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5-11-06 10: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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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단편]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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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어제는 독서실에서 공부 중이었다.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렸는데, 내 친한 친구였다.

이 친구를 따라 독서실 바깥으로 나가보니 친한 친구들 몇명이서 케이크를 준비했다.

나는 감동해서 울었다.

친구들은 울지 말라며 케이크의 크림을 얼굴에 묻히기도 했다.

새삼 인생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남들 공부할 때 같이 공부하고, 남들 놀 때도 공부를 했는데도 불안하다.

그렇게 공부했는데 그것 밖에 안 나올까봐 불안하다.

시간을 돌려서 어제 다 못 본 부분을 더 보고 싶다.

물론 아는 내용일테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

부모님과 친척은 이렇게 말한다.

"너가 수능을 잘 보든 못 보든 우리는 신경 안 쓰니까 부담 없이 보거라."

그렇게 말하니 부담이 안 될리가 없지.

같은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평소에 안 먹던 아침밥을 먹자니 속이 이상하다.

원래는 아침밥 같은 것 안 먹고 살았는데...

어머니가 들려주신 점심 도시락이 무겁다.

아버지는 차로 시험장까지 나를 태워다 주신다.

가는 내내 아무 말이 없으시다.

나에게 부담을 주는 말을 할까봐 일부러 침묵하고 계신거다.

그래서 이런 침묵도 부담스럽다. 나 때문에 침묵하시는 것이니...

시험장에 도착한다.

지방 신문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다.

우리 고등학교의 후배들도 응원하러 와 주었다.

면면들이 낯이 익긴 했으나, 말을 나눠본 적은 없는 아이들이다.

저 애들은 응원이 끝나면 순대국을 먹을지, 콩나물국밥을 먹을지만 생각하겠지.

나도 그런 생각만 해보고 싶다.

시험장. OO고등학교. 맞다.

계단을 오른다.

3층 쯤 올랐을 때였다.

몇 층이더라?

다시 수험표를 꺼내본다.

4층이다. 4층.

내가 있는 곳은 3층이니까 한 층 더 올라가면 되겠다.

고사장을 찾아간다.

수험번호가 책상에 붙어있다.

나의 번호와 일치한다.

옆 자리의 아이는 국어 기출문제집을 꺼내 다시 보고 있다.

나도 그러려고 국어 기출문제집을 꺼낸다.

사실 문제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난 불안하지 않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다.

점심으로 뭘 싸셨을까?

궁금하다. 물어볼 걸 그랬다.

계속 초조하게 시계만 본다.

입술을 뜯는다.

엄마는 내가 입술 뜯는 것을 싫어했다.

시계는 볼 때마다 30초만 지나있다.

곧 감독관이 둘 들어온다.

그들이 뭐라 하는지는 아무래도 들리지가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 국어시험지가 내 앞에 놓여있다.

겉 표지를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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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타령만 하니까 ㄹㅇ 딥-다크해져서 수능 문학도 한번 써봤습니다. 너무 오글거려서 못 보겠네요. 어휴. 6일 남았습니다.
다들 힘내라고 하면 부담스럽겠지?? 힘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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