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이 존재해야 하는 까닭
2024-10-29 20:44:51 원문 2024-10-29 11:58 조회수 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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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당시 동료 교사들 중에, 다른 대입 전형은 싹 다 없애고 오직 수능 성적으로만 대학 신입생을 뽑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듯이, 현행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전형에는 수시 전형인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 그리고 정시 전형이 있다. 학생부 교과 전형의 핵심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고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의 핵심은 생활기록부의 기재 사항, 특히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과세특)이다. 물론 학종에서도 내신 성적의 위력은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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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당시 동료 교사들 중에, 다른 대입 전형은 싹 다 없애고 오직 수능 성적으로만 대학 신입생을 뽑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듯이, 현행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전형에는 수시 전형인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 그리고 정시 전형이 있다. 학생부 교과 전형의 핵심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고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의 핵심은 생활기록부의 기재 사항, 특히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과세특)이다. 물론 학종에서도 내신 성적의 위력은 막강하다. 정시 전형은 수능 성적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수능 성적으로만 대학 신입생을 뽑자는 게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종이 대입 전형의 핵심이 되어야, 고등학교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영향력이 더 강해질 텐데 말이다. 수능 대비 학습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고등학교의 공교육은 사교육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일타 강사들이 주도 하에 사교육 업계는 그들의 명운을 걸고 수능 대비 공부를 시킨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해야 할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수능이 대학 입시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고등학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고등학교 교사들의 입지도 축소될 것이다.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뽑자고 이야기하는 교사들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성싶다. 그러면 그 교사들은 왜 그런 이야기를 할까?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대략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을 듯하다.
그 하나는,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종이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만을 전형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고3 교실이 그야말로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는 데 있다. 그 어떤 이야기도 통하지 않고, 그 누가 이야기해도 먹히지 않는다. 3학년 2학기 고3 교실에는 좀비들이 득시글득시글하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리라.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상당 수의 교사들이 학종에서 중요한 전형 요소로 작용하는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과세특)'을 쓰는 데 크게 부담을 느끼며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있다. 현직에 있을 때 '과세특'만 없으면 교사 생활 할 만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교사들을 꽤 여럿 보았다.
결국 학생부 종합 전형이 문제다. '깜깜이 전형'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하는 말이 다 이 학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얼마 전에 현직에 있는 후배 교사들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들에게 '학종'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말이 떠오르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A 교사는 '좋게 표현하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 나쁘게 표현하면 대학이 자기 맘대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라고 했다. B 교사는, A 교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과세특만 잘 채우면 붙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전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C 교사는 '교사의 글짓기 실력이 아이들의 당락을 좌우하는 전형'이라고 했고, D 교사는 '거짓말 대잔치 또는 침소봉대'라는 말이 떠오른다는 답을 보내왔다. 또 A 학부모는 '상위권 소수를 위한,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한 전형'이라고 했고, B 학부모는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는 전형'이라는 답을 했다.
B 학부모를 제외하고는 죄다 학종에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B 학부모의 자녀는 특목고에 다니고 있다. A 교사는 학종이, 선발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라는 점을 지적했고 B, C, D 교사는 생활기록부 과세특 기록의 거짓 기록 또는 과대 포장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A 학부모가 지적한 점은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한 전형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B 학부모를 빼고는, 학종이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전형'이라는 점을 적시했다고 할 수 있다. 즉, 대학 당국이나 고등학교 교사들의 주관이 작용할 수 있고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종류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불공정한 전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아마도 수능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수능은 공정한가?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푸는 능력을 측정하는 수능은 과연 공정한가? '객관적'인 것이 '공정'과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지도 잘 모르겠지만, 객관식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은 틀림없이 공정하지 않을 터이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수능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을. 내가 근무했던 지방 소도시 고등학교에서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으로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한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수능이 공정한지 학종이 공정한지 따지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전형도 완벽하게 공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전형이 고등학교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고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비를 펑펑 쓰는 게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데에는,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의하리라 믿는다. 고등학교 공교육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대입 전형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맞장구치지 않을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현행 학생부 종합 전형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하나는 대학이,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 기준을 좀 더 명료하게 밝히는 일이다. 지금도 각 대학마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어떤 요소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지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추상적이다.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발췌 공개하여 어떤 요소로 인해 당락이 갈렸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이런 자료들이 쌓이다 보면 각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될 터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고등학교 공교육의 정상화라는 대의를 위해 대학이 결단하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러면 '깜깜이 전형'이니 '대학 마음대로 전형'이니 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 덧씌워진 오명을 벗을 수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해야 할 또 다른 일이 있다. 생활기록부 과세특 기록에서 '과대 포장'을 걷어내는 일이다. 수업 중 관찰한 학생 활동에 근거하여 과세특을 매우 담백하게 적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가 가르친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교사들은 과세특 기록을 과대 포장하여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제자들이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 속성일지도 모른다. 교사 자신들도 과세특 기록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까닭은 여기에 기인하리라 짐작한다. 교사 개인의 양심에 맡겨 놓고 과세특 기록의 과대 포장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건 그야말로 백년하청이리라. 각 고등학교 내에 과세특 과대 포장을 걷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수업 계획서와 평가 계획서를 구체화하는 일에서 시작하면 된다. 지금도 일종의 수업 계획서라 할 수 있는 교과 진도 계획을 학기 초에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이게 너무 형식적이다. 주어진 양식에 맞춰 단원명을 적어 내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각 단원별로 어떤 학생 활동을 할 것인지를 적어 내도록 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모든 단원에서 학생 활동을 하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 자칫 형식에 치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단원에서 학생 활동을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첫 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평가 계획서에는 통상 수행 평가 계획을 포함하는 데, 이 수행 평가를 과세특 기록과 연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면 또한 아주 괜찮은 과세특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수행 평가가 도입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교사들에게는 수행 평가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다만 이 수행 평가를 어떻게 과세특 기록과 연계할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고민이 결실을 맺으면 학교별, 과목별로 썩 특색 있는 수행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고, 학생들이 수행 평가에 참여한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여 과대 포장하지 않고도 의미 있는 과세특 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 터이다.
수업 계획서와 평가 계획서를 바탕으로 한 학기 수업과 평가를 마치면 과세특을 기록하게 된다. 지금 과세특 기록의 문제점은, 담당 교사가 과세특을 기록하면 그것으로 거의 끝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겉으로 보기에는 꽤 촘촘한 점검 과정이 있는 듯 보인다. '담당 교사 - 부장 교사 - 교감 - 교장'을 거치는 네 단계 결재 과정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과정을 통해서는 겨우 오탈자를 걸러내거나 과세특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만 가려낼 뿐이다. 과세특 기록의 과대 포장 여부를 가려낼 수 없는 것이다.
교과 부장 교사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어느 세월에 그 짓을 하겠냐고 눈을 홉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과세특 기록을 마친 교사들이 '우리 모두는 위대한 소설가다'라고 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떠올려 보면 말이다. 교과 부장 교사들에게 주어진 업무들을 다른 교사들에게 재배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과세특 기록의 과대 포장 여부는 반드시 점검해야만 하는 일이다.
현행 대입 전형 제도 중, 공정성 여부를 가장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전형이 바로 학생부 종합 전형이다.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대부분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도 종종 들린다. 학생부 교과 전형이나 수능 위주의 전형과는 달리 객관적 수치로 제시되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이 학생부 종합 전형의 선발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고등학교에서 과세특 기록의 과대 포장을 걷어낸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은 우리나라 대입 전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과 우리나라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의지를 가지고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해 학생들을 오로지 오지선다형의 객관적 점수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잣대로 평가할 수 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해 지방 학생들이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껏 높일 수 있다. 또한 수업 계획서와 평가 계획서에 바탕하여 과세특이 충실하게 기록된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해 고등학교 수업 방식의 변화도 얼마든지 추동할 수 있을 터이다. 이 세 가지 사실만으로도 학생부 종합 전형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선행 조건이 충실히 이행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ㅈㄹ하네 ㅈ반고 교사들인가..?
필요하지ㅇㅇ
지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