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 번외편 한국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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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 '냉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겠죠? 차가운 전쟁, 그야말로 격렬한 움직임이나 굉음, 폭음도 없이 조용하고 차가운 환경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라는 말입니다(겨울에서 터지는 전쟁 말고).
과거 세계 2차 대전에서 독일 제국과 일본 제국이 소련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박살난 이후, 곧장 이 두 세력은 서로의 팽창을 예의주시하며 불과 몇 년만에 동맹국에서 경쟁국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애꿎은 한반도가 피해를 입게 되었는데, 원래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전범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은 곧장 승전국 4개국의 분할 통치를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독일이 동서로 나뉘어진 것이 그 때문입니다. 재밌게도 아시아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나치가 먼저 패망하고 난 이후에도 일본은 끝까지 버티기에 돌입하자 어쩔 수 없이 미국은 자국민의 희생을 줄이고 빠르게 전쟁을 끝내려고 원자폭탄을 2방 터뜨립니다. 그러던 와중에 일본 제국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던 소련은 만주지역에 기습적으로 대규모 육군을 진격시켜서 일본 제국의 마지막 희망이자 주력이었던 '관동군'을 박살내고 한반도로 순식간에 진군해옵니다.
다른건 상관 없었는데 갑자기 소련군이 한반도에 빠르게 점거해오기 시작하자, 미국은 38도선을 황급히 그어버리고 한반도의 분할을 합의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원래대로라면 전쟁에서 나쁜 짓을 했던 일본이 4조각으로 잘게잘게 조각당해야 했는데, 한반도라는 이슈가 이것을 막아버린 셈이 되어버렸죠. 그 덕에 식민지 가해자도 아닌 피해자가 분당당하는 엉뚱한 일이 생깁니다.
(일본이 한반도에 끼친 영향은 단순 직접적인 식민지배와 착취 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분단이라는 흉터로 남아있는 고통까지 포함합니다.
http://contents.history.go.kr/front/ht/view.do?levelId=ht_004_0020_0020_0020)
곧바로 세계는 소련과 미국이라는 두 강대국을 중심으로 모여서 서로를 향해 견제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미국의 생각은 '설마 소련이나 중국이나 자국 영토와 국민들을 왕창 소모시킨 전쟁을 일으키자말자 또 전쟁을 일으키겠어?' 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 프랑스, 독일, 소련, 중국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긴 전쟁과 소모전, 내전으로 지친 상태였었죠.
그래서 사실 미국은 이때부터 냉전, 즉 서로 눈치만 보면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다툼이 있으리라 생각했었고, 미국은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남쪽과 대만(중국 공산당에 밀려 도망친 장제스의 국민당)을 미국의 보호 영역에서 빼버리는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러면서 남한에서 일본군 대신 치안과 경비를 담당하던 미국도 발을 빼버리자, 이를 본 김일성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김일성이었다 할 지라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듯 합니다. 당장 자기 뒤를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든든히 봐주고 있고, 중국은 국공내전을 통해 중국 대륙을 적화통일 하였고, 남한은 미국의 보호도 못받는 약소국 신세가 되었으니까요.
이런 민족의 원수인 김일성의 극단적인 생각은 스탈린에게 여러번 반려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의 무서움을 잘 알았던 소련은, 함부로 소련이 직접 개입을 할 경우 3차 세계대전이 곧장 발발하면서 동시에 핵을 가진 미국이 완전히 소련과 중국을 초토화하리라 걱정했습니다.
김일성은 막무가내로 버텼고, 결국 6.25일 기습적인 남침으로 남한을 정말 멸망 직전까지 몰아갔었습니다. 그 이후로 UN군과 미군의 빠른 증파, 열세였음에도 북한군의 진격을 늦췄던 영웅적인 국군의 전과 덕분에 김일성의 계획은 틀어졌고, 거꾸로 북진통일 직전까지 갔었죠.
한국과 미국의 북진을 보면서 큰 두려움을 느낀 중국은 결국 막판에 개입을 선언하고 매우 많은 물량으로 다시 38선 전역까지 밀어버리고, 전쟁을 3년이나 끌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서로 무의미한 희생을 줄이자는 뜻에서 휴전을 하고 지금의 남북한이 분단이 되었습니다.
(한반도가 몇 백만명의 피로 물들어가는 동안, 일본은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아직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며, 그것을 통해 전쟁특수로 자신들이 또 발전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https://thyun.tistory.com/228)
냉정한 국제 관계 속에서 영원한 우방이나 친구는 없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초강대국들에게 둘러쌓인 한국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냉전'이 아닌 '열전'에 가까운 전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이루어지던 다툼이 물리적으로 진짜 군함이 등장하고 무력 시위에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국가들도 끊임없이 자기 민족이나 조직, 사회의 발전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번 글로 썼었는데, 한국 국정원 앞에는 '이름없는 별'이 달린 조형물이 있습니다.
비교적 안전하고 합법적인 루트로는 '외교관'이 있습니다. 이들은 소위 '화이트'라 불리우는 공식적이고, 세상 표면에 공개된 인물들입니다. 외교관들은 타국과의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행사나 대화를 통해 자국 안보에 기여하는 활동을 합니다.
반면 '블랙'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기에, 외교관과 달리 음지에서 활약합니다. 일반 민간인, 사업가 등으로 위장하여 정보를 얻거나 상대방과 비밀리에 접촉합니다.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순직한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보안상의 문제로 이름도 나이도 기타 등등의 정보를 밝힐 수 없기에 단지 '별'로 남아서 자신이 조국을 위해 헌신했었음을 증명합니다.
최근 이 조형물의 별이 18개에서 19개로 늘었으며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https://biz.chosun.com/policy/politics/2021/06/04/6ZVN554T65CBNOOWR7TQYS4BJQ/
한국의 경우에는 북한이라는 적대 관계인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을 후원하는 강대국으로서 물적, 인적 교류가 활발하죠. 주로 한국의 블랙 요원들은 북중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물류나 기술, 사람들을 감시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과거 김정은이 오랫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 국내의 많은 음모론자들은 김정은 사망설을 끌고 왔으나 국정원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김정은이 살아있다고 못을 박았고, 실제로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과 관련된 정보는 한국 국정원 요원들이 파견되어 치열하게 쟁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카이스트에서 주요 정보를 중국에 팔아넘기려던 교수를 붙잡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국 국정원은 다른 적대적인 조직, 단체들과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901150&code=61111111&cp=nv
제가 앞서 '냉전'과 '열전'이라는 용어를 언급했습니다. '열전'은 그야말로 뜨거운 전쟁이라는 말이죠. 미사일부터 대포, 전차, 화약 등을 사용하는 정말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충돌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2차 대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점점 이런 '열전'보다도 '냉전' 형태의 갈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대국 지도부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상대방이 무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전략적으로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할지를 연구하고 알아내는 형태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전쟁이 계속 발발하고 있습니다.
당장 현대전만 하더라도 세계 2차 대전의 병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첨단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막말로 2차 세계대전의 전투기들은 엔진에다가 날개와 철판을 깔아서 만들었다면, 현용 5세대 전투기들은 보이지도 않고 소리보다 빠르게 날면서 상대 구식 전투기들이 인지하기도 전에 격추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 제가 쓴 글에서도 미드웨이를 두고 미국과 일본이 치열한 첩보전을 벌인 사례를 다루었었습니다. 앞으로의 전쟁은 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것입니다. 단순 안보와 군사 영역을 뛰어넘어 기술, 민간, 심리, 안전, 방역, 경제까지 이전에는 전쟁으로 전혀 고려되지 않던 영역까지 안보의 개념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아래의 영화 포스터는 과거 남한에서 '총풍사건'으로 유명한 '흑금성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대북첩보전 영화 <공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진진하게 잘 보았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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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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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신냉전의 시기인거같아요
정말 새로운 개념의 안보전들이 어떤식으로 등장할지, 제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끼칠지 궁금하네요
'연은수.'는 글을 읽고 글의 내용을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보며 궁금한 점을 제시하고 있어.
이제는 각 나라간에 너무나도 얽히고 섥힌게 많아가지고...진짜 전쟁 나면 둘다 모든걸 잃어버리기 쉬운(특히 한미중일러북 중 핵을 가진 나라가 4개나 되는 동북아는 더더욱..) 환경이니만큼 열전..은 잘 없을것 같아요
이제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에 중국이 도전하려 하고 있고, 미국은 그걸 막고 싶어하니 둘이 계속 부딪히는 상황인데,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살아남을수 있을지...진짜 어려운 지리적 위치긴 해요
갠적으로 중국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우리나라급으로 무지하게 빨라서(우리가 제일 빠르긴 한데) 좀 있으면 중국이 지금만큼의 국력을 자랑하지는 못 할것 같은데...과연 중국이 순순히 내려갈지...아니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번 도박수를 걸어볼지 사실 이게 진짜 개인적으로 궁금해요 저는
ㄹㅇ 이정도 분량이면 왠만한 역사책들 뺨따구 후려버릴듯. 고증이랑 자료 교차검증만 살리면 베스트셀러 쌉가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