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준 [449592]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22-06-11 18: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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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국어) '짐짓'은 필수 어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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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21번과 관련하여 '짐짓'은 그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하는 필수 어휘인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그렇다. 수험생이라면 '짐짓'의 뜻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짐짓'의 뜻을 모르면 21번 ②의 정오를 판별할 수 없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짐짓'의 뜻을 몰라도 다른 근거를 활용하면 선택지의 정오를 판별할 수 있다.

'짐짓'이 필수 어휘인 이유는 소설의 내용 이해 방식 때문이다.

.....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취업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나는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친구는 버스 안내판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술을 마신 걸까. 이름을 부르려는데, 갑자기 "악" 소리를 내고는 주저앉아 우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 큰 소리로 말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어떤 행위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행위의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는 친구에게 "왜 그래?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것은 이유를 알면 친구의 행위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물의 행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에서도 이러한 이해 방식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설에 서술된 인물의 행위는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된 이유를 파악함으로써 이해한다. 정리하면 소설의 내용 이해는 "인물이 왜 그런 행위를 했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내용 이해의 원리는 이처럼 단순하지만 국어 영역에서는 우리가 행위의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없도록 출제하여 난도를 높인다. 작품 속에서 서술자가 행위의 이유를 직접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관련된 여러 힌트를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행위의 이유를 스스로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박태원, 『천변풍경]

  그 골목이 그렇게도 짧은 것을 그가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을 때, 신랑의 몸은 벌써 차 속으로 사라지고, 자기와 차 사이에는 몰려든 군중이 몇 겹으로 길을 가로막았다. 이쁜이 어머니는 당황하였다. 그들의 틈을 비집고,
  ‘이제 가면, 네가 언제나 또 온단 말이냐? ……’
  딸이 이제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나 하는 것같이, 그는 막 자동차에 오르려는 딸에게 달려들어, “이쁜아.” 한마디 불렀으나, 다음은 목이 메어, 얼마를 벙하니 딸의 옆 얼굴만 바라보다가,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줄 턱없는 운전수가, 재촉하는 경적을 두어 번 울렸을 때, 그는 또 소스라 치게 놀라며,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모든 걸, 정신 채려, 조심해서, 해라 ……”
  그러나 자동차의 문은 유난히 소리 내어 닫히고, 다시 또 경적이 두어 번 운 뒤, 달리는 자동차 안에 이쁜이 모양을, 어 머니는 이미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실신한 사람같이, 얼마 를 그곳에 서 있었다. 깨닫지 못하고, 눈물이 뺨을 흐른다. 그 마음속을 알아주면서도, 아낙네들이, 경사에 눈물이 당하냐고, 그 렇게 책망하였을 때, 그는 갑자기 조금 웃고, 그리고, 문득,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대로 그곳에서 혼도해 버리고 말 것 같은 극도의 피로와, 또 이제는 이미 도저히 구할 길 없는 마음속의 공허를, 그는 일시에 느꼈다


   위 소설에서는 "이쁜이 어머니가 대체 왜 이렇게 슬퍼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인물의 행위를 이해하는 것은 그 행위의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 지문에서 서술자는 이쁜이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과 관련된 여러 힌트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행위의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박태원, 『천변풍경]

   그 골목이 그렇게도 짧은 것을 그가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을 때, 신랑의 몸은 벌써 차 속으로 사라지고, 자기와 차 사이에는 몰려든 군중이 몇 겹으로 길을 가로막았다. 이쁜이 어머니는 당황하였다. 그들의 틈을 비집고,
  ‘이제 가면, 네가 언제나 또 온단 말이냐? ……’
  딸이 이제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나 하는 것같이, 그는 막 자동차에 오르려는 딸에게 달려들어, “이쁜아.” 한마디 불렀으나, 다음은 목이 메어, 얼마를 벙하니 딸의 옆 얼굴만 바라보다가,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줄 턱없는 운전수가, 재촉하는 경적을 두어 번 울렸을 때, 그는 또 소스라 치게 놀라며,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모든 걸, 정신 채려, 조심해서, 해라 ……”
  그러나 자동차의 문은 유난히 소리 내어 닫히고, 다시 또 경적이 두어 번 운 뒤, 달리는 자동차 안에 이쁜이 모양을, 어 머니는 이미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실신한 사람같이, 얼마 를 그곳에 서 있었다. 깨닫지 못하고, 눈물이 뺨을 흐른다. 그 마음속을 알아주면서도, 아낙네들이, 경사에 눈물이 당하냐고, 그렇게 책망하였을 때, 그는 갑자기 조금 웃고, 그리고, 문득,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대로 그곳에서 혼도해 버리고 말 것 같은 극도의 피로와, 또 이제는 이미 도저히 구할 길 없는 마음속의 공허를, 그는 일시에 느꼈다


  "신랑"이란 '갓 결혼하였거나 결혼하는 남자' 또는 '신혼 초의 남편을 이르는 말'이다. 이쁜이가 신랑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나는 상황, 몰려든 군중, 이쁜이 어머니의 발화 내용을 통해 이쁜이가 시집을 가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쁜이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대하여 아낙네들이 그 마음속을 알아주면서도 경사(결혼)에 눈물이 당하냐고 책망한다는 내용은 이러한 짐작에 확신을 갖게 한다. 


  서술자가 '이쁜이가 시집을 가서 어머니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라는 이유를 직접 제시하였다면 내용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가원은 행위의 이유를 직접 제시하는 대신 그와 관련된 여러 힌트를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적극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도록 유도하였다.
    

.....

  

  '짐짓'은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으나 일부러 그렇게 '라는 뜻으로서 행위의 이유와 관련된 힌트이다.
  그래서 '짐짓'은 핵심 어휘이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작자 미상, 소현성록 ]

  이후 여씨 밤낮으로 생각하더니, 문득 옛날 강충이란 자가 저주로써 한 무제와 여 태자를 이간했던 일을 떠올리고, 저주의 말을 꾸며 취성전을 범하니 일이 치밀한지라 뉘 능히 알리오?
   일일은 취성전에서 양 부인이 일찍 일어나 앉았으나 석씨가 마침 병이 나서 문안에 불참하매 시녀 계성에게 청소시키니, 계성이 짐짓 침상 아래를 쓸다가 갑자기 봉한 것을 얻어 내며, “알지 못하겠도다. 누가 잃은 것인고? 필연 동료 중 잃은 것이니 임자를 찾아 주리라.” 하고 스스로 혼잣말 하거늘 부인이 수상히 여겨 가져오라 하여 풀어 보니, 그 글에 품은 한이 흉악하여 차마 보지 못할 바이러라. 필적이 산뜻하니 완연히 석씨의 것이라 크게 괴히 여겨 다시 보니 그 언사의 흉함이 차마 바로 보지 못할지라. 양 부인이 불을 가져다가 사르고 시녀들을 당부하여 왈, “너희들이 이 일을 누설한즉 죽을죄를 당하리라.” 좌우 시녀 듣고 송구하여 입을 봉하되, 홀로 계성은 누설치 못함을 조급해하고 양 부인은 이후 석씨와 자녀를 보나 내색하지 않더라. 


   시녀 계성은 짐짓 석씨의 침상 아래를 쓸다가 갑자기 봉한 것을 얻어 내며 혼잣말을 한다. 이에 양 부인은 수상히 여겨 봉한 것을 직접 확인해 본다. 청소는 양 부인이 시킨 것이지만, '짐짓'의 뜻을 고려하면 침상 밑에서 봉한 것을 얻고 혼잣말을 한 것은 양 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계성이 일부러 한 행위로 해석된다. 계성이 우연히 봉한 것을 찾아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작자 미상, 소현성록』 21번]

② 여씨가 꾸민 ‘봉한 것’이 계성을 통해 양 부인에게 건네진 데서, 상하 관계에 있는 음모자와 조력자에 의해 서사적 긴장이 고조됨을 알 수 있군. 


  봉한 것 속에 들어 있던 글은 사실 석씨의 것이 아니라 여씨의 것이다. 셋째 부인 여씨는 둘째 부인 석씨의 행실과 마음 씀이 매사 뛰어남을 보고 불평이 있었고 그래서 저주의 말을 꾸며 석씨를 모함하려 했던 것이다. 양 부인은 글을 보고는 시녀들에게 절대 누설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좌우 시녀는 그 말을 듣고 입을 봉하였는데, 계성의 반응은 다르다. 그녀는 누설하지 못함을 조급해 한다. 이야기가 빨리 새어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성은 여씨의 모함을 돕는 조력자로 이해할 수 있다. 

 

 * 마무리 *    
 

  6평은 과정일 뿐이다. 몰랐던 것은 배우고 잘못된 것은 고치면 그만이다.
 그러니 아쉬움이 있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진 말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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