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훠꾹 [646556] · MS 2016 · 쪽지

2016-08-01 02:02:58
조회수 2,340

내가 수험생 커뮤니티를 전전하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m.orbi.kr/0008869645

솔직히 저는 여러 오르비언들이 싫어하는 수X휘에서 많은 댓글을 달고, 많은 글을 보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고, 또 시간이 될때마다 그러고 있습니다.


전 처음부터 지금만큼은 하지 못했기에. 그곳의 사람들이 말하는 불안과 현실에 나름 공감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제 옆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교우관계는 원만했습니다만. ㅋㅋ 멘토가 없었죠..)
그냥 모든 공부를 제가 알아서 해야 했고, 시행착오라기엔.. 실패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점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나도 서럽게 느껴집니다.

언젠가 내신시험을 끝내고 진학 자료를 찾던 중에 그곳이 있더군요.
처음엔 자료만 얻기 위해 들어갔지만..
마치 제 과거를 보는 듯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뭐 저 역시 노베이스 6등급 순공 15시간 만점 가느으응?? 따위의 글은 거르지만,
제가 했던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글은 지나칠수가 없더군요.
혼자 모든것을 해결해야 하는 서러움, 두려움을 저는 느꼈고, 실패를 했었기에.
그래서 언젠가부터 그곳에 들어가 댓글을 달고, 위로를 하고, 저 역시 많은 위로를 얻고 가곤 합니다.

시간이 흐로고, 제 실패는 학교 내신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원서영역에서도 실패를 맛보게 하더군요. 

재수생이 되었습니다. 뭐 전에는 그곳에 들어갈 때 정말 심심해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재수를 시작하고 나선 정말 외로워서 가게 됩니다.

그곳의 사람들의 활동과 반응이 느려졌다고 느낄때 즈음,
저는 오르비에 가입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더군요.

그러나, 오르비 가입 후에 얼마 전 제가 수X휘에 올렸던 글을 어떤 분이 올려놓고
꿈만휘 클라스 하면서 깎아내리는 글을 쓴것을 봤습니다.

뭐, 이곳에서 그곳의 이미지가 대충 어떤지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당해보니 정말 서럽더군요.

많은 착한 오르비언들이 있다는건 알고 있고, 그분도 그냥 장난으로 올린 것도 대충 느낌은 왔지만, 재수를 갓 시작하고 아무 정보도 없을 때 썼던 글이 남의 입에서 부정적으로 오르내린다는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재수생 히스테리에 더해져 더욱 싫었죠.

그렇게 몇달간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뭐 제가 프로 불편러처럼 보인다면 영원히 발을 들이지 않는게 좋았겠지요 ㅎ

그 후 다니던 학원이 저와 맞지 않아 약간 멀리 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먼 곳의 학원이었기에 당연히 저를 아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죠.

다들 그동네 동네친구들이었기에 낙동강 오리알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재수에 대한 후회를 할 때 옮긴지라 그 비참함이 너무나 컸죠.

혼자라는 서러움, 그리고 두려움. 이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또 털어낼 사람도 없다는 현실이 저를 옭아맸습니다.

아무도 제게 말을 걸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고, 되려 어깨빵을 거는 등 시비를 걸어오는게 전부였습니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할 때면 누군가 뒤에서 ㅄㅅㅋ 하는 비아냥도 그대로 받아내며 재수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자기들끼리는 동네 친구라는 이유 하나로 떠들썩하고 즐거운 재수생활을 하더군요.
그 대비된 이미지가 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 것 같네요.

그날, 이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수X휘와 오르비에 접속했습니다.

말은 입 밖에 내면 사라지지만, 글은 계속 게시판에 남고 또 조회수가 오른다는게 제겐 크나큰 위안이었습니다. 무플이라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고, 그때의 활력이라면 활력이었습니다.
그중엔 위로의 댓글까지 남겨주신 고마운 분들도 있었고 말입니다.

얼굴도 모르고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위로를 받았던게 얼마나 과분하고 감사한 일인지, 재수의 적이라는 수험생 커뮤니티를 왜 하는지 그때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도 많지만, 서로가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 같은 처지의 사람들만이 모여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감사한 일인지 깨닳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힘들거나 학원에서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수험생은 고독한것이 당연하지만, 저는 주변 환경이.. 더욱 비참하게 만드네요 ㅎ) 이런 곳들을 찾아, 나보다 더 힘든사람의 이야기를 보거나, 혹은 위로와 서로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곤 합니다. 

전문가의 소견이 아니기에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주고받는 그 행위가 제겐 그때도, 아직까지도 감사하고, 과분하기도 합니다. 

그 기분이 좋아 아직까지 시간이 날 때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제 이야기를 하러 들리곤 합니다.

뭐 지금 제가 여기서 뻘글을 싸고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수능에도 불구하고 불안함과 외로움을 느껴서라고 해야 하나요.
그냥 학원 방학 중에 센치해져서 제 기분을 멋대로 싸질러 봤습니다 ㅋㅋ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어도 들어줄 사람도 없었고요.
불편하다면 죄송하고
남은 기간 모든분들 나름대로의 노력을 다하여
원하는 결과에 하루에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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