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 [606835] · MS 2015 · 쪽지

2016-03-04 20:33:08
조회수 545

[돛대샘] 올비에게 들려주는 문법이야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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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비야, 


아직도 생생하지 않니? 
아, '수불석권 가'에서 겪은 일 말이야. 

당연하지. 게으름뱅이 올빈 상상해 본 적이 없는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냐고? 다~ 아는 수가 있지. 히히. 

올비야, 

그때 손바닥만 한 손 잎사귀에 이런 질문이 있었잖아. 
'밭이랑'을 발음하면 [바치랑]인가 [반니랑]인가? 

아, 물론 난 올빌 이해해. 
귀엽게 생긴 손 잎사귀의 물음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나도 가까이서 그걸 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솔직히 앙증맞게 생겼다는 건 인정.

그리고 이어진 답변. 
[바치랑]이라고 할 줄 알았지...

올비야, 

기억하지? [바치랑]과 동시에...
손 잎사귀가 코끼리만 한 크기로 커져 우릴 삼키려 했다는 것... 

올비야, 

맞아, 나두 그래. 잘 지내겠지? 
정말 '접두사 홑-'이 아니었다면... 

올비야, 

여태껏 최고로 앞만 보고 달렸잖아. 부리나케...
아직도 손에 식은땀이 남아 있는 느낌일 정도니... 

손 잎사귀가 거의 우릴 움켜쥐려는 순간, 
스윽 들어온 손 하나가 우릴 틈새길로 끌어당겼지. 

올비야, 

아, 그 문. 문법 세계엔 신기한 일이 많은데... 
그 문도 그 중의 하나야. 우릴 유형성으로 가게 만들어 준 문. 

문법 세계에선 그 문을 '전대미문'이라고 부르지. 
'순간 이동의 문'이라고 해야 하나... 

홑-이 어떻게 그 문으로 우릴 안내했는지는 나도 몰라. 
확실한 건 홑-이 우릴 도와주었다는 것.

올비야, 

모든 접사가 '알리바바와 40인의 접사'라고 생각하면 안 돼. 
사실 홑-은 '외톨이'었어. 한 겹의 옷만 걸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들 하지.   

참, 올비야, 

전대미문에 들어가기 전에 
홑-이 내게 귀띔해 준 말이 있는데...

'접사 엿-'을 조심하라는 거야.  
물론 엿-은 40인의 접사 중 하나야.  

엿-은 변신도 잘하는데, 
우리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다는 거야. 순간 소름이 살짝 돋았어. 

우리에게 바늘귀가 있다면, 
저들에겐 엿-이 있는 셈이야. 

올비야, 

유형성의 8형과는 좋은 시간을 보낸 거야? 
헤어질 때 서로들 너무 아쉬워 해 샘이 날 정도던데. 

그래 맞아. 문법 나라엔 팔방진이 많아. 
8형도 팔방진에 살고 있어. 

중심형, 주변형, 사전형, 함축형, 사회형, 정서형, 반사형, 주제형... 

그들 역시 의미왕의 충성스런 신하들이지. 

뭐? 반사형이 가르쳐 준 문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그래. 반사형은 8형 중에서 색깔이 가장 편이지. 

나를 아빠라고 불러보라 했다고? 
나를 부친이라고 불러보라 했다고? 

지금와서 하는 얘긴데, 그때 당황했다고? 
아무렴, 올비라고 시키는 대로 다 잘할 수 있나? 

어감이 다르면 나를 부르면 된다고... 
귀에 바짝 대고 말했다고? 반사형이 좀 그런 스타일로 유명해. 

올비야, 

이제, 의미 나라의 마지막 성으로 갈 시간이야. 출발하자.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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