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23편 -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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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기 전에 이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에서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장수를 최고로 친다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전쟁은 우리에게 시험을 치는 것과도 같습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긴박한 극단적인 상황이죠. 그래서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끌어다써서 전쟁을 치릅니다.
전쟁이라는건 놀이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상황인데, 조금 약하거나 비효율적이라해도 차라리 있는게 낫습니다. 현대적인 병기들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오히려 주력을 차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좀 오래된 무기라도 여전히 위력은 발휘하기에 퇴역하기까지 사골 끓이듯이 사용됩니다.
2차 대전에서 독일이 먼저 패망하고 항복하면서, 태평양 전쟁 또한 종식에 가까워지던 시절 일본 제국은 그야말로 최후의 발악을 보여줍니다. 모든 산업이 박살나고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죽창을 들고 끝까지 싸울 것을 선전합니다.
(태평양 전쟁 때도 물자가 부족한 가운데 나무는 물론 죽창까지 사용해서 부비트랩에 쓸 정도로 전쟁에서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가져다가 사용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버티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도 동원됩니다. 대표적으로 '배급제'는 지금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는 것처럼, 모든 물건의 구매 수량이 제한되고 강제되는 조치입니다. 필요한 물건은 전부 전선에 보내야하기에, 육류나 석유, 식량은 보통 배급제가 시행됩니다.
전쟁은 그야말로 물건과 인명을 퍼먹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보통 영국을 하면 과거는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라고 자랑하던 대영제국이 떠오르고, 지금도 영국은 유럽의 강국으로 손꼽힙니다. 이런 영국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45년부터 50년까지 전쟁 중에 시행되던 배급제를 유지할 정도로 물자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보통 전쟁을 준비하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식량부터 우선시됩니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 때만 하더라도 전쟁이 몇달 가고 끝나리라 예상했지만, 5년 동안 이어지면서 유럽의 경제를 박살내버렸습니다. 지나치게 길어지는 전쟁이 경제와 기초 생활에 심한 부담이 되어 결국 독일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항복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도 2차 세계대전에서 지출한 군비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으며, 전쟁 채권을 발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족한 물자를 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은 국가의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총력전'의 형태가 되었기에 마치 블랙홀처럼 물자를 소비합니다. 게다가 젊은 남성은 모두 전쟁에 동원되니 정상적인 경제가 돌아가기 힘들고, 유럽처럼 직전 전쟁을 겪으면서 국토가 혼란해진 경우에는 미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나서야 전후 복구가 가능했습니다.
(한국도 625 전쟁을 겪으면서 빈약하게나마 남아있던 철도, 교량, 산업기반 등이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전쟁은 사람 뿐만 아니라 물자도 잡아먹습니다
https://namu.wiki/w/6.25%20%EC%A0%84%EC%9F%81 )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을 위해서 '준비'라는 개념은 필수불가결 합니다. 아무것도 저장하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아무도 밥을 먹을 수 없겠죠. 아무리 많이 저장해도 충분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준비를 하면 할 수록 고통을 덜 겪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전쟁은 긴박한 상황이지만, 그 속에 발발하는 개별의 전투도 급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미드웨이 해전 직전 미국은 일본군의 대규모 상륙 작전을 인지합니다. 절대적인 열세의 순간 미국은 가용 동원한 모든 병기와 물자를 긁어모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항공모함 '요크타운'입니다.
요크타운은 얼마전 발발한 '산호해 해전'에서 일본군의 폭격을 얻어맞고 심하게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때까지 수리가 몇달이나 걸릴거라 추산되었고 최대한 노력한다면 몇 주 안에 완료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당장 발등에 기름을 붓고 불이 떨어진 상태에서, 그런 여유는 없습니다. 요크타운을 세밀하게 점검을 한 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설계도 작성을 생략하고 훼손된 부분은 용접을 하거나 나무로 덧대어 보강하는 방식으로 땜질까지 동원합니다.
작업자들이 달려들어 쉬지 않고 수리했고, 요크타운은 미드웨이로 출발하기 직전 엔진이 돌아가는 순간까지 수리를 했습니다. 그 결과 48시간만에 요크타운은 전투가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됩니다.
이렇게까지 전력을 보강한 미국은, 이후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 항모부대를 문자 그대로 박살내게 됩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의 승리도 이처럼 전투 직전까지 최대한 전력을 준비한 덕분이었습니다.
(산호해 해전 이후 전투불능에 빠졌다고 일본군은 상상했으나, 수리공의 헌신으로 단기간 안에 수리되고 전투에 투입됩니다. 미드웨이 해전 중에도 일본군의 공격을 여러번 얻어맞았으나 좀비처럼 버티면서 일본 항공기를 흡수하는 큰 역할을 합니다
https://blog.naver.com/imkcs0425/60153235063 )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시작한 미국은 미드웨이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전쟁을 더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단지 전투에 임한 사람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우느냐, 현장 지휘관이 적절한 판단을 하느냐의 문제보다도 얼마나 급한 상황에 대비해서 좋은 준비가 완료되었는지가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순간적으로 위기의 순간 사람 몸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행동이 더 빨라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지나치게 스트레스에만 의존하게 되면 거꾸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긴장이 풀리고 능력이 떨어집니다.
(미드웨이 해전의 후반부 무렵, 온갖 항공기 공격을 버틴 요크타운은 근처에 숨어있던 일본 잠수함에게 치명상을 입고 숨이 끊어집니다. 강력한 일본군에 맞서 놀라운 끈기와 맷집을 보여준 요크타운은 장렬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https://ayearningforpublius.wordpress.com/2015/12/ )
저도 예전에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시험에 대비해서 아무것도 준비 안된 상태에 내몰리고, 당장 시험지를 보고 처음 보는 유형을 고민하고 그제서야 공부를 하고 있었죠.
미리 출제될 수 있는 유형들에 대한 해결방법과 대비책을 준비해두고,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체화되어있어야만 빠른 시간안에 정확하게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치뤄지는 시험은 준비 없이 전쟁을 시작하는 거나 비슷합니다. 얼마 못가고 이기지도 못할 것입니다.
결국 전쟁의 승패도 전쟁 발발 전, 얼마나 준비가 탄탄했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싸우기 전에 승패가 갈려있다는 말은 이걸 지칭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부를 한다는건 이런 전쟁을 준비하는 것과도 비슷하죠.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을 몇분만에 깨닫고 푸는 천재가 아닌 이상, 우리 모두 미리 준비하고 점검을 해야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이죠.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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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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