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때 그것은 지식이 되겠지요. 하지만 시험 성적을 위해 암기한 단편적인 지식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기억이 될까요? 그래서 성인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 살아가면서 전혀 쓸모없다고 극단적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는 이유가 아닐까요? 결국 국어 공부는 암기형 지식이 아닌 활용형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명의 한 기숙학원에서 홍대 미대를 진학하려는 한 삼수생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느라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서, 재수를 하고도 수능 시험에서 국어를 32점 받았다고 했습니다. 국어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며 알려 주는 방법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홍대 미대 진학에 대한 간절함이 너무 강해 보여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제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약속한 대로 도움을 주기 위해 그 학생에게 첫 주는 문장 구조와 독해 방법을 알려 주었는데,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 학생은 EBS 수능 특강 비문학 지문 전체에 그 방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둘째 주에는 문단 구조와 독해 방법을 알려 주었고 그 학생은 같은 책으로 그 방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셋째 주는 글 구조와 독해 방법을, 넷째 주에는 이해한 지문의 내용을 문제에 적용하여 풀어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 학생은 EBS 수능 특강 비문학 지문 전체에 그 방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국 국어 공부는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암기 학습이 아닌 지식을 적용하여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적용 학습이 중요합니다.
그 학생이 준비한 책이 EBS 수능 특강뿐이어서, 한 권의 책으로 한 달 동안 같은 지문을 수십 번을 읽고 문제를 풀었던 것입니다. 정말 힘든 일인데 그 학생은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 학생은 3월 중순 경에 모의고사를 보았는데 놀랍게도 89점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항상 90점대를 유지했다. 5월에는 사회탐구 2과목에서 50점 만점을 받았고 어려워하던 영어 영역도 10월 모의고사에서 100점을 받기도 했다. 수능 시험에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고 자신이 진학하고자 했던 홍대는 물론 서울대 미대와 이화여대 미대까지 합격을 했습니다. 결국 국어 공부는 기본 개념을 지문 독해와 문제 풀이에 반복적으로 적용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2년 광명시의 한 기숙학원에서 1년을 함께 고생했던 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이이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수능 시험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그 학생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고, 이후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습니다. 인생에 있어 처음 경험하는 실패와 좌절감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 일은 학원 강사로서의 저의 존재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저와 인연을 맺고 저를 신뢰하는 학생들에게 실패와 좌절감을 더 이상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인생의 전환점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저 자신이 그들에게 고마운 존재로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이후 국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국어 독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관련 서적을 찾았지만 제대로 된 책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을 하다 제대로 된 국어 독해 교재를 직접 써 보기로 마음먹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수상한 국어 독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게 되었고 국어 독해 교재뿐만 아니라 지금의 뿌리와 샘 국어 연속 도서를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3개월이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 줄 수 있게 된 지금, 그 학생에게 많이 미안해하고 있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 학생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결국 좋은 교재와 수업은 한 학생의 인생에 변화를 경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나무와 샘 국어 교육은 좋은 국어 교재를 출판하고 올바른 국어 교육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아래에 댓글을 남기시거나 네이버 블로그 나무와 샘 국어 교육에 댓글을 남겨 주시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구체적인 국어 방법들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5명 모집 경쟁률 40:1 9문제 중 8문제 풀고 (10점 짜리 하나 못 풂) 그...
-
이 성적으로 건동홍 가능할까요?
-
22명 뽑아요
-
뭔 씨발 김전일이냐?
-
목을 쳤는데 어케 안 위험함;;;
-
나군에 한양 중간공 붙는다 가정하고, 취업이 중요하다면 둘 중 어디가나요
-
뭘 하던 내 알 바는 아닌데 걍 굳이 먹이 주는게 찐따같음
-
이거 정시각 봐야하나요?
-
실모 몇월달부터 푸셨나요
-
ㄹㅈㄷㄱㅁ
-
올해는 0
약속의 xx시 하시는분 없나
-
두각 단과 0
두각 단과로 11주짜리 두 개 들으면 대충 교습비 얼마임
-
( "교육부 이주호, 복지부 조규홍은 내란 수괴의 하수인임을 참회하고 장관직에서 즉시 물러나라") 0
연합뉴스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1211081400530
-
막상 확인하니까 마음이 공허하군요
-
의다논술 학생부 제출한 기억이없는대요. 원서접수 다ㅈ됐고 시험도치고왔으면 학생부 등록된거겠죠?
-
고논조발기원 1
제발
-
내용을 입력하세요.
-
인문 정규반 신청하고싶은데 아예 마감된건가요? 아니면 어떻게 신청해야하나요?
-
이분 743이던데 무조건 되는건가여?? 이점수 근처라서요!!
-
진짜 입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거는 위험할수도 있겠다는 생각 국가적 경쟁력이...
-
성논 4
5월 말부터 준비햇는데 노예비떨은 좀 빡치네 ㅎ
-
지역인재 나왔는데 좀마음이아프네 ㅠㅠ
-
만약 붙으면 진짜 기적이라서 자꾸 상상하다가 절망감만 키울 거 같아서 상상하는 거...
-
https://orbi.kr/00016390138 6년 전에도 유사한 일 있었음
-
아마 어떻게든 25학번도 국시보게는 해줄거임.... 0
근데 아마 그렇게 되기까지 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한 2-3년 그대로 가지고 가야...
-
물리랑 생명 둘중에 고민중인데… 물리는 내신으로해서 부담이적을것같고 생명은 안해봐서...
-
컴공 0
요즘 취업시장 별로 안 좋나요?
-
달달한거 이빠이~~~~~ 먹고싶다
-
작년에는 수시로 들락날락했는데
-
반수,재수 고민 0
현역 한서삼이면 재수or반수 투표좀
-
이거 근데 차단하면 15
풀 수 있는거죠?
-
1n명 뽑는 과는 분석을 어떻게하나요??
-
유명한팀 예약널널한거있나요 아직? ㅠㅠ
-
시국 선언 동의한 학생들 보면 전체 재학생 수의 5%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왜...
-
하 제발
-
평소에는 의대가 “하방이 튼튼하다“ “안정적이다“ 라는 이유로 선호하는 척했지만...
-
이것은 팩트다.
-
면접을 안감
-
오르비친구도친구다
-
공장식 피부과 첫방문혜택으로 와보니깐 레전드네요 양계장같고 세면대 다닥다닥 붙어있고...
-
수능성적표 받으러 갔는데 슨샹님 안계셔서 다시 집으로 가기
-
내신 어느 정도이실까요?ㅠㅠ 저 1.91인데 노예비라 준~나불안하네요 쌰갈 노예비까지 돌겠죠?
-
인간관계 ㄹㅇ 좃됐묘… 11
어케친구가이렇게없뇨이… 좆됐네 공부랑 놀기가 병행이 안된느 사람이라 걍 놀자는거...
-
반박은 안 받음
-
ㅅㅂ 19
ㅅㅂ
-
ㄱㄱ
-
걸어놓으면 받을수있을까요? 궁금.ㅇ.ㅠ
-
혼란속에 맞팔구 29
-
되어도 의대 가는 거 괜찮나요...? 왜이리 불안하지... 의대 망한다는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