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지구과학1과 실전 모의고사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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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능에 대하여
수능은 평가원이 냅니다.
평가원 문제에는 오류가 없습니다. 있으면 어쩌냐구요? 그건 수험생이 신경쓸 바가 아닙니다. 없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런 전제 하에 풀어도 됩니다.
그런 전제 하에 문제를 풀면
1) 직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2)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이 문제를 더 잘 풀까요?
직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천체 킬러 문제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늘 했던 대로 머릿속으로 대충 그림을 그려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 봅니다.
ㄱ선지와 ㄴ선지는 기본 실력이 있으니 무난하게 풀었습니다. 그런데 ㄷ선지가 좀 낯선 감이 있습니다. 딱 보니 ㄷ선지가 변별의 포인트인 거 같아서 제시된 대로 생각을 해 보니 뭐 맞는 선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딱히 100% 확신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이 행성이 황도를 조금 벗어나게 운동해서 이런 위치로 왔을 미세한 가능성도 있고.. 뭐 이런 잡다한 가능성들 때문이죠. 문제를 보니까 행성이 황도를 움직인다는 조건도 딱히 없는데.. 고민을 하다가 그냥 내 직관을 믿어 보기로 합니다. 풀이를 하면서 딱히 샤프심을 소비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정답을 확인합니다.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천체 킬러 문제를 만났습니다. 행성의 어떤 측정값을 1년 동안 관찰해 그래프로 나타낸 그래프 문제인데, ㄱㄴㄷ 선지에는 3월, 4월, 7월만 비교해도 되도록 나오긴 했지만 일단 그래프의 흐름을 모두 해석해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지평선 그림을 몇 개 그려 보면서 교육과정 내의 개념들을 의식하며 선지를 한 개 한 개 풀어 나갑니다. 교과서 개념에서 벗어난 비약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진 않았는지 한 번 검토해 보며 ㄱ과 ㄴ을 풀고, 드디어 ㄷ선지를 만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선지지만 일단 교과서 개념을 최대한 이용해 보도록 합니다.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며 그림을 그리다 보니 4번째 페이지의 여백이 그림으로 좀 찹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ㄷ선지의 문장이 너무 간결하여 내가 원하는 여러 가지 완벽한 조건이 많이 빠져 있다 보니 오류의 가능성이 머릿속에 싹트고 의구심이 듭니다.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넘겨들은 균시차와 케플러 타원궤도 공식 같은 지2 혹은 천체물리학 개념들을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좀 쓰다가 결국엔 가능성이 더 높은 쪽으로 선지판별을 합니다. 그리고 역시 킬러는 어렵구나 라는 생각에 평가원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며 집에 돌아와 정답을 확인합니다.
두 경우 중 어느 쪽이 정답을 맞췄을까요?
정답은 둘 다 맞췄습니다. 결과적으로 수능 점수를 위한 수험 공부의 달성도에는 두 경우 모두 차이가 없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내가 만일 수험생이라면, 어떤 부류의 사고를 통한 문제 풀이가 조금 더 이득일지에 대한 생각이 들게 됩니다.
지금껏 평가원 기출을 풀면서 느꼈던 평가원의 출제 방식과 패턴을 이번 수능에서도 완벽히 신뢰하고,
이를 통해 직관적이고 약간 비약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는 풀이를 할 것인가?
아니면 혹시 모를 위의 예시와 같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념도 숙지하고 들어가서 수리가형 문제를 풀듯 한 치의 논리 오류도 없이 완벽하게 풀어낼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제 생각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자의 직관적인 사고가 수능 지구과학1 문제를 푸는 바람직한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5수능 때부터 3년째 지구과학1을 경험하는 숙련자로서 이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직관적인 사고 방식이 평가원이 원하는 사고 방식이라고까지 감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으로 15학년도 6평부터 17학년도 6평까지 숱한 평가원 지1을 풀면서 제 생각이 바뀔 만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지1을 치는 수험생이 매년 증가하면서 공부법이나 교재 인강에 대한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은 교재나 인강에 연연하지 말고 문제를 풀고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과탐 과목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지구과학1에서만큼은 문제 출제 방식이나 선지 구성 방식, 어투, 변별포인트 등의 특징들에 있어서 평가원의 경향이 일관적입니다.
그 사실에 대해 신뢰와 인정을 한 후에, 자신있게 킬러 문제를 빠르고 간단하게 풀고 나서 정답을 맞춘다면 그것이 수능에서의 실력이지,
수능장에서 이 선지가 과연 교과서에 나온 개념인지 검토하며 모든 가능성을 다 따져 보며 완벽한 풀이를 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게 수능에서의 실력일까요? 지구과학에 대한 실력일지는 몰라도 수능에 대한 실력은 결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논지가 샐 수도 있어서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질문 남겨 주시면 받아 드립니다.
2. 실전 모의고사에 대하여
좀 옛날 얘기가 되긴 했지만 제가 지구과학1 문제를 만들면서 가졌던 마인드는 항상 '쉽더라도 직관적으로 풀 수 있고 어투가 평가원스러운 보기좋은 문제를 만들자'였습니다.
쉽고 부드럽게 풀고 넘어갈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절반에 가까운 모의고사라도 퀄리티가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수험생들이 실전 모의고사를 '왜 푸는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학생들은 실전 모의고사를 3월이나 4월 같은 수험 초반보다는 9월이나 10월 같은 수험 후반에 푸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의고사를 통해 공부를 하기 보다는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의의를 두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얘들한테 공부를 시켜줘야겠다'보다는 '수능이 어떻게 나오는지 감각을 알려줘야겠다'라는 마인드로 문제를 만드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놓치고 넘어갈 수 있는 지엽적인 개념을 선지 곳곳에 넣어 두어서 인위적으로 틀리게 한 다음에 공부를 시켜 주는 모의고사와, 수능의 선지 구성 방식과 어투, 변별 방식을 최대한 똑같이 모방해서 진짜 수능을 푸는 느낌이 들게 해 주는 모의고사가 있습니다. 과연 어떤 모의고사가 '퀄리티가 좋은 모의고사'이고 어떤 모의고사가 '풀 만한 가치가 있는 모의고사' 일까요?
간단하고 당연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요즘 많은 과탐 실전 모의고사를 보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습니다.
혹시나 수험 생활을 하시면서 시간이 되신다면 실전 모의고사를 구매하시기 전에 많은 의견을 들어 보고 맛보기도 다운로드받아 풀어 보시고, 이 출판물이 과연 내 '수능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5분 정도만 해 보시고 결정하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수능 실력은 다다익선이 아닙니다. 특히 과탐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화1이나 생1 생2처럼 퍼즐 맞추기 타임어택에 가까운 과목들은 다다익선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과목에서만큼은 결코 아닙니다.
오랜만에 와서 글 쓰는데 사실 모의고사에 대해 할 말은 정말 많지만 그냥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댓글 남겨 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다들 날씨도 더운데 열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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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럼 뭐하는건지 쓰고나가셈
고퀄 지1 실모 만들어주세요 ㅠㅠ
맨날 만들어서 배포한다 해놓고 미뤄서 죄송합니다.. ㅠㅠ
전자가 좋다하셧는데 그럼어떻게 공부하는데 가장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또한 지구과학이 특히 풀문제가 부족한데 기출 ebs후에는 뭘해야하나요? 천체가 좀약해서 조금 더풀어보고싶은데 인강교재를 사서풀어야하나요?(50제는 잘풀었습니다) 쪽지나 댓글달아주세요~
어떤 공부법이 좋다기보다는 평가원이 문제를 어떻게 내는가를 기출반복을 통해 이해해 보고 신뢰해 보라는 말입니다.
6월 모의고사 13번 문제에서 이런 선지가 있었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다'에 동그라미 ㄱ을 쳐놓고,
'ㄱ으로 인해 오존층이 파괴된다'를 ㄷ 선지로 넣어놓았습니다.
제 글에서 후자의 부류, 즉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학생은 이 선지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오존층이 파괴될려나? 교과서엔 없는 내용 같은데.. 대기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하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온난화가 가속되고 온난화가 가속되면 기온이 증가하고 복사량이 증가하고.......'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답이 없는 상태까지 가게 됩니다. 그러다 틀리면 평가원에 언제나 그랬듯 수많은 이의제기를 하죠. 수험생이 알 수 없는 거 아니냐, 아니면 미세하게 파괴할 수도 있지 않냐, 등등.. 하지만 그 이의제기들은 거의 100%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냥 문제 하나 틀리는 거죠.
하지만 전자의 부류, 즉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학생은 이 선지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오존층을 파괴시키는 건 CFCs 같은 환경오염물질이잖아? 평가원에서도 그것만 맨날 나왔고 수특에서도 그거밖에 딱히 본 거 같지 않은데. CO2가 증가하면 온난화가 가속될 순 있어도 오존층이랑은 아무 상관 없지. 내가 기출에서도 연관짓는 걸 한번도 본 적 없는데 설마 이게 맞는 선지겠어?' 그리고 간단하게 문제를 맞춥니다.
작년 수능의 논란이 되었던 BOD 문제를 기억하시나요? 똑같은 예시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적조가 일어나면 BOD가 증가한다는 쉽고 간단한 선지를, 기출을 많이 풀고 평가원이 대한 신뢰가 있는 직관적인 학생은 0.1초의 고민도 없이 풀고 맞췄지만
인강 강사의 말을 평가원의 어투보다 더 신뢰하는 실수를 범한 분석적인 학생들은 그 선지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고민하며, 그토록 간결한 한 문장 앞에서 고민하는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자신이 넘겨들었던 해양학 지식까지 동원하며, 엄밀히 말하면 증가하지 않는다는 그 강사의 말을 수십 번 되뇌이다 틀리게 되었습니다.
차이를 좀 아시겠나요? 이런 신뢰감이 들 수 있을 때까지 기출 분석을 하고, 평가원이 여기까지만 파고 들어가라 하는 경향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하라는 소리입니다.
기출 ebs를 다 하셨으면 수능완성 실전문제에서 수능 문제로 낼 수 있을 법한 참신한 자료나 처음 보는 선지들을 되도록 정리하면서 연계 문제 대비를 하세요. 15수능 판문제나 16 6평의 은하 파장 사진 문제처럼 ebs를 안 봤으면 못 푸는 문제가 1문제 정도는 킬러로 나옵니다.
지과고정1인데 작성자님사고방식이랑 제문제풀이랑거의비슷하네요ㄷㄷㄷ 저도직관적으로판단해요ㅋㅋ나중에 모의고사 꼭 풀어볼게요..!!
올바른 방향성 제시 감사합니다.
화1생2러 다다익선 ㄹㅇㅍㅌ
확실히 지구과학은 애매하긴한데 이걸꺼같다라는 답이 정말많은거같음
화2....다다익선...불가능....기출n회독...
작성자분도 지학1이 특히나 배경지식 혹은 기초적 자연과학(물리,화학,생물)의 기존지식 유무에 따라 학습대비성적상승이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중학교 사회의 세계의지형 및 기후, 한국의 지리적특성 날씨 등등이 저는 2,3단원에 큰 영향을준다 생각하는데ㅎㅎ
당연히 중학교 개념이 충실하면 문제 풀 때 도움이 많이 되죠. 실제로 지1 하면서 진앙의 정의도 잘 모르거나 편마암이 어떤 모양인지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수두룩합니다.
2번 공감...
커서님 ♥
절설레게 하지 마세요...
화1생2 ...
저는 작년에 직관러였는데 수능2등급맞았습니다. 근데 이번 년도부터 꼼꼼하게 하자생각하고 정밀하게 공부했는데
문제풀 때 오히려 더 어렵게 다가오는 느낌... 말씀처럼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군요...
커서님 궁금한게 있는데
인강강사 자작 문제풀이 강의(예를들어 오지x the all 실전) 같은 강의 수강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간대비 효율로 봤을때 기출n회독을 병행 한다는 가정하에
수능특강 수능완성을 2어번 더 복습하는 것과 위와같은 인강강사 문제풀이 강의 수강중
지구과학1에서는 어떤것이 더 효율적인가요?
둘다 뭐가 효율적이라고 정해드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강 강사별로도 자작 문제의 수준은 정말 차이가 많이 나니까, 문제 퀄리티를 한번 훑어보고 이게 차라리 더 낫겠다 싶은 쪽으로 신중히 결정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